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이 개편된 직제·조직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5일 오전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어 그동안의 경과를 공개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KBS의 개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번 직제·조직개편을 통해 국내 언론계는 물론 한국 조직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범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밝혔다.
KBS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21일 임시이사회 의결을 거쳐 현행 9총국 16지역국 체계였던 지역방송국 규모를 9총국 9지역국 체계로 재편했다. 또, 29일 있은 직제개편에서는 모두 1천 1백21개였던 직위를 1백84개로 줄이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다음은 정 사장과 출입기자단 사이에 오고간 대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일 중심으로 직제 개편, 통합 지역국은 문화센터로 활용”**
- 기자간담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KBS는 지난 1년여 동안 △시스템 개혁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 등 두 가지 핵심 개혁과제를 놓고 연구와 토론을 거듭해 왔다. 지난달 이같은 개혁과제의 세부 추진 일정이 마무리됐고, 또 임시이사회의 의결까지 마치게 됐다. 이 자리는 KBS가 1년 동안 무얼 했는지 안팎에 알리는 자리다.”
- 직제·조직개편의 핵심은 무엇인가.
“KBS는 그동안 외부로부터 △방만 경영 △자리 중심 △관료적인 조직문화 등을 끊임없이 지적받아 왔다. 이번에 직제개편을 통해 도입된 대팀제는 사다리형이었던 조직 관행과 항아리형 구조였던 직제를 수평적이면서 일 중심주의적으로 바꿔 놓는 일이었다. 이는 KBS 구성원들이 합의해 주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았던 지역국의 통폐합 문제도 완료했다. 지역국은 과거 정치적 이유로 해서 만들어진 곳이 있었고, 따라서 방만 운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지역국을 순회해 보니 직원은 30여명이 넘는데 제작 인원은 고작 몇 명에 불과한 지역국이 많았다. 여기다가 지난 외환위기 이후 지역국 제작 인력을 본사로 끌어오면서 지역국 운영은 더욱 황폐화돼 있었다. 만약 재정이 풍부했다면 지역국을 다른 각도에서 활성화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기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 통합된 지역국은 지역민들의 문화활동 공간이 되도록 활용할 방침이다.”
***“간부들, 현장 뛰면서 오히려 ‘떳떳함’ 누릴 터”**
- 현행 직위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언론사 관리자들을 보면 진급 이후 취재현장에서 멀어지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렇게 멀어지고 나면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어진다. 또, 차장·부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패배감에 젖고는 한다. 젊은 사원들도 승진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직위를 대폭 줄인 것은 바로 이러한 직장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제 사원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나가는데 매진해야 한다.”
- 기존 간부들의 저항이 예상되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외국의 경우 굳이 팀제를 붙이지 않아도 이미 개인별 능력에 따라 대우를 달리 받고 있다. 그러나 KBS는 보도, 제작, 경영, 기술 각 분야에서 일하지 않는 위원급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해당 보직이 없어도 각종 직책수당을 퇴직 때까지 받고 있다. 오히려 이번 개편을 통해 해당자들은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떳떳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개편 이후 간부들 가운데 자진해서 현장으로 가겠다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 직제 개편이 산술적 결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무늬만 바뀌어서는 실패한다. 팀제를 도입했던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발탁인사를 하지 않거나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책을 마련하지 못해 실패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교훈을 거울삼아 사내 평가보상팀을 중심으로 내년 1월까지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전문가 그룹 제도를 도입해 엄격한 심사를 거친 뒤 각 분야별로 팀장보다 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전문가들을 키워낼 것이다.”
- 최근 일부 중간간부들이 직장협의회 구성을 선언했는데.
“새로운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기에 불안한 것이다. 그들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KBS의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하거나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KBS는 지금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일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나오기 마련이다. 이를 막을 이유는 없다. 그것이 조직의 민주성과 건강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
***“KBS 구성원 체질 개선도 개혁의 대상”**
- 내부 개혁 차원에서 앞으로 어떠한 조치들이 더 취해질 예정인가.
“이미 올해 초부터 사원 채용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지방대 출신들의 KBS 입사 문호를 넓혔고, 최종 면접과정에서도 지역과 대학을 밝히지 않는 브라인드 면접 방식을 채택했다. 또, 장애우들에게는 10%의 가산점도 부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KBS 내부를 다양화해 학연·지연에 얽매인 구성원들의 체질을 바꿔나갈 생각이다.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과 체질이 바뀌게 되면 이들이 생산해 내는 프로그램의 질 또한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최근 KBS 2TV의 경우 PSI(프로그램 품질평가지수)에 있어 1TV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집계됐다. 아직 미진하지만 그만큼 공영성이 강화되고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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