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교과서 편향’ 논란과 관련해 애초 이번 교과서의 검인정 통과 당시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현 성신여대 총장)가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편향된 교과서의 출판은 전교조 교사들 탓”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부총리 “전교조 교사들이 원해 출판사가 만든 것”**
이 전 부총리는 6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책임프로듀서 오동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교과서 편향 논란과 관련, “이 사회 교육계 안에는 심각한 이념 갈등, 역사인식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한 뒤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교조 집단이 전체의 4분의 1인데, (이런) 선생님들이 나중에 교과서를 선택한다. 그러면 학교운영위에서 이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선생님들이 이런 시각을 원한다면 이런 쪽의 교과서를 선택하니까 출판사에서는 많이 팔기위해 그런 내용의 교과서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리는 또 “(재임시절에) 전교조 교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교과서를 쓴 적이 있는데 당시 문제가 돼 이의 사용을 금지시킨 적이 있다”며 “이번 교과서는 직접 읽어보지 않아 언론보도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권철현 의원이 지적한 역사 서술의 이념적 문제는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와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현행 검인정 제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전체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국사편찬위원회나 정신문화연구원 같은 기관과 학자들이 모여 교과서에 대해 한번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상식 이하, 단호하게 대처할 것”**
이에 대해 전교조측은 “교과서 편향을 둘러싼 이 전 부총리와 권철현 의원의 주장은 상식 이하의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이 전 부총리의 경우 교과서 편향성 논란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 2002년 8월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교과서가 상당한 정도 균형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정이 돼야 한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며 “그럼에도 지금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교과서를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채 이같은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양식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송 대변인은 “이번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지침에 따라 제작됐음에도 한나라당과 일부 수구언론, 그리고 교육계 수구기득권 세력들은 마치 기회를 잡았다는 듯 연일 색깔공세를 펴고 있다”며 “전교조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마저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념 공세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전 부총리의 평화방송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인터뷰 전문**
-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민중사관내지 반미친북 내용의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가 많다고 폭로를 했는데 이에 대한 이 부총리님의 견해는 어떻십니까?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장관으로 있던 2002년에도 한국 현대사 역사 교과서 때문에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그 때는 해방이후 여러 정권의 공과가 문제가 됐는데 어떤 정권은 공을 너무 내세우고 어떤 정권은 과를 너무 내세웠다고 해서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했는데 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전교조 교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교과서를 쓴 적이 있다. 요새는 안 쓰지만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살아있는 역사’ 이런 것을 임의로 자기들끼리 만들어 학생들에 편향적인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 했는데 그때 문제가 제기돼 정부 기구에서 검토해 사용을 금지시킨 적이 있다. 제가 지금 이런 한국 현대사 교과서, 특히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직접 읽지 않아 언론 보도만 보고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현행 교과서 편찬 제도에서 보면 한나라당 권 철현 의원이 지적 한 바와 같은 역사 서술의 이념적 문제는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사회 교육계 안에는 심각한 이념 갈등, 역사인식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이번에 문제가 된 교과서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객관적 서술’의 형식 아래 긍정적으로 서술한 반면,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정치와 경제 모두 독재와 부정부패를 부각시키고 미국·일본에 종속된 국가처럼 묘사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 이런 측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게, 저도 대학총장을 80년대부터 했는데 운동권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보고 이 문제는 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왜냐면 이 문제는 국민들이 자기 나라에 대해, 자기 민족에 대해 갖는 자긍심과 관련이 있고, 민족적 정체성과 관련해 있다. 남한과 북한이 정통성 경쟁을 하는데 민족적 정통성을 인식하는데 있어서 이런 식의 교육을 한다면 오히려 정통성은 북측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할 것인가? 통일이후 이념과 사회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데 우리 젊은 세대가 이런 교육을 받는다면 나중에 정말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본다.”
-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좌경화된 교육을 받고 있다’라는 오해가 있다고 여당에선 주장했는데 교과서 내용과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것은 아니다. 특히 검정 교과서 만드는 과정에 대해 제가 조금 알고 있다. 예를 들면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안을 만들고 그 안에 따라 교과서 편찬지침을 만들어, 검인정 교과서인 경우 출판사가 집필자를 선정해 교과서를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 교육부에 제출하면 교육부 검정 심의위원회에 심의를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권이 이것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전체 사회 분위기가, 예를 들면 젊은 사학자 분위기나 교사들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면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교조 집단이 전체의 4분의 1인데,(이런) 선생님들이 나중에 교과서를 선택한다. 그러면 학교운영위에서 이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이런 시각을 원한다면 이런 쪽의 교과서를 선택하니까 출판사에서는 많이 팔기위해 그런 내용의 교과서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권이 직접 이런 식으로 만들어 나갔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이같은 야당의 주장은 폭로의 도를 넘어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같은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측이 주장이 달라 혼란스러운데요 ?
“시각 차이에 따라 정치인들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념적 편향성이 끼어 들어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지금 현재 교과서 편찬 제작 과정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이 문제는 국회나 정치인들끼리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학자들이, 역사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들이 전체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 본다. 이것이 정말 허위사실인지 아니면 정당한 것인지, 국사 편찬위원회 두어서 무엇하나? 그것을 해야지, 정신문화원 두어서 무엇하나? 그런 것 해야지.”
- 권 의원의 질의 내용과는 별개로 현 교육부 당국이 현재 일선 고등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과서들의 내용을 제대로 검사하고 있는지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현 교과서 검정제도와 관련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교과서를 집필하는 위원선정, 집필자 선정에 있어서 치밀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교육부에 제출하면 한달 기간을 가지고 심의하게 되는데 시간도 별로 없고 또 심의위원에 큰 학자들은 들어가길 원하지도 않는데 심의위원들을 정말 무게가 있는 사람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양심적인 학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왜냐면 교과서는 후세들의 정신적 자세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검정심의위원회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현 제도를 충분히 검토해서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점점 국정에서 검인정 교과서쪽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교과 내용이 너무 단조로운 것이 아니냐, 다양한 교육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생각이 깊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인정을 하더라도 좀 더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 특히 국어 교과서, 국사 교과서, 도덕 교과서가 그렇다. 이런 문제는 국사 편찬위원회나 정신문화 연구원 같은 두 기관은 물론이고 좋은 학자들이 지금 대학에 많이 계시다. 이런 분들 모시고 교과서에 대해 한번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국민들 가운데는 지금 경제도 어려운데 국회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싸움만 해서 되느냐는 질타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제도 급하고 또 이념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생경제를 살피고 올바른 경제를 위해 정치인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념적인 갈등, 가치관의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다. 세대간, 계층간, 보혁간 여러 갈등이 폭발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갈등 해소를 위해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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