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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종북 논쟁의 승자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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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종북 논쟁의 승자가 돼라

[데스크 칼럼] 누가 박근혜를 '빨갱이'라 하겠는가

이해찬 새 민주통합당 대표는 강성이다. 비타협적이다. 국정 안정을 도모해야 할 국무총리 시절에도 야당과 싸우기를 밥 먹듯 했다. 요즘엔 방송 진행자와도 싸운다. 그런 그가 '싸우는 게 업'인 야당 대표가 됐다. 틀림없이 그는 싸울 것이다. 가급적 독하고 사나운 싸움으로 야권이 처한 난국을 돌파하려 할 것이다. 그게 이해찬 스타일이다.

첫 번째 싸움터는 종북주의 논쟁이다. 당 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말하지 않던가.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기왕에 북한인권법을 "내정간섭이자 외교적 결례"라며 스스로 종북 논쟁의 중심에 선 그다. 시종 끌려가던 경선을 역전시킨 "반전의 계기는 종북주의 문제였다"고 자평한 그다. 이제와 슬그머니 후퇴할 이해찬 대표가 아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뛰어든 종북 논쟁. 이 싸움은 이제 '주사파(主思派)' 혐의를 받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나 '주사파(酒邪派)' 임수경 의원만의 문제가 아닌, 당 대 당, 진영 대 진영의 싸움으로 확실하게 커졌다. 분명히 해둘 건 새누리당이 이해찬을 불러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제출한 북한인권법으로 이 대표에게 사상 검증의 잣대를 휘두르다 그의 당선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종북 논쟁이 대북정책 갈등으로 확산되는 길목. 이 대표에게 이번 싸움은 물러설 수 없는 외길이기에 불가피성과 정당성이 있다.

이해찬 대표가 서 있는 외길에서 박근혜 의원의 두 갈래 길은 시작된다. 그동안 톡톡히 재미를 본 이념 공세를 이어 야당 대표까지 흠씬 두들기는 방법이 한 갈래다.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종북 논쟁에 발을 디딘 박근혜 의원이 관성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박 의원에 대한 보수진영의 충성도를 조금 높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와 다른 갈래는 위험 수위를 넘은 종북 논쟁을 빠르게 정리하고 합리적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쥐는 길이다. 진보진영 전체가 북한 딜레마에 빠진 지금의 국면이 박근혜 대표에겐 유연한 대북정책의 비전을 선보일 기회다. 안철수 교수도 까딱하면 '빨갱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영역으로 가장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사람은 박 의원이 유일하기에 하는 말이다. 보수진영 일부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박 의원이 전향적인 대북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상당히 많다. 그가 일찌감치 복지 이슈를 선점해 중원을 장악하고 야권을 곤경에 빠트린 것과 같은 이치다.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박 의원에게 후자의 길을 권하려는 건 아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윤여준 전 장관이 그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에서 지적했듯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만 요구되는 특별한 자격 요건은 대북한 관리능력이다. 하기에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 의원이 반북 정서에 무심코 올라타 대결적 대북정책의 외길로 진입하는 경우는 국가적인 위험요인이 된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행보가 박근혜의 반면교사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별 볼일 없이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 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다. 마침 여중생들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반미 정서가 뜨거워졌다. 지지자들은 노무현 후보의 대미 자주노선에 환호했고 결집했다. 그가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취임 뒤 '친미적 자주'라는 기이한 노선을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과 통화 한번 한 뒤 이라크전 파병 방침을 결정했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선 '반미주의자' 딱지를 떼려 안간힘을 썼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실망 속에 임기 내내 친미도 자주도 이뤄내지 못했다. 외교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을 섣불리 이념 문제로 정치화 한 대가는 반드시 따라온다는 교훈이다.

이념과 국가관을 내세워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는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문제가 있는 집단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3대 세습이, 핵개발이, 탄압받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보편적 가치에서 동떨어져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진보진영도 지금껏 금기시 돼 온 북한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진보가 진보다워지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을 가진 사람들은 여야와 이념을 떠나 북한을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붕괴론에 기초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들의 강경정책이 이뤄낸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이 실질적인 북한 인권 증진에 보탬이 될 여지도 거의 없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 북한인권법에 대한 입장을 들이대 종북주의자 검증을 하겠다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욱 어불성설이다.
▲ 지난 2002년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회동을 가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모습(사진 왼쪽). ⓒ프레시안 자료사진

야당이 '국가관' 역공 소재로 들춰낸 박근혜 의원의 10년 전 방북 행보가 오히려 '박근혜의 길'을 알려준다. 야당 대변인은 '박근혜도 종북주의자 아니냐'는 투의 헛발질을 했으나, 박 의원이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7.4 공동성명의 결실을 맺고 평화통일을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하자"고 한 약속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후 박 의원은 자신의 방북을 회상하며 "햇볕정책, 평화번영 정책도 지난 30여년 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대북 포용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지난해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신뢰와 균형을 대북정책의 밑그림으로 제시하며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압력을 통해 북한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고 비판했다.

종북주의 논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박 의원이 속히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북한을 정치공학적 변수가 아닌 국정의 상수로 인정하는 순간, 박근혜의 위상은 비약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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