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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지도부, 죽을 길만 골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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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지도부, 죽을 길만 골라가..."

선관위 '당권파 손' 들어줘, 민주당 '회생난망'

추미애 위원장의 민주당 선대위가 출범 하루만에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 조순형 대표와 추 위원장간 '옥새 파동'에 중앙선관위가 조순형 대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은 추 위원장 중심의 선대위를 사실상 좌초시켰고, 민주당은 하루만에 '도로 민주당'이 돼 버렸다.

*** 선관위 "민주당의 대표자는 조순형 의원" **

31일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직접 중앙선과위를 찾아 직인변경을 신청해온 데 대해 중앙선관위는 이날 저녁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대표자는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조순형 의원이므로 이날 오전 조 대표의 당인 및 대표자 직인의 변경신고는 적법.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조 대표가 이날 오전 인감변경을 신청한 새 직인이 찍힌 공천장을 제출해야 후보등록이 가능하게 됐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측이 이날 발표하고 선관위에 가등록을 마친 비례대표 후보 40명은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됐다.

선관위는 또 민주당 후보로 선관위에 최재승, 이한수 후보가 동시에 등록된 익산갑의 경우에도 "조순형 대표에게 당이 공식 인하는 공천자가 누구인지 문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미애의 개혁공천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추미애 "당이 죽을 길로 가고 있다" **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으로 추 위원장측의 4개 지역 공천취소 결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상징적인 지역 몇 곳을 재공천함으로써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고자 했던 선대위의 노력도 하루만에 무력화됐다.

선관위가 조 대표의 손을 들어준 사실이 알려지자 추 위원장은 할 말을 잊은 채 "당이 죽을 길로 가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날 추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수행하던 보좌관들에게 "쓰러질 것 같다"고 말했고 국회 의무실 병상에 누운 상태에서 선관위의 결정 사항을 전해 들어야 했다.

팔에 링거액을 꽂고 환자복을 입은 추 위원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민심이반을 초래한 몇 명은 공천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선관위의 결정으로 국민이 바라는 개혁 공천이 좌절됐다"며 "아직 (민주당에) 희망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선 오전 선대위 회의자리에서 추 위원장은 "어떤 여기자가 어제 말하길 '민주당에는 드라마가 진행중'이라고 해서 '무슨 드라마냐'고 되물었더니 '계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라고 답하더라"고 전해 웃음꽃을 피운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이 연출한 '드라마'가 겨우 하루만에 비극으로 끝나버리자, 추 위원장의 얼굴에는 누적된 피로가 드러날 뿐 더이상 웃음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추 위원장은 이날 저녁 예정돼 있던 선대위 회의도 취소했다. 추 위원장은 선대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정계은퇴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추위원을 지지했던 많은 후보들은 공천 반납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희색만발 당권파, 비례대표 자리 놓고 군침**

대신, '희색'은 조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들이 포진한 비대위로 옮겨왔다. 비대위측은 이번 선관위 결정을 "법과 원칙의 승리"라며 "국민이 기뻐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위 측이 공천취소를 통보했던 박상천 전 대표와 유용태 원내대표, 김옥두, 최재승 의원 등 네 명은 조 대표가 전날 재발급해준 공천장으로 이미 선관위에 후보등록 서류를 제출해 놓은 상태로 선관위의 결정으로 공천에 지장이 없어졌다.

또한 선대위의 결정으로 이날 선대위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도 당권파의 개입 여지가 넓어졌다. 사실상 비례대표 확정 권한이 조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우선 비대위 측은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장재식 의원과 조남풍 전 1군사령관, 박강수 전 배제대 총장을 비례대표 앞순위에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비대위의 '입' 역할을 착실히 한 이승희 대변인과 김성재 총선기획단장 등이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황태연 대표 비서실장은 "비대위가 따로 리스트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고 선대위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4% 대로 추락한 민주당의 지지율을 고려해볼 때, 비례대표 앞순위 서너명을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당선권 안의 비례대표 전면교체를 의미해 비례대표 교체 과정에서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한 줌도 안될 비례대표 뱃지를 놓고 마지막 암투가 전개되려 하는 것이다.

***의자왕의 칼에 죽은 계백장군**

선관위의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은 사실상 마지막 실낱같은 재생의 기회마저 상실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공천개혁'이 물건너 감으로써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역시 기대키 어려워진 대신, 당은 의원뿐 아니라 당직자, 당원들까지도 선대위쪽과 비대위쪽로 갈라져 균열의 자국은 더욱 선명해졌다.

추미애 위원장은 선관위 결정이 나오기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출사표에서 자신의 심정을 황산벌에서 비장한 마지막 전투를 벌리려는 백제의 계백장군에 비유했다. 그러나 전투를 치루기도 전에 등 뒤의 의자왕의 칼날에 자신의 목이 먼저 날아간 양상이 됐다.

2주후 민주당이란 간판이 과연 한국정계에 존립할 수 있을지조차가 극히 의문시되는 상황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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