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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정파의 볼모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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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정파의 볼모 되다

[윤재석의 '쾌도난마']<43>

18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조만간 종료될 예정이지만, 주요 법안은 상정도 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각 당이 '4·11 총선전'에 돌입하면서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이다.

'軍政-軍令 통합법' 국회 캐비넷에

문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법안이 뒷전으로 밀려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방개혁법안.


국방개혁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 '국방개혁 2020'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그 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됐고, 2010년 천안함 사건과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발하자 국방부는 작년 3월 8일 버전을 달리한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한다.

핵심은 군정권(인사ㆍ교육ㆍ군수지원)만 행사하던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군령권(작전지휘)까지 부여한다는 것. 즉 지휘체계를 일원화(一元化)해 유사시 효율적인 지휘가 가능한 '전투형 군대'로 변신하기 위해 △상부 지휘구조 개편 △3군 합동성 강화 △북 위협 대응전력 강화를 기하고 이에 필요한 73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2020년까지 전체 장성의 15%(60여명)를 감축하고, 일선 전투력 강화를 위해 각 군 본부 등에서 근무하는 장성과 영관장교 1000여명을 하급 부대로 전환 배치한다는 것.

國防改革法 놓고 여야 핑퐁

국방개혁법안은 작년 5월 처음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방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외형적으론 민주당(민주통합당 전신)의 법안 논의 무시. 하지만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측 국방위원들도 성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10월 정기국회에서도 국방개혁법안은 서자(庶子) 취급을 받았다. 각종 쟁점법안으로 날선 공방을 벌이던 여야가 한나라당의 한ㆍ미FTA법안 날치기 통과로 기름을 붓자 여야가 사생결단이라도 할 듯 한판을 벌였기 때문.

그러는 사이 국방부는 국방개혁을 새로운 버전으로 손질한다. 이른바 '국방개혁 11-30'. 개혁 최종 목표시한을 10년 늘려 2030년으로 잡은 것이다. 그 과정에 이해가 첨예하게 직결되는 군 내부와 예비역 장성, 그 외에 언론, 안보전문가 등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정책설명회를 여는 등 여론 설득 작업도 벌였다.

與野 모두 "18대 국회에선 절대 안돼"

2012년 2월, 국방부는 '국방개혁 11-30'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는 몇 차례의 소위(小委)에서 이를 끝내 처리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외형적으론 여야가 국방개혁안 처리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 국방위 간사 김동성 의원은 지난 8일 "국방개혁안의 표결이 이뤄지도록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간사 신학용 의원은 "국방개혁안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당론조차 없다. 장성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내부에서 교통정리조차 못하면서 야당에 자유 투표를 하자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응대했다.

그럼 이들의 속내는 뭔가?
국방개혁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금 여야 모두 국방개혁안을 볼모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한 마디로 "국방개혁안을 MB의 전리품으로 줄 수 없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입장"이라는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면, 현실적으로 국방개혁안 통과가 화급한 사안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처럼 중대한 안건을 18대 국회에선 처리해 줄 수 없다는 거다.

"우리 戰利品으로 해야"

그렇다면?
19대 국회 개원 후, 또는 정권 교체가 되고 나서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국방개혁은 노무현 정권 때 발의됐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민주통합당이 주도해 처리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럼 새누리당은?
이른바 친박 그룹 중 장성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내부 여론은 4ㆍ11총선에서 국회를 재장악한 후, 또는 18대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후 통과시키지 레임덕에 들어간 MB한테 진상할 필요가 뭐 있냐는 거다.


하지만 한번 따져보자.
정치란 게 아무리 정파의 이익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화급하게 처리할 게 따로 있고, 질질 끌 게 따로 있다.


'국방개혁11-30'은 각론에 들어가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앞서 정리했듯 국군 전투력 향상, 북 위협 대응전력 강화, 전작권 환수 이후 군 전력 운용 등 긴요한 사안을 담은 텍스트다.


북이 언제 또 연평도 포격같은 도발을 해 올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안보 상황에서 국방개혁을 정파 이익의 볼모로 잡아두는 행위는 그 자체가 안보 저해요 매국 행위 아닌가!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새로운 한·미 연합방위 작전계획을 검증하는 데만 최소 3년이 걸린다"고 했다. 이 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방개혁법안이 폐기되면, 사실상 2015년 전작권 환수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언감생심!
자신들의 전리품으로 하겠다는 그들이 정말 국회를 장악하거나, 정권을 잡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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