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오는 17일 정책관련 의원총회를 열어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진상규명, 언론개혁 입법 등 4개 개혁입법에 대한 최종 당론을 정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국보법 관련 당론 내놔야”**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2일 오전 7시 30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번 토론회의 패널에는 장화경 경향신문 정치부장, 이동관 동아일보 정치부장, 김진국 중앙일보 정치부장, 하남신 SBS 논설위원 등이 참여했다.
이 의장은 먼저, 여야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12일 천정배 원내대표가 열린우리당의 당론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 의장은 “지난 9월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저 정도면 우리와 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그 뒤 보수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의지가 수그러든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며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명확한 당론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발언을 하고 난 뒤 열린우리당이 당-정 분리 원칙에 맞지 않게 너무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동관 동아일보 정치부장의 질의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관련 당론은 엄연히 폐지에 있다”며 “다만 각론에 있어서는 한나라당의 의견과 그리 다르지 않음에도 언론이 이를 ‘폐지’와 ‘존치’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국보법 문제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원칙과 관련해 △안보 공백 최소화 △인권탄압 요소 제거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통해 가급적 조속히 처리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DJ에게 대북특사 제의할 것"**
이 의장은 또 그동안 여권에서 여러차례 제기돼온 'DJ 대북특사설'과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해주신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주변 4개국에 한반도 평화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대통령과 협의해 추진코자 한다"고 밝힌 뒤 '특사로 DJ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김 전 대통령 자신은 (남북 문제의) 전면에 나서 활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어떤 방식으로 든 미국 대선후 한반도에서 진행될 대단히 불확실한 상황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은 피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내일 김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그런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을 듣고 많은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에게 대북 문제와 관련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것임을 시사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정리이자 화해”**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패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잇따랐다. 장화경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당 의장이 되기 이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과거사 문제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나중에 ‘박 전 대통령은 국내 프락치의 총책이었다’고 발언한 것은 노선을 너무 바꾸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고, 하남신 SBS 논설위원은 “과거사 진상규명법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네거티브적인 만큼 ‘과거사 정립법안’ 정도로 바꾸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두 가지 사안 모두 긴 얘기를 언론이 너무 짧게 압축하다보니 오해가 발생한 부분이 있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은 이제 와서 누굴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미래를 위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과거사 사과를 언급하면서 “교황의 행동은 무오류로 여겨져 왔으나 지금은 잘못된 과거사를 반성하고 있다”며 “그런다고 해서 지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화해와 정리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 용어 하나를 두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예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용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사주 의견이 국민여론 돼서야, ‘분권’ 반드시 필요”**
이 의장은 언론개혁 관련 입법에 대해서는 ‘분권’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 의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소유지분 제한이라든지 신문시장 독과점 해소 등은 사실 70년대부터 제기됐던 사안으로 당시에도 국민의 자유, 언론종사자들의 자유보다는 오직 언론 사주의 자유만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왔다”며 “일반 기업들도 시장공개를 통해 기업주들의 권한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하물며 한 국가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언론이 사주에 의해 끌려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의장은 또 “따라서 일부 사주의 견해가 국민여론의 70~80%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며 “OECD 국가가 된 이상 어떤 형태든지 분권은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의장은 최근 SBS의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 탈락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여전히 방송장악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지난 9월 22일 SBS 전 구성원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밝혔듯이 SBS는 내부개혁의 길을 걷고 있고, 또 윤세영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 씨가 상무급 경영기획위원에서 사퇴하는 등 큰 진전이 있었다”며 “만약 정부와 여당이 방송장악 음모를 추진 중이라면 SBS 출신 방송위원에게 물어보면 될 것 아니냐”고 반론을 폈다.
이 의장은 “이전에는 정-언 관계에 냉냉한 기운이 감돌았으나 최근 들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중심으로 한 외교활동에 나서면서 기업과 비판언론들도 서서히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며 “정-언 관계는 앞으로 호전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혼란으로 지지율 하락, 곧 회복될 것”**
한편 이 의장은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변화에 가장 늦다는 점은 답답함을 주는 부분”이라며 “사립학교는 개방 민주 참여시대에 걸맞게 운영체계를 갖춰야 하며, 야당도 이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또,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 8일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고, 이같은 추세는 열린우리당이 경제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우리 스스로 안보를 튼튼히 하고, 당 내부의 혼란을 없앤다면 반드시 원상태로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의장은 당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서는 “초재선 의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익숙치 않은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중구난방’식의 당 운영이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것 같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초재선 의원들이 빠른 속도로 적응을 해 나가고 있어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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