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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살려 만신창이 서민 경제 구출해야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9>

지금 세계는 1%대 99%라는 말로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현상을 표현해주고 있다. 한국은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구별하여 살릴 기업에는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살리고 죽일 기업은 퇴출하였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에 살아남은 기업들에게는 국내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호기가 열렸다. 1995년에 300인 이상 고용한 대기업의 수가 2만 개가 넘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에는 1만9000개가량으로 줄었고 2009년에는 2916개로 급감했다. 10년 사이에 1/6로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외환위기 이전의 260만 개에서 1999년 274만 개, 2009년 307만 개로 늘었다. 수적 구성비로 보면 대기업은 0.1%, 중소기업은 99.9%에 이른다(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현황>). 철저한 대기업 체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중소기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 그 수가 증가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창업한 결과이다.

미국은 고용인 500인 이상 대기업 수는 100만개가 넘는다. 수적 구성비는 15%에 이른다. 일본의 대기업 수는 5만 개, 수적 구성비는 1% 정도이다.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하청 또는 납품 관계에 있기 때문에 0.1%의 대기업이 99.9%의 중소기업을 지배하는 힘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강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60%가 수출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고 대기업 하나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4-5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다니는 일방적인 수탈관계를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정보통신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에 10.3%, 2008년 8.9%, 2009년 8.7%이다. 반면 2차 협력업체 20개사의 평균 이익률은 2007년 0.9%, 2008년 2.2%, 2009년 1.9%에 머물렀다.

현대차의 계열사인 11개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1999년 7.7%에서 2009년 상반기 9.3%로 높아졌으나 비계열 1차 부품업체는 같은 기간 4.6%에서 2%로 떨어졌다.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사이 납품업체들은 죽어가고 있다. (산업연구원 자료)

그러니 중소기업들은 동물원 우리에 갇혀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대기업이 던져주는 먹이에 의존하여 목숨을 이어가는 동물의 모습에 비유된다. '삼성 동물원'이라는 말이 그렇게 해서 생겨난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는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이미 거의 파괴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반면에 소수의 대기업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천국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독과점적으로 지배하는 산업이 너무 많다. 독과점 구조가 고착된 산업(1사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 3사의 합계가 75% 이상인 부문)이 46개로 이들 산업의 상위 3사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평균 92.9%로 광업, 제조업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몇 부문의 예를 들면 승용차 90.5%, 라면 83.6%, 정유 81.8%, 맥주는 100%이다. 이렇게 시장 점유율이 높아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R&D 비율도 낮고 해외 개방도도 낮으며 내수 집중도는 상당히 높다.(공정거래위원회 자료 : 2010년 12월)

그러니 최근 정유, 라면 등에서 드러났듯 담합에 의한 독과점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완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수출가격보다 국내에서의 판매가격이 비싸기 마련이다.

▲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업체 4개가 지난 10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오다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작년에 대형마트들에서 판매한 저가 TV의 가격을 놓고 그동안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국내시장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의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가 최근 수년간 높은 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미국은 국내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지배하는 기업, 특히 제조업체는 없다. 20세기 초 반트러스트법(반독점법)들에 의해 미국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록펠러 석유회사 등이 해체된 것을 비롯하여 많은 독과점 기업들이 해체와 분할을 당했다.

최근에도 마이크로소프트사나 구글사가 독과점규제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다. 위반 판정이 나면 기업이 존속할 수 어려울 정도의 무거운 징벌적 배상이 부과된다.

물론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기업의 규모와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미국 연방정부나 사법부가 이렇게 하는 것은 독과점적 시장 지배체제로 인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더 큰 사회적 피해로 보고 이를 용납하지 않은 결과이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대기업들의 규모의 경쟁력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왔으며 독과점에 대해서도 늘 관대한 태도를 취해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더욱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고 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바람을 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서민 경제를 외치던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2006년에 그때까지 유지되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아예 폐기했다. 또 한미 FTA를 체결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수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농축산부문이나 서비스시장을 활짝 열었을 뿐 아니라 투자자-국가제소제(ISD) 같은 위험한 제도까지 받아들였으니 한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각종 대기업 규제 법령을 철폐하고 보조금을 지불했다. 재벌들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앴다. 금산분리제도도 완화했다. 게다가 투자세액공제제도 등을 통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베풀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 우선 정책을 취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명박 대통령 임기 3년간 10대 재벌의 계열사는 무려 50%나 늘어났으며 2010년 4대 재벌의 매출액은 GDP의 50%를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대기업들은 계속 사상 최대의 이익을 갱신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들다. 2009년 통계를 보면 상위 1%에 드는 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0.6%를, 1~5%에 해당하는 기업이 32.4%를 창출하고 있고 하위 30%는 -9%를 보여주고 있다.

또, 2010년 4월의 통계에 의하면 중소기업 가운데 영업 손실 기업은 35%이고 은행이자를 다 갚지 못하는 기업들까지 합하면 40%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한계적 상황에서 생존에 급급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이렇게 차별적인 상황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것은 대기업이 협력업체이거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들에 대해 누리는 전능한 힘 때문이다. 납품단가를 최대한 깎도록 요구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적정한 이윤을 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회계장부의 공개까지도 요구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해마다 엄청난 이익을 올린 대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금고에 쌓아두고 투자하지 않는다. 그 액수가 무려 3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금자산 보유비율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고 그 증가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그럼에도 이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현행법으로 국내에 더 이상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은 투자라고는 내부거래를 하기 위해 부품업체를 설립하거나 자영업자들의 사업영역에 뛰어들어 시장을 빼앗는 일이다. 낙수효과가 아니라 흡수현상만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원성이 점점 커지자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초대 위원장에 정운찬 전 총리를 임명했다. 정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제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러자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것은 자본주의 교과서에서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제도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정운찬 씨는 대통령이건, 정부건, 재벌이건 어디에서도 협조를 해주지 않자 1년여 만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사퇴.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움직여지는 과정은 이명박 정권 산업정책의 본질이 무엇인 가를 매우 잘 보여주는 예이다. 그것은 철저한 대기업 우선 정책으로 중소기업은 안중에조차 없다. ⓒ연합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든 이유가 진정으로 동반성장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런 척 흉내만 내려 했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를 법적으로 아무 강제력도 없는 민간기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니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주도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선정이나 실천도 결국 민간의 합의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으로서는 사실상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만약 진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바로 잡으려고 했다면 이런 엉터리 위원회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제경쟁을 위해서는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했고 상품이나 기술, 노동생산성 등의 경쟁력도 커져야 했다. 한국이 주로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이므로 그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동안 국민들은 대기업체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참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와 시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지배력이 너무 강해져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혁신과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약화나 붕괴는 국내 소비수요의 지속적 감소를 통해 경제 전체를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 사이의 양극화도 계속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제멋대로 과욕을 부려온 대기업들이 반성하는 기미는 전혀 없다. 작년 12월에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여 대형마트에 대한 강제휴일제와 함께 영업시간 제한을 일부 지역에서 시작하자 대형마트들은 지난 3월에 당장 유통산업발전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잘못된 행위를 하면서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끝까지 법에 의존해 버티려는 것이다. 그런 행동이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더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규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기업들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먼저,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 숫자를 최소한 일본 수준의 절반 수준으로라도 늘려 독과점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 극소수의 대기업만이 군림하는 한 중소기업은 결코 그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둘째로,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한 대기업들의 국내투자는 정부가 철저히 모니터링하여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고유 분야를 폭넓게 재지정하여 대기업들이 뛰어들지 못하게 하고 기왕에 진출한 기업도 철수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로, 대기업이 납품이나 하청관계의 중소기업에 대해 단가나 대금의 부당한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도화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과 기술을 빼내어 수직계열기업을 만들거나 총수일가와 특수 관계에 있는 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동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넷째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감독활동을 강화하고 위반 시에는 몇 배로 보상하는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직원들이 대기업과 유착하지 못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 후 유관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이 성과위주만을 우선하는 기업의 경영과 인사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주주자본주의와도 직접 관련되므로 주주자본주의의 여러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균형을 바꾸는 것은 대기업과 관련한 제도의 개혁으로 쉽게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재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재벌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에는 이 문제를 논의해보자.

* 민족미래연구소에서는 한국혁명넷을 개설하고 '한국혁명'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나아가 참여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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