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개혁당 출신 당선자들은 6일 파병 문제를 논의한 끝에 "전반적으로 파병 재검토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로 방침을 모았다. 김근태 원내대표와 새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던진 천정배 의원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파병 신중론'이 여권 내에 급속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시민, "파병문제 재검토해야"**
유시민 의원, 안민석, 김형주, 김재윤, 김태년, 강기정 당선자 등 개혁당 출신과 박명광, 장향숙, 장경수, 정청래 당선자 등 10여명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참여정치실천의원모임'(가칭. 참여모임)을 구성하고 매주 정기 모임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유 의원은 "파병 문제가 주요 논제가 되지 않아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이었다"면서 "파병 문제에 관해서 모임차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이라크에 간 미군이 초기에는 점령군과 해방군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었으나 최근 포로학대 사건 등을 보면 해방군 이미지는 사라지고 점령군화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파병 문제는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몇 달전과 상황이 극명하게 달라졌는데 재건부대와 전투부대가 반반씩 섞인 한국군을 파병해야 할 지 진지하게 재검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여명 참여, 독자세력화 본격 행보**
'열린당내 야당'으로 불리던 개혁당파가 당 내에서 본격적인 독자행보를 보임에 따라, 당장 11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정동영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김근태 원내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민주파의 양강구도를 견제할 제 3의 세력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이날 모임의 성격에 대해 "개인적 연고관계가 얽힌 모임이 아니니 '계파'란 표현을 쓰는 것은 옳지 않고 동일한 가치를 중심으로 모였으니 건전한 '정파' 개념으로 볼 수는 있다"고 독자 세력화를 인정했다.
유 의원은 또 "오늘 모인 분들 외에도 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유기홍, 이광철, 김재홍, 장혜숙, 이상락, 조경태, 박기준 당선자 등이 동참의사를 밝혀왔다"며 "구성원은 20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여명 안팎이었던 구 개혁당파가 20명 규모로 외연이 확대될 경우 참여모임은 '되게는 못하지만 안되게는 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이에 참여모임 세력화는 11일 실시되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천정배 의원간의 경쟁구도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모임에서 참여모임은 ▲정책조율능력 ▲진보.개혁노선 ▲통합적 지도력 ▲협상력 등을 원내대표 선택기준으로 제시하고 "집단적인 지지선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행동통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모임 독자 후보로 유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 의원 스스로 "당이 두쪽으로 갈라진 것도 골치 아픈데 세쪽으로 갈라질 필요가 있냐"며 "따로 후보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 '독주'에 반기**
이에 앞선 4일에는 유 의원과 개혁당 출신 당선자들이 정동영 의장 등 지도부가 제시한 당직개편안과 당내 기구 신설안을 강력히 반대해 결정을 보류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지도부가 제시한 당내 기구 신설과 당직 개편 등은 중앙당을 축소하고 원내 정책정당을 지향한다는 창당 정신에 어긋나는데다 총선 이후 모든 의사 결정을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당권파의 제안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같은 구 개혁당파의 독자세력화는 지난 2일 유 의원이 중앙당 당직사퇴를 발표한 후, 본격화 되고 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큰 정당의 중앙당에서 하는 이른바 '궁정 정치'는 체질에 안 맞는다"며 "더 이상 중앙당 당직을 맡지 않고 기존의 전자정당추진위원장직도 사퇴할 것"을 선언했다.
글에서 유 의원은 "이러저런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비공개적 정보유통과 자리다툼, 밖으로 내건 좋은 명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주고받기, 한편으로 스스로 모사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모사를 의심하는 소위 중앙정치는 적응하기 어려운 분야였다"며 지도부 중심의 의사결정에 대립각을 세우고 "앞으로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아직 이루지 못한 정당 혁명의 꿈을 밀고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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