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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맞는 '동경 창의대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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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맞는 '동경 창의대상' 이야기

아시아인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경연장

일본의 도꾜 패션협회와 동경상공회의소가 1987년부터 벌여온 행사로 '도꾜 크리에이션 상(동경 창의대상)' 선발이 있다. 일본 국내를 주대상으로 하면서 한국 등 아시아 10여개국도 참여하여 한해동안 가장 창의적이고 공공에게 유익한 여러 분야 일 가운데 몇 개를 골라 수상하는 것이다.

도꾜 패션협회는 (옷을 다루는 패션이 아니고) 일본내 70여 기업을 망라한 단체인데 창의대상 사무국과 선발위원회가 별도로 조직되어 있다. 회원기업과 위원들로부터 년 70-80여 안건을 추천 받고 나가이, 호리에 등 몇몇 위원들이 해마다 회원국들을 방문, 해외 추천위원들과 만나 정보동향을 논의하곤 한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등이 여기 참여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아직 안 들어왔다.

사진 설명 (사진은 찾아서 있는 대로)
1. 김중업 올림픽 평화의 문과 김수근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2. 아래아 한글을 개발한 이찬진
3. 수퍼 옥수수개발자 김순권

그동안 조규하 전 전경련 부회장, 이상열 전 대농그룹 부회장, 건축가 김석철, 시세이도 한국사무소, 그리고 본인이 한국측 추천위원으로 일해왔다. 추천위원은 무보수 볼런티어로 일하면서 해마다 한두건씩을 추천해 보냈다.

18년동안 한국은 3번 해외상을 받았다. 김중업의 올림픽 메모리알 평화의 문과, 김수근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건축(1989년도), 이찬진의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1997년도), 수퍼옥수수 개발자 김순권박사(2000년)가 그것이다. 해외상은 500만원 정도의 상금과 상패 하나를 받는 것 뿐으로 어떤 사조를 반영하는 일종의 사례로서 명예 정도를 간직한다.

추천위원들은 크리에이션 상 선발을 두고 일하는 일본인들과 1년에 한번씩 만나 토론했다. 한국의 문화적 경향을 찾아 홍보할 기회가 되고 그 대신 일본 국내와 아시아 몇나라의 문화, 기타 정보를 공급받는 것이다. 한국이 리더는 아니지만 현대사회의 경향을 모색해 가는 이런 일을 일본인들이 과연 어떻게 진행해 가나를 관찰하려는 입장도 있었다. 한국문화를 아시아 전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도 되었다.

그렇게 해서 18년째가 되었다. 지난 연말 모임에서는 2004년도 수상안건에 대한 보고와 함께 한국에 오기 전 방문한 싱가포르 등지의 새소식도 듣고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한국문화 이야기도 들었다.

작년에 크리에이션 상을 받은 것은 일본의 기상예보를 위한 수퍼 컴퓨터, 프라스틱이 아닌 종이원료의 모종 심는 화분 발명, 물에서 자라는 식물 워터 히야신스로 짜서 고급가구를 만든 태국디자이너, 동경의 다마천강 환경개선을 위해 30년째 노력하는 한 기업 등이다. 노트북에 수상작들의 소개화면을 만들어 와서 보여주며 뒷이야기도 해주었다. 아주 최신 동향이라 귀담아 들을 만하다.

수퍼컴퓨터는 세계가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전세계에 통털어 미국에 4대, 그리고 일본에 1대 있다. 미국의 수퍼 컴퓨터는 모두 군사용으로 개발되었고, 일본의 수퍼컴퓨터는 기상 해양 대지진 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국가적 정책으로 해양기술센터 후꾸오카 연구소가 2002년도에 완성시켰다. 지구시뮬레이터라는 이름의 이 수퍼 컴퓨터 사진을 보니 무슨 캐비넷 가구같은 게 줄줄이 들어선 창고 같았다. 굵은 와이어로 모두 연결됐는데 그 규모가 테니스장 2개를 합해 놓은 것 만큼 크다.

1초당 40조회를 연산하는 세계 최대 최속 성능을 가진 이 컴퓨터로 수심 350m 이하 바다의 한류 난류 연구 등이 가능하다. 동경에서 하와이 해면온도를 측정할 수 있고 서울지역 명동에 어느 정도 비가 오는지 다 측정할 수 있다. 일본의 이 수퍼컴퓨터 출현을 두고 미국은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로 제압되었던 것과 같은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동남아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 혹시 일본과 미국의 수퍼컴퓨터가 어떤 일을 했는지 기사가 없나 신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일본 기상청이 알아낸 지진의 파장과 남극에서 관측된 결과 얘기가 있었다. 기상연구는 바로 군사용으로도 연결되는 것이며 이번에 이 수퍼 컴퓨터를 다루는 미국 일본 연구소는 매우 신중하고 바빴을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종이화분은 농업 원예 환경에 대응하여 사까다 종묘회사가 7년 간의 연구 끝에 2003년 개발해냈다. 모종을 심어서 파는 비닐화분이나 상자는 썩지도 않는데다 한번 쓰고 버리는 분량이 일본에서만 일년에 1만톤이나 된다. 이를 대체하여 공해없이 재활용이 가능하고 유기농업을 위한 친환경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일정기간 버텨야하는 종이재질의 개발과 경제적 비용이 문제였다. 이번에 개발된 종이화분과 상자는 여름 고온에서 4개월간을 버틸 수 있고 곰팡이의 서식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태국에서 푸른 악마라는 별명까지 붙은 풀 워터 히야신스(우리나라에서 물위에 띄워 기르는 부레 옥잠과 같아 보인다)는 남미원산에 번식이 빠르고 생명력이 질겨 수로를 방해하는 식물취급을 받아왔다. 논에 나는 이들을 제거하는 데만도 수억원의 돈이 들었다. 그런데 이 수생식물의 섬유질을 꼬아 바구니 정도나 만들던 데서 나아가 소파 등 멋진 디자인의 대형 가구를 만들었다. 이 가구는 아주 고가로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대성공했다. 재료가 되는 풀은 헐값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잡초도 없애고 가구제작으로 농민들은 수입이 생기고 고용이 창출됐다.

동경 부근 다마천강 정화사업은 흔하게 보는 환경보존의 예지만 단순히 쓰레기나 줍는 게 아니었다. 30년 간 지속해온 정화사업은 강 연구자를 지원하고 수질개선을 연구한다. 몇만년전 화석연구도 같이 한다.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아유라는 생선은 그동안 없다가 지금 100만마리가 서식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안철수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남북을 민간인차원에서 연결시키는 금강산관광, 붉은 악마, 예술의 전당, 팔만대장경 CD제작, 월드컵 공원, 김덕수사물놀이, 자수박물관, 택시의 무료통역시스템 등을 추천했다. 모두 훌륭한 일들이며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사안들인데 상은 따르지 않았다. 한류열풍의 주역 겨울연가는 2002년도 추천작이었다. 그런데 이 안건은 일본에서 추천했다. 서울에 앉아있으면서 쉬리, 겨울연가 같은 영화가 그토록 일본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었다.

일본 위원들은 또 한국의 떡, 동대문시장 상가를 매우 궁금해했다. 작은 가게들이 다 대규모 업체에 흡수되는 추세인데 유독 한국에서 활기띄는 소규모 가게의 번창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란 것이다. 김석철씨가 동대문 시장내 자금의 흐름 등에 대해 아는 이야기를 해서 자리가 아주 흥미진진했다. 한류라는 것을 한 귀로 흘려 듣다가 어렴풋이 그 저력을 인식하게 되는 첫 단계의 인문적 성찰을 하게 됐다.

올해도 겨울연가 배용준 열풍이 대단하다기에 ‘한국사람은 일본 상품 아주 좋아하는데 일본에서도 좋아하는 한국 것이 생겨 정말 기쁘다’ 고 했다. 진심이었다. 그다음 말은 ‘한류열풍 따라서 조중동과 정부의 관계, 휴대폰 시험부정, 학생 집단성폭행 얘기도 듣는다’ 기에 ‘우리가 IT 산업에 강하다보니 그런 휴대폰 사용법도 나온다’고 했다. ‘빌딩이 많아져 그 많던 십자가가 가려져 안보이니 안됐다’ 고도 했는데 지금까지 그 말이 농담인지 뭔지 알수 없다. ‘한일 수교 40주년인데 한국에서 무슨 행사가 있을라나?’ ‘ 행사는 커녕 데모나 안 일어날지 모르겠다.’

일행은 날을 잡아 삼청동거리를 산책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장소를 보고싶다 해서 대학로를 보여준 적도 있었다. 수원 화성에도 갔었다.

싱가포르에서는 물을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는다는데 말레이시아가 그 물값을 10배로 올리겠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한다. 그 대책으로 물의 재생을 맹렬하게 연구해서 H2O 개념의 신생수라는 것을 만들어 내게 됐다. 수상이 연설할 때 탁자에 놓이는 물이 이 물이라고 한다.

올해만도 80여건의 사안이 추천됐다. 지난 18년 동안 추천된 것을 다 합하면 방대하다. 이 정도면 어떤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몇 년전에 들은 산업이야기가 한국에도 상륙하는 예를 본다.

그동안 수상작중에 기억에 남는 것도 많다. 말레이시아 건축가 켄 얀이 설계한 빌딩은 열대 자연환경에서 공기 조절 통풍을 이용해 냉방장치 에어컨 없이 지내는 건축설계를 했다. 그런데 이 빌딩의 아래층에 들어있는 미국 회사만 여기다 에어컨을 장착해놨다고 했다. 자기를 띈 강철강판 제작, 전세계 화교 미술가의 명작만 모아놓은 대만 개인 미술관, 빨리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개발, 목조로만 지은 음악당, 신장재단, 인쇄박물관, 일본이 보수한 시스티나성당 미켈란젤로 벽화, 어떤 해는 일본이 경기 침체로 우울한데 기분전환하게 미쓰 태국의 활동이 꿈을 실현시키니 상을 주었다고도 했다. 심사위원회에 옵저버로 참여해 보겠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천한 안건을 심사받는다는게 영 찜찜하고 상의 기준이나 일본측의 해외 동향 이해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동향을 파악하러 매년 나와다니는 그들의 행보는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정보를 계속 축적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위력을 발휘하게 되지는 않을까. 각국의 추천위원은 정부단위로 참여하는 나라도 있고 현지의 일본 기업이 꼭 들어있어 해외상을 많이 추천한다. 각국의 활동은 활발해 보이기도 하고 심드렁해 하는 듯한 낌새도 짐작된다. 꼭 필요한 비용이외에는 돈을 아껴서 무보수 명예를 강조해가며 10여개국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주최국의 능력도 놀랍다. 올해부터는 상 위원회의 연령을 65세 이하로 10년 젊어지게 했다고 한다. 30-40대의 진출이 돋보인다. 이들로부터 나오는 정보를 한국에서도 참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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