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민주 대표는 10일 오후 두시에 약속이나 한 듯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극단적으로 규정했고, 조순형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점거를 '의회 쿠데타'라며 강도높게 비난하는 등 여권에 대한 맹공을 펼쳤다. 이들은 노대통령이 사과를 하더라도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밝혀,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탄핵정국에 승부수를 거는 모양새다.
***"盧, 독재자로 가고 있어"**
최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의 자세는 분명히 국회도 무시하고 중앙선관위도 필요없다는 독재자의 길, 바로 그것"이라며 "독재 대통령의 등장은 바로 국가의 파국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우리 야당이, 또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은 스스로 10분의 1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초과할 경우 정계은퇴, 즉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약속해 왔다"며 "검찰 수사결과 8백23억 대 1백13억으로 밝혀져 7분의 1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으니,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자진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은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국가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국민을 겁주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제 그런 일쯤은 자연스럽게 극복해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56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그런 일' 정도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 결정되면 개헌도 추진"**
최 대표는 "국무총리가 대행해도 지금보다 못할 리 없고, 국가가 혼란에 빠지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고 야당도 국정운영에 전폭적이고 헌신적인 협조와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1년과 같은 혼란과 갈등, 국정파탄을 앞으로 4년간 더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할 경우 "국민의 뜻을 모아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될지, 또 다른 개헌을 하게될지 자연스럽게 결정되지 않겠나"고 개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각제니 뭐니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다"고 현단계에서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내 여러 의견 있지만 하나로 모아질 것"**
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넘기기 위해, 탄핵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았던 당내 신중론자들에게도 사실상 가결을 압박했다.
최 대표는 "우리 당 안에는 공천 탈락자와 이미 탈당을 결의한 사람,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사람과 탄핵문제와 관련해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젊은 의원들까지 여러 갈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탄핵에 대한 내부 진통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전통이 있는 한나라당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있다고 해도 최종 투표 단계에서 그런 식의 다양한 의견은 하나로 묶어질 것이라 확신한다"며 "의견이 하나로 묶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당내 설득작업이 진행중임을 밝혔다.
최 대표는 또한 자민련에 대해서도 "동참해 주시도록 노력해 봐야 되지 않겠냐"고 탄핵안 가결을 위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저지 방침에 대해선 "의장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의장에게 (경호권 발동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할 경우 탄핵안 철회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발표내용을 본 뒤 당에서 검토해 볼 수 있으나, 지금 가정해 뭐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조순형, “이제는 사죄나 재발방지 약속도 의미 없어”**
민주당 조순형 대표도 같은 시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11일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결과와 상관없이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에게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하고 순조로운 탄핵안 표결을 위해 열린우리당의 본회의장 점거 중단을 지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 대표는 “사죄나 재발방지 요구를 하며 대통령에게 준 시한은 7일까지이며 오늘 6시부터 탄핵안 가결 단계에서 사죄니 재발방지 약속이니 하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11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불법대선자금, 당선축하금, 경선자금, 열린우리당 창당자금 등 4대 불법자금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10분의 1 발언에 대한 책임지는 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언론보도 통해서 보면 기자회견의 주제는 검찰,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대통령 입장 표명인 것 같고 기자들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대통령 특유의 화법으로 넘어갈 것 같다”며 별 기대는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대표는 또 “민주당이 만족할 만한 대통령의 사과 방식을 지금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면서 “오히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탄핵 절차에 지장이 올 수도 있다”며 대통령의 사과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탄핵안 가결 쪽으로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조 대표는 “가결에 확신하고 있다”며 탄핵안 가결에 자신감을 보였고, 자민련이나 무소속 의원들과의 공조부분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진척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대통령 직무정지시 국정책임을 이어받는 고건 총리를 ‘행정의 달인’이라며 치켜세우며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애쓰는 모습이었다.
*** "열린우리당 본회의장 점거는 반개혁적 쿠데타"**
조 대표는 또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누구보다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국민에게 누구보다 먼저 석고대죄해야 할 열린우리당이 도리어 국회 본회의장을 불법점거하고 헌법절차에 의한 정당한 탄핵발의를 내란음모 운운하며 ‘노사모’를 선동하고 있다”며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반개혁적 쿠데타요, 내란행위에 해단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불법점거를 중단토록 즉각 지시치 않으면 이 또한 탄핵사유가 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의 본회의장 점거와 일부 노사모 회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입한 것과 관련해 유용태 원내대표가 박관용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항의를 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박 의장에 대해 11일 탄핵안 표결 시 경호권 발동을 요구키로 했다.
20여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유용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최명헌, 김옥두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배석했으나 탄핵 발의시 서명을 하지 않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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