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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가 꿈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학교, 함께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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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가 꿈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학교, 함께 만들어요"

[현장] '희망의 우리학교' 설립 준비모임

조흥식(19) 군이 생각하는 학교는 "대기업에서 노동하는 노예를 찍어내는 곳"이다. 심지어 그는 "공장 같다"라고도 말했다. 고등학교를 휴학 중인 강재준(18) 군도 "오지선다형 문제만 찍게 해 인생을 결정케 하는 곳"이 학교라고 말했다.

학교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해 경쟁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데 공감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20·30대 직장인 70여 명은 11일 오후 '희망의 우리학교' 설립 준비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은 지난달 29일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거부한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1인 시위에 나선 최훈민(18) 군 주도로 서울 조계사 불교대학 2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관련 기사: <조선>이 칭찬한 'IT 영재'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유는…)

▲ '희망의 우리학교' 설림 준비모임이 11일 오후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이명선)

꿈을 펼칠 수 있는 학교

최훈민 군은 "어제만 해도 이런 곳에서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 첫 모임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며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카페와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참석하겠다고 해 명단을 작성하다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 군은 이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도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했다.

1인시위 12일 만에 오프라인 모임까지 갖게 된 최 군은 '희망의 우리학교' 설립 배경과 목적, 학교 성격과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학생이 만든, 학생이 주인인 '우리학교'를 만들자며 커리큘럼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와 5월 중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까지 자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내가 바라는 학교,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우리학교는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무엇보다 "입시경쟁이 아닌 꿈을 펼칠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은 마음에 지금 학교(서울 영상고)에 오게 됐다"는 정성원(19) 군은 "꿈을 찾아 대구에서 (서울로) 왔는데, 꿈을 못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군은 "처음엔 영화감독이나 PD가 꿈이었던 친구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영상 관련 학과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원하는 꿈을 짓밟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다시 입시를 준비한다는 정은아(20) 씨는 "꿈이 대학 입학인 학생들에게는 현재 입시제도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면서도 "꿈이 대입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다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획일화된 교육이 오히려 학생들의 꿈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훈민 군은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고 기르는 곳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자라나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생이 없는 학교

"세상이 선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최 군은 '희망의 우리학교' 특징으로 선생이 없는 학교를 꼽았다. 그는 "학생이 선생이고 멘토가 선생"이라며, 일반인, 전문가, 학부모로 구성된 멘토단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설가에게 배우는 글이랑, 교사에게 배우는 글은 다르지 않겠는가"라고 역설했다.

참석자 대부분도 이에 동의했다. 직장인 문소영(36) 씨는 "이 모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학생이 주도가 됐다는 것"이라며 "먼저 태어나서 선생이라고 칭하는 것이지 그 사람(선생)이 뭔가를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선생 없는 학교'란 현재 학교 시스템과는 다른 학교를 만들겠다는 상징적 표현이다. 입시 경쟁으로 몰아가는 선생이 아닌, 인간적 멘토가 될 수 있는 선생과 함께 진정한 배움이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공부 잘하는 이들을 천재라고 하는데, 어디에 미쳐야 천재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조흥식 군은 "서태지도 음악에 미쳤기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벌과 스펙이 아닌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왜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임에서는 학교가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대학교를 휴학하고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김민종(31) 씨는 "학교에서 인성을 위해 배우는 도덕과 윤리 같은 교과서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그저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 씨 역시 "많은 교과목을 배운다고 인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 군도 "인성 교육은 강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옳다"고 봤다. 그는 "서로 경쟁하고 짓밟아 1등을 차지하면 된다는 구조 속에서 인성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 참석자들은 학교 설립의 구체적 논의를 위해 희망자를 중심으로 임시 스텝을 모집하고, 2주에 한번 오프라인 정기모임을 갖기로 결정했다. ⓒ프레시안(이명선)

"이렇게 설레기는 처음"

이날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 첫 모임은 열띤 분위기 속에 3시간 반 이상 진행됐다. 김준석(17) 군은 "교육 장관 등이 모여 하는 회의는 제대로 된 게 아니라며 지금 이렇게 모여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말했다. 김 군은 "이미 몸에 배어 있는 학교라는 시스템과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몇 참석자들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등을 언급하며, 그렇기 때문에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를 더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최 군도 "사회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이런 학교를 나왔어도 먹고 살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의 우리학교' 역시 현실 속 학교"라며 "다만 기존의 틀을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위터에서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 소식을 보자마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산에서 왔다는 정우진(18) 양은 "학칙과 현장학습 장소조차 학생이 결정할 수 없는 학교, 문제 있지 않아요?"라며 "학생이 직접 원하는 학교를 만든다는 사실이 너무나 설렌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이현정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은 "학생 주도의 움직임이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교육의 주체인 학생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화시켜 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이 위원은 "현재 ('학벌없는사회'가) 준비 중인 '학벌없는대학(가칭)'과 '희망의 우리학교'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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