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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우리당 앞에서 '항의'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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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우리당 앞에서 '항의'한 사연

진주농민 무더기 상경, "농민 후보 막지마소"

"아니, 사면복권을 왜 '우리당'에 오셔서?"
"측근당이라면서요!"

<사진 1>
<사진 2>

20일 진주농민들이 대거 상경했다. 이번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농민후보로 출마예정인 진주 갑 강병기 후보의 사면복권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1백50여명의 진주농민과 영남 지역 민주노동당원들이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가진 것과 별개로 하영기 진주농민회장, 하해룡 진주시 민중연대 상임의장 등 13명의 농민들은 열린우리당을 찾아갔다.

***"강금실장관, 문재인수석 등한테 이미 사면약속 받았다고 알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영남지역에서 한나라당 꺾을라고 당선권에 제일 가까이 있는 진주에 강병기 위원장, 창원갑에 손석형 위원장같은 민주노동당 후보를 출마 못하그로 사면복권을 반대하는 거 아니겠습니꺼. 하지만 이거는 분명히 오판이거든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한테 이거 얘기해 줄라꼬 안 왔십니꺼."

진주 농민회 남성민 정책실장(34)은 "지금 하순봉 의원이 진주에서 4선 의원이지만 2번이나 낙천낙선 대상자에 오른 데다가 지역활동에 있어서나 의정활동에 있어서나 실정이 많아 진주에서는 지금 어느때보다도 '농민후보가 당선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강병기 후보는 전농사무총장으로 농민대회 때 사회를 봤다가 집시법 위반사유로 구속됐고 우리가 알기로는 강금실장관, 문재인수석 등한테 이미 사면 약속받았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분을 참지 못했다.

남 실장은 강병기 후보의 강세요인에 대해 '농민회 지도부의 건강성'과 더불어 '민주노총, 민중연대, YMCA 등 진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병기 후보에 매우 호의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농민 후보가 절실한 이유**

진주에서 25년째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문형기(53)씨는 "강병기 후보는 아주 밑바닥부터 시작한 사람"이라며 "농사도 소규모로 지어 빚도 아주 많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강병기 후보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올라온 사람들도 대부분 5~60이 넘은 노인네들이고 '민주노동당이 머하는 당'인가 하지만 강병기와 농민회에 대한 믿음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그만큼 FTA 같은 사안이 농민들에게 절실했고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 또한 간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민후보의 의미에 대해 "인지도도 없던 사람을 밑바닥 민중의 힘으로 후보로 올려서 당선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농민후보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분명히 기존 흐름을 바꾸고 고여있는 정치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사면복권)사전약속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이렇게 나오는 것도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인지도가 자꾸 올라가니깐 이러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 3>

오후 3시부터 열린우리당사가 상주한 여의도 국민일보 건물 앞에서 13명의 진주농민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연좌농성'을 하는동안 농민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119조 지원? 규모화? 농산물 값 보장 못하면 말짱 도로묵"**

김영삼 정부의 농민지원 42조원이 농민들에게 농가부채만을 남기고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에 대한 문형기씨의 생각은 이렇다.

"42조원 지원 잘못됐죠. 지원하려면 진짜 노동력이 있고 가능성 있는 사람한테 지원해야 되는데 꼭 관이 끼어든 단 말입니다. 공무원들이 지원받을 사람 선정할 때 유지노릇 좀 하고 일은 안 하고 다방이나 들락거리면서 정부 여당의 표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 지원하니 문제죠. 농협에서는 관이 정한 부실한 사람을 거절못하니 연대보증만 잔뜩 시키고..."

농산물 시장과 유통망도 거론됐다.

"80년대만 해도 수확하면 어느정도 값이 보장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값 보장은커녕 가격에 개입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농민 개개인으로서는 수요가 어떻게 될지 어떤 변수가 있을지 한 치도 예상못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가격폭락하면 도무지 회복이 안돼요 회복이. 게다가 정부는 자꾸 돈 대주면서 대규모하라고 하는데 규모만 키워놓으면 뭐합니까. 가격이 폭락하면 그대로 다 부채되는 거죠"

이 와중에 연좌농성을 하던 농민들은 "이왕이면 잘 보이는 정문으로 가자"며 장소를 옮겼고 건물 앞에 피켓을 들고 일렬로 앉았있는 동안 열린우리당사로 들어가는 장영달 의원, 한명숙 전장관, 김원기 의원, 박영선 대변인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사진 4>
<사진 5>

***"우리는 현재 하순봉의원이 잘못해도 견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

쌀과 보리 농사를 짓는 이천석(45)씨는 '지방분권화'의 절실함을 지적했다.

"현재 진주 동부 5개면에서 농협이 주도해서 쌀 가공공장을, 시가 주도해서 밀 보리 가공공장을 세우려고 하고 있어요. 진주시민들이 우리밀을 먹고 싶어도 지금 먹을 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작은 발전이죠. 서울 중심의 유통망문제, 직거래 문제 등 지방분권화가 되면 정부가 책임져 줄 수 없는 지역의 문제를 자치적으로 더 활발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할 수 있어요. 지금 전라도에서는 군지자체가 거의 고사지경이 된지 오래인 찰쌀보리를 농협에 위탁판매하는 형식으로 보리농사를 지원하고 있거든요"

그는 강병기 후보 지지 이유에 대해 "기존 국회의원들이 기업들의 돈을 받지 않고 국가로부터 받는 돈과 당원들의 당비로만 정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하순봉 의원이 잘못해도 끌어내릴 수도 없고 견제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도 없어요. 민주노동당 당규에도 나와있지만 민주노동당에는 그런 구조적인 견제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6>

***"노무현 대통령, 총선에 올인한다는 비난여론 두려워 사면복권 안하기로"**

농성 3시간 째인 오후 6시 가까스로 하영기 진주시 농민회장, 하해룡 진주시 민중연대 상임의장, 남성민 진주시 농민회 정책실장 등 3명은 열린우리당사로 들어가 김원국 열린우리당 법률구조팀장과 면담할 수 있었다.

<사진 7>

김원국 열린우리당 법률구조팀장은 "사면은 우리가 추진했지만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사면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1주년기념 특별사면과 3.1절 사면은 없을 듯 하다"며 "우리도 사면복권 돼야하는 후보가 꽤 많지만 대통령이 총선에 올인한다는 비난 여론이 두려워 사면복권 안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하겠지만 총선 전사면 복권은 없을 것"라고 답했다.

이에 하해룡 민중연대 의장은 "우리는 열린우리당과 협상해서 복권을 따내려고 온 것이 아니다. 답답하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우리가 몇십년동안 싸워오면서 그 민중의 힘으로 당선된 것 아니냐.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고, 딱 그 격이다. 당선된 지 얼마나 됐다고 자유당 시절 같이 행동하는거냐"고 항의했고 김 팀장은 이에 대해 "그런 얘기라면 내가 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남 실장은 "실제 사면은 정치적 판단인데 지금 그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 중앙이 지역민심을 모르는거다. 농민회는 전국단위 조직이다. 유력한 농민후보를 이렇게 대하는 것은 문제다. 강병기 후보가 끝내 사면이 안되면 전농이 결의해서 진주 뿐만 아니라 전 농촌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낙선, 지지반대 운동을 벌여 농촌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은 모조리 낙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해룡 의장은 "여론 두려워서 사면 못한다고 했는데 그럼 서청원 사면한 건 겁이 안나나.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민주당같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밖에서 계속 집회를 하며 기다리던 진주시 농민들은 "3.1절까지 최대한 해보고, 뒤는 그 때가서 생각하자"고 다음을 기약하며 진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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