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일 국회에서 대표회담을 갖고 "▲민생우선ㆍ경제 우선 ▲부패정치와의 완전 절연, ▲'원칙과 규칙'에 입각한 의회주의 정치 구현이라는 17대 국회의 3대 원칙"에 합의했다.
이어 양당 대표는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한다 ▲올해를 정경유착과 부패정치 근절의 원년으로 삼는다 ▲원칙과 규칙이 존중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간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공동발전에 앞장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로 거듭난다"는 17대 국회의 '5대 핵심 과제'에 합의했다.
양당 대표는 이같은 합의 사항을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ㆍ야 대표 협약'으로 지칭했다. '합의'가 아닌 '협약'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열린우리당 김영춘 당의장비서실장은 "과거에 숱하게 많은 대표 회담을 진행했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며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여야 대표회담의 합의사항을 대국민 약속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문제의식에서 협약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밝혔다.
***국회내 '규제개혁 특위' 신설, '선거구 획정위' 올해 내 구성**
경제 회생을 위해 국회내에 '규제개혁 특위'를 신설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자리 창출 특별위원회'를 신설,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가칭)'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경유착, 부패정치 근절을 위해서 국회내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윤리위원회'와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선거구 획정위는 올해 안에 구성해 결정된 사항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다. 또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신탁제도 추진하기로 했으며 '불법자금 국고환수법' 제정의 기본 윈칙에 합의했다.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치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해 정치관계법을 올해안에 재정비하기로 했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환제 및 주민소환제' 도입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국회개혁특위'를 설치해 국회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고, 국정감사제도의 개선,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설화, 주요쟁점 논의과정에 대한 대국민공개 등을 국회개혁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남북관계를 위해선 '남북관계 발전특위(가칭)'을 설치키로 했다. 남북관계 부분에서는 양당 대표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켜야 되는 한에서'라는 문구로 돼 있었지만, 열린우리당에서 "제도와 정비가 연결되면 북측에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합의문에는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공동발전을 추진해 나간다"고 수정됐다.
마지막으로 국회내에 '미래위원회'를 설치하여 미래지향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교육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했다.
***'김혁규 총리설'에 박근혜 불편한 심기 드러내**
한편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선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싸우지 않는 정치의 시작으로 오늘 만났는데, 아침 신문에 총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더라"며 "싸우지 않는 정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분쟁이 될만한 사항은 피하자"고 한선교 대변인이 전해, '김혁규 총리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박 대표는 "누가 봐도 한나라당이 좋아할 인물이 아닌 상황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상생의 정치가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 의장은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한나라 변화 긍정적 평가", 박, "제1당의 책임감과 사명감 있어야"**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정 의장은 "이번 총선의 민의는 제발 싸우지 말고 국민들이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말보다는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변하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정치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자"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제1당, 집권당, 다수당이 됐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잘 해주기를 바란다"며 "경제 살리기, 싸우지 않는 정치,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화답했다. 그는 "야당도 최대한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대안을 제시하며 비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회담에 대해서 "그 동안 회담을 많이 했는데, 보여주기 위한 정치 쇼가 돼서는 안된다"며 "양당 지도부의 합의 내용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북 문제, '초당적 협력' 강조**
회의 모두에서 양 당 대표는 대북문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양 측간이 원론적인 의견 개진이 주를 이뤄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대화 중간 중간 양 측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 의장이 "재래시장 특별법에 여야가 합의하면 우선 시장에서 좋아할 것"이라며 재래시장 문제를 언급하자 박 대표는 "재래시장을 살려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경기가 살려면 일자리가 창출돼 소비가 늘어야 재래시장이 산다"며 "재래시장의 주변 여건만 살려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투자여건 조성'에 무게를 실었다.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정 의장이 "대북 문제에서 한나라당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국민들도 좋아하고 있다"며 운을 떼자 박 대표는 "대북문제 관련해서 남한에서부터 국론분열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공감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양측 대표는 사안 하나하나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이날 정 의장은 김영춘 비서실장,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회담장에 5분여 일찍 도착해 박 대표를 맞았고, 박 대표는 김형오 사무총장과 이강두 정책위의장, 진영 비서실장 등과 함께 회담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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