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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미국 아닌 우리 기준으로 북한인권 보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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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미국 아닌 우리 기준으로 북한인권 보도해야"

[토론회] 전문가·기자, '북한인권법 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안 2004'는 한반도에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인가. 국내 언론은 이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보도해야 할 것인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북한인권법 논란과 관련, '북한 인권문제 본질은 무엇인가' 제하의 기획토론회를 마련했다. 주된 논의의 대상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보도됐던 국내 언론의 보도태도를 평가해 보고 향후 올바른 보도의 방향을 잡아보자는 데 있었다.

***"보수신문 정략적 보도 여전"**

이번 토론회에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발제를 맡았고, 토론자로는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와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박사, 외교통상부 출입 손관수 KBS 기자, 통일부 출입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가 참여했다.

정욱식 대표는 먼저, 북한인권법안과 관련한 국내 언론의 보도에 대해 "본질적으로 상호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대표적으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가 대개 그러했다"며 "이는 이들 신문이 반공·반북주의적 언론이라는 선입관을 차치하더라도 자기모순과 정치적 의도로 점철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신문은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할 때에는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반면 대표적 반인권법인 국가보안법을 거론할 때에는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북한인권문제를 북한정권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비난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인권법안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은 이 법안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시키면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못하는 무분별함이야말로 북한 인권문제의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기준으로 북한 인권문제 보도해야"**

보수신문의 이러한 논조를 불러온 데에는 진보진영에게도 일정정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성렬 박사는 "북한인권이 공론화된 마당에 진보진영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며 "북한 정권도 인권문제가 제기되지 못하도록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활로 모색 차원에서 스스로 맷집을 키워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 박사는 또 "무엇보다도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며 "북한인권법안이 어느 정도 북한정권을 붕괴할 의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강경파의 움직임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강정구 교수는 "북한인권법안은 한마디로 인권을 빙자한 반인권적 북한 붕괴법"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강 교수는 "미국이 말하는 인권이란 생명권을 무시한 자유권에 불과하다"며 "지금도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생명권을 앗아가고 있는 미국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단언했다.

강 교수는 "그런 점에서 '조중동'은 관련보도에서 평화와 인권을 상호 보완적으로 보지 못하고 상충적인 개념으로 바라보며 북한을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더 이상 미국식 인권을 들이밀며 서양 사람들의 흉내를 낼 것이 아니라 우리 기준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보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기자들 "애정 깃든 후속보도 절실"**

일선 현장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취재·보도하고 있는 기자들은 언론의 자기반성과 함께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진심이 깃든 후속보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관수 KBS 기자는 "우리 언론이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되기 이전이나 또는 그 이후에도 이 문제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이유는 사실 북한에 대한 취재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한 가지 더 고민해볼 것은 어느 순간 스스로 권력화한 언론이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인권문제에 있어 국회와 언론은 합리적 여론수렴의 장으로 기능해야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그러한 모든 것들이 마비돼 버린 느낌"이라며 "언론은 하루빨리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이 문제에 있어 국민들의 올바른 상식이 표출될 수 있도록 노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는 언론의 게으름과 정보 차단에 급급해 하는 정부의 태도를 동시에 비판했다. 이 기자는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된 이후 국내 언론 가운데 누구도 북한 인권의 현주소를 살펴보려 하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의 게으름을 자인한 셈"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모습의 이면에는 90년대 초·중반 탈북자들이나 국정원을 통해 나왔던 왜곡된 북한정보들이 지금까지 여전히 재탕되고 있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따라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언론이 제대로 파악해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정보 해제가 중요하며 그 뒤 언론은 북한이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 찬양' 사건 당사자들 3년여만에 만남 눈길**

한편 이날 토론회는 지난 2001년 '8.15 방북단 북한 찬양' 사건의 양측 당사자였던 강정구 교수와 이영종 기자가 3년여만에 첫 대면을 가져 또다른 관심을 끌었다. 당시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방북했던 이 기자는 중앙일보 8월 23일자에 강정구 교수의 만경대 방명록 서명 사진을 단독으로 실었고, 이를 계기로 국내 진보-보수진영은 양쪽으로 나뉘어 크게 충돌한 바 있다.

이 기자는 이후 통일부 출입기자단에 의해 1년여 동안 출입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기자는 최근 2급 기밀인 '충무계획'을 보도해 또다시 출입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다. 강 교수는 이 보도로 귀국 뒤 국정원에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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