이 사내를 보니 어릴 적 노래가 생각난다.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저 건너 보이는 저 건너 보이는
작은 섬까지.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인이
'사업장변경신청서'를 달란다.
쓰레기 섬을 벗어나고픈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사장님이 사인할 리 없을 뿐 아니라, 사인이 없으면 아무 효력이 없는 종이를 왜 달라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 종이 자체에 권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 관(官)에서 만든 서식인데다가 한국 정부에서 돈 들여 인쇄한 문서이기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보는 거다. 쓸모가 없는 거라면 왜 돈을 들여? 원시인 뿐 아니라 문명인도 흔히 갖는 주술적인 사고방식이다.
둘째, 사장이 인간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장의 심리상태가 현재처럼 정상이라면 결코 사인할 리 없지만, 술이 취하거나 정신이 해까닥해서 사인할지 누가 아는가?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두더지는 나비가 못 되란 법이 있나?
그는 종이를 보물처럼 모시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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