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으로 파병은 국민들의 힘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 원외의 파병반대운동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라크 전쟁은 거짓된 정보에 의한 것'이라는 미 의회의 보고서를 최대한 이용해 원내에서 분위기를 뒤집어야 한다."
파병재검토 모임을 끝까지 지키던 의원 중 한명인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의 말이다. 그러나 국방위 상정이 안 된 '파병 재검토 결의안'은 몇몇 의원들의 본회의장 철야농성에도 불구하고 끝내 의장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사진 1>
***"파병문제, 원외에서 크게 싸워주지 않으면 힘들다"**
15일로 회기가 끝나면 의원들의 개인일정이 시작돼 원내 파병논의는 8월 임시회가 소집되지 않으면 사실상 소강상태가 된다. 임시회는 재적수의 1/4 이상 의원이 요구나 의장 직권으로 소집할 수 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미 의회 이라크 보고서의 정치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이슈가 원내에서 확산되지 못했다"며 "대정부질의, 예결위, 행정수도, 친일진상규명법, 박근혜 패러디 파문 등에 묻혀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와 침략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한 서명도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 바깥에서 크게 싸워주지 않으면 사실상 안에서 파병 재검토 여론이 불붙기 힘들다"며 "양당의 파병찬성 당론으로 인해 원내 재검토 여론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계를 토로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노선 논란**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후 파병반대 여론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이나, 탄핵정국때처럼 파괴력이 강하지 못한 대목도 사실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촛불시위로 파병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파병반대국민행동'내 노선갈등도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면적 문제제기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모임(이하 민지네)이 시작했다. 이들은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국민의 파병반대 열기를 관리하고 있다"며 "좀 더 적극적인 구호인 '노무현 정권 퇴진'을 내세우자"고 주장했다.
<사진 2>
한 민지네 관계자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주요 단체인사가 파병에 반대하면서도 '노무현대통령님 파병을 철회해 주세요'식의 '읍소' 발언을 하는 등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직접적 규탄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는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관계자는 "이러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운영위를 열고 구호나 운동수위를 논의했지만 '노무현 퇴진' 구호는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방향으로 모아졌다"며 "파병반대와 정권퇴진은 다른 문제인 데다가 퇴진구호가 자칫 시민들의 참여를 막고 운동을 협소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행동은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서 17일 파병반대 총궐기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씨 9/11, 파병반대 여론 재점화할까**
<사진 3>
이같은 가운데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과 부시행정부의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어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을 오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상영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화씨 9/11'은 13, 14일 계속된 언론계 및 사회단체 국내시사회에서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의 폭소가 계속되고 영화가 끝나자 오랜 시간 박수가 계속될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열렬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이라크 파병국들은 군산복합체와 석유자본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부시 일가'의 이익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어, 국내 파병여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영화가 예상과는 달리 딱딱한 다큐멘터리 방식을 벗어나 무어 감독 특유의 패러디와 독설이 계속되면서 폭소를 자아내,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국내 젊은층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평가도 주목을 끄는 대목중 하나다.
이날 상영에는 김혜경 대표를 비롯하여,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민주노총, 전농, 민중연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각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와 배우 문소리, 오지혜와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 등 영화계 인사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지안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장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방한을 추진했으나 어렵다는 연락에 따라 '전쟁반대와 한국의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상메세지를 추진중에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과 빈 라덴 일가의 밀착관계 의혹 제기로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화씨 9/11'이 국내에서는 파병반대 여론을 재점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