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제히 "구국의 승리"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환호성을 올렸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16대 국회 사망"을 선고하고 전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동영 "법의 가면을 쓴 쿠데타"**
속수무책으로 탄핵안 표결을 허용한 열린우리당은 허탈함과 분노가 뒤섞인 가운데, 본회의장을 떠나지 못한 채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정동영 의장은 "법의 가면을 쓴 쿠데타를 용납할 수 없다"며 "법률 쿠데타에 가담한 1백93명을 모조리 총선에서 떨어뜨려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장은 "이게 온당한 일인가. 민주주의, 역사에 당당한 일인가. 그 사람들의 눈빛을 보았다. 당당하지 못했다. 양심의 부끄러움이 있었다"며 "가슴에 달린 금뱃지와 눈앞에 닥친 선거가 이들을 헌정 위기로 몰아세웠다"고 비난했다.
정 의장은 "그들은 승리했다고 자축하고 노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박장대소하고 있지만 그들의 자축은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철저히 짓밟혔다. 힘이 부족했다"며 "그러나 용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힘이 없음을 용서해달라"고 울먹였다.
정 의장은 "우리에게 제발 다시 용기를 부여해달라. 싸워나가겠다. 짓밟힌 헌정, 짓밟힌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총선 승리를 다짐하기도 했다.
***우리당 47명, 의원직 총사퇴**
열린우리당은 이어 소속의원 47명 명의의 성명을 통해 "16대 국회 사망을 선고한다"고 선언하고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략적 야욕에 의해 의회쿠데타가 벌어졌다"며 "이것은 의회독재에 의한 민주주의의 학살이다. 15개월 전 국민의 선택을 짓밟고 의회독재세력이 정권을 찬탈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당은 "분노와 치욕의 56분, 그 짧은시간 동안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학살당했고 새로운 시대를 소망한 국민의 바람이 처참하게 학살당했다"며 "민주주의와 민의가 학살당한 그 자리에 비이성과 광기가 춤을 추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이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과 함께 쿠데타 세력의 만행에 맞서 결연히 투쟁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와 민주주의 역사에 조종을 울린 저들에 맞서 민주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나라, "구국의 결단"**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회주의의 승리", "국민의 승리"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한나라당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국정혼란과 부정부패에 물든 노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구국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고건 총리는 차질없이 국정을 수행해야 하며, 한나라당은 국정혼란과 민생불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부대변인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며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며 "노무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 독선과 오만 속에 무너지고 있는 나라를 바로잡아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찾으라는 국민들의 엄중한 명령을 이행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무겁고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은 부대변인은 "'국민을 외면하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 받는다'는 이번 사태의 소중한 교훈을 가슴에 안고,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에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3시에 국회에서 최병렬 대표와 주요 당직자들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
민주당은도 "국민의 승리와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산회 즉시 긴급 의총을 소집, 향후 탄핵 일정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조순형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탄핵 이후 정국을 수습하고 헌정질서를 수호할 책무가 민주당에 있다"며 정국 안정을 위한 의원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의총도중, 김영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17대 총선을 공정히 치르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대통령 탄핵을 국민의 승리와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하기까지 6개월여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주당은 민생을 챙기고 경제 살리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의회적 노력을 다하겠다"며 국민에게도 동요 없이 생업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했다.
민주당은 의총 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국민의 승리이자 의회주의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남아있는 만큼 민주당은 오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고자 한다"며 "이 기간 동안 나타난 국론분열을 치유하는데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JP, "오늘 사과 어제 했었으면..." **
본회의 직전, 표결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오늘 사과를 어제 했었으면 오늘의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총재는 "오늘 아침에라도 청와대를 찾아가 대통령에게 사과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지방을 가 버렸더라"며 "대신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해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자민련 김학원 총무 등 8명의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했고, 김 총재의 뜻에 따라 전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재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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