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정책위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정부가 기획하고 협상타결한 사안에 대해 서한까지 보낸 것은 한마디로 자기부정의 극치이자 국제관례에도 어긋난다."고 비난하였다. 한미 FTA를 노무현 대통령이 기획하고 추진하여 타결했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대통령직에 물러난 2008년 후반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 사태가 발생하자 김해 봉하뉴스 인터넷을 통하여 노 전 대통령은 두 번에 걸쳐 자신이 잘못 판단하였다고 고백하며 한미 FTA 국회비준을 미루고, 협상을 다시 할 것을 주장했었다. 이 엄연한 사실은 외면하고 그 후 MB 정부가 재협상과 재재협상을 통하여 크게 개악하여 국회 본회의장 문을 닫아걸고 날치기 비준을 강행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같은 구 한나라당과 MB 정부의 횡포는 왜 지적하지 않는가.
MB는 2008년초 당선자 시절 청와대로 노 대통령을 찾아가 노무현 대통령의 치적중 제일 잘한 것이 한미 FTA라고 추켜올렸다. 아마도 그때 노무현은 퍼뜩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구나'라고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前職(전직)'이라는 딱지가 붙고 난 다음의 노무현의 재협상 주장은 언론에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을 만큼 미약했다.
최근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사과성 성명을 낸 노 전 대통령의 두 큰 그림자 문재인, 유시민이라도 그때 노무현을 위한 변명을 제대로 해주었어야 했는데 노대통령만 멋쩍게 되었다.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극성했던 시기의 FTA 논리와 상황이 급변하여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세계도처에 크게 드러난 시점의 논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면 되었을 것이다. 어차피 경제적 마인드가 빈약하고 세계 자본주의 변화의 상황파악에 문외한이었던 그들에게 FTA에 대한 노무현의 진정성을 변호해줄 것을 기대했다면 그 자체가 과분할지 모른다.
세계 각국의 지난 10년간 FTA 추진상황을 일별해 보면, 미국과 FTA 협상을 추진하다가 중단하거나 또는 타결해놓고도 불균형한 협상결과에 동의할 수 없어 공식으로 협정을 파기한 나라들이 적지 않다. 남미 15개국 경제연합이 그 대표격이다. FTA 협상을 다 끝낼 때까지 미국 정부가 자기나라 농업부문에 대한 연 190억불의 보조금 삭감조정 요구를 거부하자 15개국이 만장일치로 미국과의 FTA 안을 전면 보이콧했다. 국가 망신이니 어쩌니 떠드는 우리나라 외교부 관리나 새누리당 정책위원회가 참고할 사례이다. 국익이 걸려 있는 사안에 국가망신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외교부가 도대체 어느 나라의 정부부서이며, '죽어도 Go!'라고 우기는 새누리당은 MB식 비즈니스 프랜들리 집단이란 말인가. 그리고 카타르, 타일랜드, 스위스 등 유수한 나라들이 미국과 FTA 협상을 과감히 중단조치 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고 있잖은가. 모두 자기나라의 국익을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해 취한 결단이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중에 내노라 할만한 국가는 겨우 오스트레일리아 정도이다. 그것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삭제한 다음에 체결하였다. 일찍이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로 결속한 멕시코는 지금 경제적으로나 정치사회적으로 거의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없이 추락하였다. EU, 일본, 북유럽, 중국 등 제대로 된 강대국들이 미국과는 단독으로 왜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고 있는지 세계은행(IBRD) 보고서가 간접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지구상의 세 가지 FTA 유형(type) 중 미국과의 FTA 방식이 가장 혹독하고 가장 예속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품무역과 관련한 관세면제 협정(South-South Type)이 아니고, 또는 고유한 경제제도나 토착경제·문화정책에는 비교적 관대한 범관세 및 무역관련 경제협정(EU Type)도 아니며, 그 어느 협정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경제, 사회, 문화, 금융, 서비스, 교육, 노동 등 전반적인 투자 및 경제제도 동조화 협정이 '미국식 FTA'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노무현이 처음엔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검은 머리 미국인' 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고위 통상관료와 미국 앞잡이들이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변설을 늘어놓는다고 그 자신이 태생적으로 장사꾼 CEO가 아닌 노무현 변호사로서 그렇게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평소 국내외 보수세력과 호전적인 부시대통령에게 좌파로 낙인 찍혀 있던 그가 남북정상회담이라도 열어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업적을 역사에 남기고저 했을 때, 미국 부시 정권과 국내 극우보수 세력들에게 묵시적으로 동의를 구할만한 그럴싸한 미끼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한미 FTA 이라고, '검은 머리 통상전문가' 누구, 누구들이 짐짓 충성을 다해 노무현에게 속삭였을 것으로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에게 우리나라 경제를 통째로 내준 대가로 노무현은 대망의 남북정상회담을 방해받지 않고 추진할 수 있었고, 그 검은 머리 통상관료들은 외국 대사로, 재벌기업 임원으로 출세와 부귀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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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표면상으로는 금융, 서비스산업이 장차 우리나라의 신산업성장동력이라고 내세우며 한미 FTA 협상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본뜻이 잿밥에 있다보니 가장 잘못한 협상부문의 하나가 서비스산업의 '네거티브 시스템' 방식의 개방조건이었다. 신호는 왼쪽으로, 핸들은 오른쪽으로 국정을 운행한 운전미숙으로 욕을 바가지로 뒤집어쓰면서 덕분에 MB의 당선을 크게 도와 준 것이 한미 FTA 이었다. 은퇴 후 김해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은 세계 금융위기 파동이 미국발로 크게 번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다시 바른 정신으로 돌아온 모양인지 한미 FTA의 재협상을 주장하게 된 것이라고 유추된다.
아무튼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근심걱정한 경제위기 사태가 지금 이명박 정부에 의해 한미 FTA가 발효되면 1-2년 안에 크게 터질 가능성이 아주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 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금융기관을 친위사단으로 장악하고 끊임없이 '민영화'다,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다 하면서 연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MB의 대통령직 은퇴 후를 준비하는 큰 굿판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 국내 경제사회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과 경기악화로 미루어 보아 그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인천공항, KTX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도 민영화(사적 재산화?)의 대상으로 뽑혀 이상한 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그 조짐이 심상치 않다. 도곡동, 내곡동, 논현동의 부동산 투기에 만족하지 않고, BBK와 다스의 도발적인 처리에도 욕심을 다 채우지 않아서인지, 한미 FTA를 두차례나 개악까지 했는데도 양에 차지않는 모양세다. 한중 FTA다 뭐다 하면서 동시다발 FTA로 온통 나라경제를 까발리고 있다.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니까 무관세로 농축수산물을 수입하고 중소상공인 노동자 서민들이 좀 어려워지더라도 상관 않고 밀어붙인다.
수출을 1조달러 넘게 해보았자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에의 파급효과는 별로 없는 불임(不姙)현상이 구조화되었다. 다만 1%의 재벌과 수출입 대기업들만의 잔치판이 바로 FTA이다. 그로부터 떨어지는 떡고물에 동지적 관계인 보수언론, 정상배 국회의원들이 오랜기간 상당한 혜택을 보게 될 것이고 일부 정치권과 보수세력들은 태평성대를 구가할지 모른다. 그래서 정부는 수백억원을 들여서 한미 FTA 찬양광고를 내고 미국 육류협회는 미국 쇠고기가 제일 좋다고 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것인가. 오로지 우리나라 서민과 농민 노동자 중소상공인들만 죽어나갈 판이다. 문자 그대로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 옥반가효 만성고(玉盤佳肴 萬姓膏), 촉루락시 민루락(燭漏落時 民淚落),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이다.
그런데 막상 보안을 가장 중히 여기는 대통령은 은퇴 후의 거처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저택 후보지로 점찍었던 내곡동을 국민여론의 집중포화로 포기하고 다시 강북이나 경기도 지역의 그린벨트를 찾는 중이라 한다. 시중에서는 확실하게 보안(security)을 담보해 줄 곳은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한미 FTA 최대수혜국인 미국이 아니냐는 농담반 진담반의 비아냥들이 회자되고 있어 민망스럽다. 만약 MB가 최후의 가장 안전한 거처로 미국행을 결심할 경우 같이 동행하여 이주할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지 적이 궁금하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장렬한 최후로 비참하게 그 생을 마치지 않는 한 이미 180도로 등을 돌린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다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MB의 마지막 저택 후보지와 퇴직 후의 모습이 지금부터 미리 궁금하다. 얼마 전 경기도 모 중학교 역사시험의 답안처럼 "아직까지는" 이승만 장로만이 그런 분이셨기는 하지만.
모처럼 정치권에 낭보(朗報)가 떴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위원회의 내부결정에 따르면 심사항목 중 특이사항으로 한미 FTA에 대한 철학과 처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한미 FTA가 폐기될 때까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의 삶과 경제와 사회 교육 문화 법률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경제예속화의 파장을 고려할 때 당연히 점검해 보아야 할 항목이다. 정치인 중에는 일찍이 천정배 전 법무장관만이 유일하게 노 정권 당시 때부터 반대에 앞장섰을 뿐, 한명숙 대표 등 전직 관료들의 경우 기록상 과거행적과 언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이 정동영, 유시민 등 노 정권의 관료 출신정치인들의 뒤를 따라 줄줄이 정중히 사과하고 FTA의 발효반대와 재협상 요구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직접 책임이 가장 큰 문재인은 국민들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하고 어물슬쩍 그 책임에서 비켜서려 하고 있다. 송영길, 안희정 등은 아직도 한미 FTA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
이미 잘못된 한미 FTA를 MB 정부는 재협상, 또 추가적인 재재협상을 통해 더 악화시켜 그것을 날치기로 국회 비준처리하였다. 이 때 이를 동조하고 이끌었던 박근혜와 구 한나라당은 지금도 FTA가 소비자에게 좋고 ISD는 별것이 아니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공부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초록동색의 모교 출신사람들만 주변에 가정교사로 껴안고 있으니 그런 류의 판단밖에 가질게 없다. 심지어 두 정권에 걸쳐 굴욕적인 한미 FTA 협상 및 개악의 주범을 영입하여 여당후보로서 추천한 자가 새누리당 안에 건재하고 뻔뻔히 스스로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설치는 곳이 새누리당이다. 그들이 비록 새하늘당이라 하더라도 구 한나라당처럼 장차 나라경제를 망치고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서민들의 민생을 짓밟은 책임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이러할 때 그동안 여권과 노무현 이명박 정권의 그늘에 숨어서 동조 박수를 보내던 원조(元祖) 한미 FTA 기획세력들이 민주통합당에 상당수 붙박혀 있는 것 같다. 대부분 과거 고위관료 출신인 이들은 MB 정권에 의한 국회비준 추진시 야당내의 협상파 역할을 자임하였다. 그리고 미지근하게 날치기 통과를 묵인 방조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야당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거나 호남의 대도시 지역구에 웅거하면서 야당성을 팔아서 개인적으로 입신양명 부귀영화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제1차로 이번 야당의 공천심사에서 응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생존권을 팔아 한미 FTA를 음양으로 추진한 뼛속까지 재벌옹호 미국이익 옹호세력들을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솎아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떡고물에 기생하며 자란 독버섯 같은 존재들이 아니던가. 그 독버섯들을 파헤쳐 떨쳐내어야 새 정권을 창출하려는 공당(公黨)으로서의 통합당의 미래가 있다.
한미 FTA, 이 단 한가지 기준만 가지고도 옥석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것이 이번의 19대 총선이며 대선의 분기점이다. 거기에 4대강 죽이기 사업, 사학교육파탄과 사학비리 옹호세력, 남북화해 파탄의 방조자, 민주주의와 인권 역행의 악업 등이 추가된다면 금상첨화 격이다. 아무튼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의 행방을 감시해야한다. 함석헌 선생이 말한, 이번 양대선거에서 더 나쁜 놈, 아주 나쁜 놈들을 몰아내고 덜 나쁜 놈으로 대체해 내야 할, 일대 국민적 선택의 시간이 지금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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