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들은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정작 폐지돼야할 국가보안법의 존속에는 고집스러운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이들 언론사들이 언론의 자유를 추구하기보다는 '언론권력화'를 꾀해 왔기 때문이라는 비판적 분석이 법조계로부터 제기됐다.
***송호창 "국보법은 언론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악법"**
일부 소장 법조계 인사들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언론개혁국민행동이 주최한 '국가보안법과 언론의 자유' 토론회에서 "보수신문은 진정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국보법의 폐악을 지적해야 함에도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해 왔거나 도리어 다른 이유를 들어 이의 존속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보다 '언론권력화'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언론으로부터의 자유'가 대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창(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자유는 약자에게나 의미가 있는 것이지 강자에게는 자신을 강자이게끔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거추장스런 옷에 불과하다"며 "최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문법과 관련해 '조중동'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이 언론권력이기 때문이며, '언론의 자유'를 들어 반대하는 것 또한 외부의 도전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정의했다.
송 변호사는 또 "우리나라 헌법 21조에 '언론의 자유'를 별도로 규정한 이유는 그만큼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확보함에 있어서 언론기관의 여론형성과 민주주의 교육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칙인 과잉금지 원칙과 명백·현존위험의 원칙을 위반해 가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국보법"이라고 역설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법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제한의 정도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언론 자유의 본질적 내용 또한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명백·현존위험의 원칙'은 자유로운 언론으로 말미암아 중대한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다른 수단으로 방지할 수 없을 경우 언론의 제한이 정당화된다는 이론이다.
송 변호사는 "보수신문들의 국보법 폐지 반대 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률의 개·폐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전혀 법률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단순히 정치적인 선전과 선동만으로 일관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며 "만약 그들이 언론의 자유보장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언론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국보법의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석 "조중동, 국보법 존속 위해 헌법원칙조차 왜곡"**
오동석 아주대(법학과) 교수는 송 변호사의 주장에 '공공성'을 더해 언론의 자유를 위해 국보법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 교수는 "언론매체가 향유하는 헌법상의 언론 자유는 국가권력을 견제·감시하고 시민사회의 관심과 이익을 국가영역으로 중개하는 매개체 구실을 맡는 공공성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현존하는 국보법은 극단적 제재수단인 형벌을 동원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언론 보도내용의 여과장치인 사상의 자유경쟁마저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어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또, 국보법에 대한 '조중동' 보도의 문제점으로 △레드콤플렉스의 확대재생산 △헌법에 대한 이해 부족 △인권에 대한 경시 등을 들며 보수신문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조중동'은 노무현 정권이 국보법 개·폐 논쟁을 꺼내 '편가르기 정치 수법'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이미 신문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수법으로 사상·이념의 공개시장을 부인해 왔고, 더군다나 지면에서는 안보불안을 조장하거나 비현실적인 가정적 사례들을 열거하는 식으로 레드콤플렉스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중동'의 태도는 결국 언론권력의 보안에만 골몰함으로써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보안언론'의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오 교수는 "여기다가 '조중동'은 국보법이 현실에서 개인의 정신·사회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에도 마치 이 법이 사라지면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질 것처럼 묘사하거나, 또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앞세워 괜한 분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폄훼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개념과 재산·경제적 기본권보다 우월한 정신적 자유권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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