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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투쟁은 더욱 강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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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하마스의 투쟁은 더욱 강해질 것”

김재명의 '중동 현지 르포' <2> 하마스 대변인 인터뷰

1967년 6일전쟁 뒤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과 강압통치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전쟁범죄 행위’로 비난 받아왔다. 이스라엘 군의 억압에 맞서 2000년 9월부터 벌어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봉기)의 주력군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는 지난 1차 인티파다(1987∼93년) 초기에 만들어졌던 하마스(Hamas)의 군사부분인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 둘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에 충성하는 알-아크사 순교여단. 셋째는 ‘이슬람 지하드’를 비롯한 그 밖의 저항조직들이다.

<사진1> 하마스의 새 지도자로 이스라엘이 꼽고 있는 알-자하르가 운영하던 가자 시내 병원. 자하르는 병원을 폐업하고 지하로 잠적했다.@김재명

하마스가 창립된 지 4년 뒤인 1991년에 정식으로 깃발을 올린 하마스 군사부분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은 다른 어느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보다 잘 훈련되고 무장력도 뛰어나다. 그 규모는 약 2천명. 현재 가자지구 하마스의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을 이끌고 있는 두 인물은 모하메드 데이프, 아드난 고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군의 표적사살 리스트 앞머리에 올라있다. 데이프는 지금껏 네 차례 공격을 받았고 지난해 9월 한쪽 눈을 잃었다. 고울도 세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6월말 이스라엘 군의 공격에서 그는 살아남았지만, 아들을 잃었다.

***하마스 지도자들, 지하로 잠적**

올 봄 들어 이스라엘 군이 ‘표적사살’ 전략을 강화하면서 잇달아 하마스 정치부문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 등을 헬기 미사일로 쏴 죽이자, 팔레스타인 저항조직원들은 철저히 지하로 들어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의 표적사살로부터 새 지도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가 누구인지도 대외적으로 비밀로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부 신 베트는 팔레스타인 사회 안에 심어놓은 첩자(팔레스타인 협력자)들이 건네는 정보를 바탕으로 마흐무드 알-자하르(53)를 하마스의 새 지도자로 꼽고 있다. 2003년 9월 이스라엘 F-16기가 알-자하르의 집을 폭격했을 때 가벼운 부상을 입고 살아남았지만, 맏아들이 죽었다.

<사진 2> 하마스 근거지의 하나인 가자 시내 북쪽 자발랴 난민수용소 회교사원 벽에 그려진 전투적인 벽화.

알-자하르의 직업은 지난 4월에 피살됐던 란티시와 마찬가지로 의사다. 지난 3월 피살됐던 야신의 주치의였다. 필자는 그를 가자 시내 병원에서 1년 터울을 두고 두 차례 만났었다. 알-자하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군사적 불균형이란 관점에서 하마스의 자살폭탄 공격론을 옹호했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하마스가 죽음을 마다 않는 폭탄 공격을 가함으로써 공포라는 면에서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국가테러에 맞서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론이다.

그러나 이번 가자 취재길에 알-란티시 인터뷰는 이뤄지지 못했다. 가자 현지의 안내자인 사프와트는 “하마스 지도자들은 모두 지하로 들어갔다. 그들을 만나는 것은 현재로선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알-란티시도 병원 문을 닫고 잠적했다는 얘기다. 오는 7월초 방영 예정인 ‘이슬람, 저항의 이유’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인 KBS 방송국의 <일요 스페셜> 팀(장영주 PD)과 함께 필자는 가자 시내 알-자하르의 병원으로 가보았다. 혹시나 만남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지만, 역시나였다. 병원 대신 한국으로 치면 보습학원이 들어서 있어, 어린이들만 들락거릴 뿐이었다.

***“저항적 죽음은 곧 순교행위”**

하마스 지도자 알-자하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자 현지 취재길에 어렵사리 하마스 대변인을 만났다. 가자 시내의 한 건물 안에서 마주한 하마스 대변인 사미 아부 주흐리(36)는 팔레스타인 투쟁가답게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인물이었다. 인터뷰는 약 40분 동안에 걸쳐 이뤄졌다. 아래는 그 주요대목을 정리한 것이다.

<사진 3> 하마스 대변인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는 기본적으로 어떤 조직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억압으로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여러 조직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무력으로 억압하는 데 분연히 맞서다 죽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순교다. 하마스 때문에 이스라엘 쪽 시민들이 죽고 다친다고 말하지만, 오늘의 현실을 보면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훨씬 더 많이 죽이고 있다. 이즈음 가자 지구, 특히 남쪽 라파 지역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군의 만행으로 어린 소년 소녀들을 포함해 많은 민초들이 고통 받고 있는 중이다. 바로 얼마 전에도 이스라엘 군은 억압에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데모대를 향해 총을 쏘아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내 개인적으로는 회교도로서 하마스에 가입해 억압자인 이스라엘에 투쟁하는 것은 이 땅에서 알라(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 믿는다”

<사진 4> 가자지구 곳곳에 포진한 이스라엘군의 요새화된 감시초소.

-하마스 지도자들이 잇달아 이스라엘 군의 헬기 미사일에 맞아 피살된 뒤 많은 사람들은 하마스가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껏 이렇다할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하마스가 전보다 힘이 약해진 때문인가?

“하마스는 강한 운동이다. 지금껏 이스라엘 군에게 많은 타격을 주어왔다. 알 카삼 여단은 란티시가 감옥에 있을 때 창설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죽고 투옥됐지만, 우리는 지난날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해왔다.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두 번 큰 공격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란티시가 암살된 뒤 우리는 가자지역 안으로 진입해오는 이스라엘 탱크를 공격해 6명의 병사를 죽였다. 이는 이스라엘 군에 심리적으로도 큰 타격을 주었다고 판단한다. 하마스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하마스는 아라파트의 지도력 인정한다”**

-하마스 지도자들의 잇단 죽음 뒤 하마스의 전략에 어떤 변화는 없는가.

“하마스는 하마스다.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 강점정책에 저항한다는 하마스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인티파다(봉기) 과정에서 하마스는 다른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이를테면 친아라파트 계열인 알-아크사 순교여단이나 이슬람 지하드 같은 무장조직들과 투쟁을 조율해왔다고 알려지는데…

“그렇다. 팔레스타인의 여러 저항조직들을 아우르는 ‘최고 위원회’가 구성돼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 군에 맞서왔다”

-하마스는 오슬로 평화협정 반대를 비롯,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야세르 아라파트의 대이스라엘 평화협상 노선을 타협적인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인티파다 과정에서 하마스에 대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지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민중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라파트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리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기만적인 점령정책에 아라파트가 때때로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을 비판해왔다. 그렇지만 현시점에서 우리 팔레스타인의 적은 이스라엘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으로서 아라파트가 지닌 지도력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에 맞서 함께 싸울 것이다. 이스라엘 샤론 정권과 그를 지지하는 미국은 아라파트의 지도력에 흠집을 내려들고 그를 갈아치우려 들고 있다. 누가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나서는가의 문제는 오로지 팔레스타인 내부문제이고, 따라서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결정할 문제다. 하마스는 외부세력들이 아라파트의 정치 지도력에 대해 간섭하려드는 것을 거부한다”

<사진 5> 가자시내의 시파병원 중환자실에는 이스라엘군의 마구잡이 총격으로 의식불명이 된 중상자들이 끊임 없이 밀려든다.

-하마스 지도자들이 잇달아 암살된 뒤 누가 새 지도자로 뽑혔는지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 베트는 새 지도자가 알-자하르라고 믿고 있는데…

“하마스는 1987년 처음 조직됐을 때부터 기본적으로 비밀조직의 성격을 지녀왔다. 그동안 란티시를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이 바깥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그의 피살을 계기로 하마스는 원래의 비밀조직 성격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따라서 누가 하마스 새 지도자인지는 대외적으론 비밀이다”

***미국 공격 않는 전략적 이유**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의 가자 지구 철수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그것이 철수안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거부한다. 한마디로 샤론의 가자 철수안이란 매우 위험스런 내용을 담고 있다. 샤론은 가자에서 철수하는 대신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늘린다는 걸 전제로 삼고 있다. 서안지구에 이른바 보안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샤론은 가자에서 철수하기 전에 가자 지역의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파괴해 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샤론의 후원자인데, 하마스는 왜 미국을 공격하지 않는가.

“팔레스타인 점령자인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하마스의 기본전략이다. 현 국제정세로 미뤄 우리의 투쟁 범위를 더 바깥으로 넓히는 것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란 판단이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겠다. 현재 여러 상황이 어렵더라도, 저항의지를 지닌 민족은 끝내 승리한다는 신념 아래 하마스를 비롯한 우리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투쟁은 다음 세대로 줄기차게 이어져갈 것이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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