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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민주당, '추미애 카드'로 역풍막기?

한-민 공조 이미지 불식하려 부심하기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노당 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침몰 위기에 직면한 민주당이 탄핵역풍 뛰어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이 계속되자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교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도부는 우선 '한-민공조' 이미지를 깨기 위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 부각에 부심하고 있다.

*** "탄핵에 책임있는 지도부 교체" **

'지도부 교체론'은 탄핵안 발의에는 반대했으나 표결에는 동참한 이낙연 의원이 제기했다.

이 의원은 18일 한 지방라디오방송에 출연, "선거 전이라 전면적인 쇄신은 힘들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지도부 교체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도 "탄핵정국에 중립적인 자세로 이의를 가지셨던 분이 전면에 나서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도부 교체론은 거듭 주장했다. '탄핵 정국에 이의를 가졌던 인사'라는 표현을 미뤄볼 때, 탄핵정국 이전부터 제기돼 오던 '추미애 단독 선대위원장' 카드를 연상케 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을 염두에 두거나 지칭한 말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17일 저녁 한화갑 전대표와 함께 회동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는 추 위원을 선대위원장으로 하자는 얘기가 많이들 나왔다"고 밝혀, 추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도부 "사퇴는 탄핵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 **

이 의원이 제기한 '지도부 교체론'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지난 14일에 설훈, 조성준, 정범구, 박종완 의원 등 탄핵표결에 불참했던 민주당 의원 4명이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며 '지도부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설훈 의원 등은 추미애 의원을 포함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주장한 데 반해, 이 의원은 '상징적 교체'의 필요성을 제기해 요구의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도부 교체론'에 대한 지도부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는 자칫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지도부의 반응을 전했다. 김 위원은 그러나 "이 의원이 당을 걱정하는 충정에서 제안한 것을 다 알고 있다"며 설훈 의원 등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을 때보다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낙연 의원을 포함한 정범구, 설훈, 전갑길, 배기운, 조한천, 김성순 의원 등과 만났던 한화갑 전대표가 18일 조순형 대표와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민주당이 당면한 역풍을 넘기 위해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을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하는 방책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추 위원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가 과연 역풍을 극복할 만한 '조커'가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추 위원이 탄핵안 발의에는 거부했지만 막판에 입장을 급선회해 의결에 동참했고, 탄핵안 가결후에는 "노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책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많다"고 주장하는 등 실제 탄핵에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못해 대중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이 '추미애 선대위원장 체제'를 거론한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나 '새 카드'로서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민 공조, 실체가 있으면 불에라도 태우고 싶어" **

'지도부 교체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안전거리' 확보에도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탄핵안 가결 이후, 명확한 반노 전선으로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기대했으나 탄핵과정에서 오히려 한나라당과의 공조가 가시화되면서 지지층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18일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촛불시위에 대해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이태백과 사오정만 시위에 나온다'는 말을 했던데 우리는 불법집회야 곤란하지만 집회 자체는 국민의 의사표출 욕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촛불시위 옹호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촛불시위는 다중의 힘으로 탄핵 반대논리를 선동하는 포퓰리즘의 극악한 형태"라는 종전 입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 부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위원은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사안별로 한나라당과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론과 노선 그리고 역사적 뿌리가 다른 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뒤늦은 말 몇마디가 탄핵 가결과정에서 보여준 '한-민공조'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민 공조라는게 뚜렷한 실체가 있는 거면 불이라도 질러서 없애버리는 건데..."라는 김 위원의 혼잣말 속에는 '한-민 공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민주당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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