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4일 저녁 긴급의총을 열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논의한 결과, 오는 7일까지 노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선거개입 중단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 민주당 소속의원 63명 중 38명 탄핵 결의에 서명**
폭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긴급의총이 열린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는 소속의원 63명 중 40명이 참석했다.
신년 기자회견부터 꾸준히 대통령 탄핵을 거론해온 조순형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는 행동할 시간이며,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실기한다"며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은 악의 편"이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는 조 대표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비공개로 이어진 찬반토론에서도 탄핵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상천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위법 행위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큰 문제이며, 이는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균환 의원도 "의원들이 자신의 선거를 생각해서 머뭇거리면 안된다"며 "탄핵에 따른 국민불안은 국무총리의 안정감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미애 상임중앙위원과 설훈 의원 등 소장파는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일찌감치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추 위원은 "탄핵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한-민 공조'에 대한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고 설 의원도 "탄핵 발의는 덜 익었다"며 탄핵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선거개입에 대한 약속이 없을 경우 곧바로 탄핵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결의문은 남은 38명 의원들의 지지속에 채택됐다. 탄핵 발의의 구체적 시기와 절차는 조 대표에게 위임됐다.
*** 이르면 8일 탄핵 소추안 발의할 수도**
민주당이 그동안 엄포성이 짙었던 탄핵을 실제로 결의하고 나서자 발의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은 민주당이 탄핵 발의에 '대통령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을 붙인 만큼 실제 발의까지는 며칠 여유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김영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이제껏 행보를 볼 때 사과할 분이라고 생각치 않는다"고 밝혀 노 대통령이 요구사항을 수용하리라 기대치 않고 있는 지도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조 대표가 "빠른 시일 내"라며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고 실무진들은 탄핵안 문안 검토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미 탄핵 발의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4일 의총장에서는 "(노 대통령의 반응을) 7일까지만 기다려 보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다수의 의원들이 총선이 임박한 만큼 빠른 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한나라당이 탄핵발의 여부에 대한 당론을 모으기로 한 5일 의총에서 탄핵 공조에 동의할 경우, 이르면 8일 예정된 본회의에 탄핵 소추안이 발의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 탄핵 실제 발의 가능성은 불투명 **
그러나 탄핵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야권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많아 실제 탄핵 발의에 돌입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대통령을 탄핵하는 초유의 사태가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하다. 4일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이 제시한 성인 1천6백여명을 상대로 한 민주당 여론조사에서는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6%, 반대한다는 의견이 43%로 찬반이 비슷했다. 그러나 조사차원이 아니라 실제 탄핵이 돌입할 경우에는 불안감을 느낀 국민들이 오히려 야권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 요건이 갖추어 졌는지에 대한 판단도 불분명하다. 헌법 제 62조 1항은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을 '법률 위반'으로 볼 것인지 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선관위가 적용한 조항은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규정한 선거법 9조인데 이는 처벌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도 변수다. 추미애, 설훈 의원, 장성민 청년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쇄신파 의원들은 주말께에 회동을 갖고 당의 탄핵 발의 결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5일 의총을 열 계획인 한나라당에서는 남경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이 "당장 탄핵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의 당론 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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