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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낙하산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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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낙하산 인사’ 논란

신임 부사장에 권영만 전 청와대비서관 임명

EBS가 지난 2월초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김명전 전 부사장의 후임에 권영만 전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EBS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고석만 EBS 사장은 2일 지난해 12월까지 보도지원비서관 겸 춘추관장을 지낸 권영만씨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고석만 사장과 신임 권영만 부사장은 모두 MBC 출신 인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권영만 부사장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비서실에 합류해 그동안 홍보수석실 국내언론2비서관(방송담당), 국정홍보비서관, 보도지원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신임 부사장의 능력 여부와는 관계없이 EBS 경영진의 위상이 정치권 인사의 자리 봐주기용으로 전락했다는 데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EBS지부는 “우리는 신임 부사장 임명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을 목도하게 됐다”며 “(구성원들이)시청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힘써 싸우지 않는다면,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지 않는 ‘고도’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삼 EBS지부 사무국장은 “정치권 인사의 기용은 아직 EBS가 온전한 공영방송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고석만 사장의 결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러한 정치색 짙은 인사권 행사는 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EBS 구성원들에게도 자괴감을 안겨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EBS지부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우리는 신임 부사장을 환영할 수 없다**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 신임 부사장에 권영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임명되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위원장 이상철)는 부사장 임명에 관한 충언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은 경영진에 대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신임 부사장의 능력 여부와는 관계없이 EBS 경영진의 위상이 정치권 인사의 자리 봐주기용으로 전락했다는 데 심히 유감이다. 물론 신임 부사장을 환영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임 부사장 임명은 EBS의 재정과 무관하지 않다. EBS는 고석만 사장이라는 사적인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EBS는 EBS 구성원들의 소유도 아니다. 또한 국명방송도 아니다. 지금 이 시대에서 호흡하고 있으며 행복스럽기보다는 나날의 삶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시청자가 주인이다. 시청자가 주인인 EBS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다. 때문에 공영방송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EBS는 재정 압박으로 국고 지원을 받고 있으며, 화면을 더럽히는 상업적 광고를 통해서야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 EBS는 온전한 공영방송이 아니라 3분의 1만 공영일 뿐이다. 그것도 시청자들에게 직접 부담을 지우는 공적재원(수신료)은 3%만을 지원받고 있을 뿐이다. 공영방송은 재정이 독립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가 먼저 나서서 EBS가 오직 시청자들에 대한 봉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 정비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가겠다.

우리는 신임 부사장 임명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을 목도한다. 우리는 아직 경영을 마음 놓고 믿고 맡겨볼 선배를 아직 가지지 못했다. 사리를 분별할 줄 알며, 사심 없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궁극에는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헌신했던 선배를 가져보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선배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조직을 위해 한 번이라도 저항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시청자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하찮은 이익을 버려본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권위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힘써 싸우지 않는다면,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지 않는 고도(Godot)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 구성된 경영진에게 오직 시청자들에 대한 의무만을 생각하며 60여일간 계절을 넘기며 투쟁했던 EBS의 자랑스러운 파업의 역사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다. 우리는 그 시절 아무런 보상 없이 눈물을 삼키며 무노동 무임금으로 투쟁했다. 그리고 성숙했다. 그리고 독립 공사를 이뤄냈다. 아직 하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은 뼈아픈 그러나,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경영진은 매사에 EBS의 만들어지는 전통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2004년 3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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