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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507>

외국인들도 떡을 좋아한다.
우리 센터의 태국인 통역은 숭악한 떡보라서 점심 회식에도 빠지고 혼자 숨어 떡을 먹을 정도다.

그러나 난 한국인이라도 떡을 안 좋아한다. 이유는
첫째, 떡고물을 흘리고
둘째, 속이 덧부룩하며
셋째, 이 셋째가 중요한데
어릴 적 부르던 노래 때문이다.

밥은 바뻐서 못 먹고
죽은 죽어서 못 먹고
떡은 떨려서 못 먹고
술은 술술 들어간다


초등학교 때 동네 형들한테 딱 세 곡을 배웠는데 다 명곡이다.
하나는 <가련다 떠나련다>
또 하나는 <죽장에 삿갓 쓰고>
마지막 결정판이 위에 적은 <각설이 타령>이다.
세 곡 다 한잔 먹고 떠나는 노래이니
내가 어찌 다른 음식을 좋아하겠는가?
어릴 적 노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출퇴근시 반드시 지나는 한적한 골목에 떡집이 있다.
떡집 아주머니가 인사성 바르고 상냑한데다
맨날 떡 주무르며 밖을 내다보는 게 일이니
인사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인사 백날 하면 뭐하나?
떡을 안사는 걸.

사실 떡을 안사면 인간 대접을 못 받는다.
내 말이 틀리나 떡집 주인에게 물어보라.
이완용이가 나쁜가 떡 안 사는 놈이 나쁜가.

솔직히
'이완용보다 더 나쁜 놈'이 되기는 싫어
한 달에 한 번쯤 떡을 산다.

어제 일이다.
떡 산지 달포가 지났건만
개기며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아주머니가 그늘 속에 숨어있는 게 보인다.
나는 자동적으로 그 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물었다.
"호박떡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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