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미 상당 부분 논의된 '비례대표제'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목소리 주체가 과거와 달라 신선하다. 주체는 다름 아닌, 2008년 촛불 이후 빠르게 성장한 20·30세대들. 이들은 문제의식 또한 명료하다. 지역기반의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20·30세대의 정치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
이 점만 봐도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비례대표제'가 아닌, 새로운 운동으로서의 'PR(The Proportional Representation, '비례대표제'의 약자)'에 기대감이 생긴다.
'PR포럼'의 주체인 30대, 세 명(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선임연구원, 새누리당 원희룡 의원 손정욱 보좌관, 청년유니온 조성주 정책기획팀장)이 <프레시안> 회의실에서는 좌담회를 가졌다. <프레시안>은 '청년, 정치, 비례대표제'라는 주제로 'PR포럼'의 정치개혁 연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은 임경구 편집국장이 진행한 좌담 전문.
'PR포럼'이란?
프레시안 : PR포럼, 이름이 아직 생소한데 어떤 모임인지 소개해달라.
▲ ⓒ프레시안(최형락) |
김경미 : PR포럼은 한림대 정치경영 연구소가 중심이 돼서 한국 선거제도 개혁을 특별히 '비례대표제' 확대, 이상적으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형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자고 해서 만들어 졌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선거제도라는 게 워낙 장기적인 의제이다 보니까, 이 아젠다를 갖고 이 문제만 천착하는 그룹이 없어 '이 문제만 쭉 갖고 가보자'라고 해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상반기부터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면서 기존 정치인, 학계에서 얘기는 됐는데, 이 의제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야 하는 주체는 결국 청년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면, 기존의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자기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제기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미래세대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신선하고, 힘이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시안 : 청년은 20대, 30대?
김경미 : 20대, 30대지만 참여하는 분들은 더 많고. PR포럼 밑에 PR청년포럼이라고 해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그룹이 있다. PR포럼은 지금 완벽히 갖추어진 게 아니고,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름이 PR포럼인 걸 보니, 선거제도에 관한 여러 가지 개혁사항 중에서도 '비례대표제'를 위한 포럼이라는 게 명시된 것 같다.
김경미 : PR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굳이 PR이라고 말을 쓰게 된 것은 PR이 비례대표제(The Proportional Representation)의 약자이다. 정치학계나 비례대표제를 얘기하는 그룹에서는 PR이란 용어를 많이 쓰는데, 'PR이라는 용여를 많이 쓰게 하는 것도 하나의 운동일 수 있겠다'해서 PR포럼이라고 했다.
MB 정부,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20대, 30대를 폄하할 때 '정치 생각이 없는 집단이다'라고 했는데, 촛불 이후 변화가 커진 것 같다. 청년들,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고, 이들의 요구사항도 집단화 된 것 같다. 요즘 20대, 30대에게 정치란 어떤 의미인가.
조성주 : 20대, 30대 청년들에게 정치가 이렇게 가까웠던 적은 역대 언제도 없었던 것 같다. 80년대는 대학생들이나 지식인 그룹이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지만, '청년층 다수 또는 전반에 정치가 이렇게 가까운 적이 있었는가'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는가'를 짚어봐야 하는데, 2002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상당수의 청년들이(20대와 30대들이) 자식까지 포함해서 굉장히 열정적인 참여가 한번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는 사실, 청년들의 정치참여나 관심도가 급격하게 냉각되는 과정이 있었다. 당연히 사회, 경제적인 요건을 무시할 수 없다.
▲ 청년유니온 조성주 정책기획팀장 ⓒ프레시안(최형락) |
굉장히 '급격'인 게, 2004년 총선 당시 초선 의원 23명이 국회에 들어갔다. 상당수의 젊은 의원들이 진출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청년들과 친화적인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청년 문제를 주요 이슈로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2008년까지 오게 됐고, 결국 2008년 촛불 때부터 청년들이 처음으로 거리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정부가 청년들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거리에서 내봤는데 안 통했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라든가 하는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로, 투표로 하니까 정책 기조 등이 일정 부분 변화하면서 '효과가 있구나'라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SNS 출연 등으로 과거에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피곤한 것이었다면, 지금 청년들에게는 '정치 참여가 재밌을 수도 있는 일이구나'라는 인식이 생겼다. <나는 꼼수다> 같은 것이 일정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은 청년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만, 고민은 한국의 정치권이 청년들이 정치로 돌아왔을 때(지금 돌아온 것 같은데) 이걸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실패한다면 훨씬 더 긴 냉각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이자,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것 같다.
'비례대표제' 확대가 청년 정치 참여의 대안?
프레시안 : 정당에 직접 몸담고 있는 분은 체감이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손정욱 :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표출하는 방법은 결국 정당을 통한 것인데, 그렇다면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선호를 넣어주기 위해서는 일종의 나의 정당, 자기 정당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금만 상상을 해보면, 그렇지 못한 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전라도 지역에 사는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지지자나 경상도 지역에 사는 민주통합당 지지자나, 수도권이나 전국에 퍼져 있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선호에 맞는 정당을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이 온전히 표나 의석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제체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주는 게 사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굉장히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을 풀어주는 지점이 '비례대표제'라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표의 대표성이 지금의 정당 구조에서는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제' 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나. 지금 한나라당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
▲ 새누리당 원희룡 의원실 손정욱 보좌관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에서 2008년 한나라당이 50% 득표율에 의석은 83%(40석)를 얻었다. 민주당은 36% 득표했지만, 의석은 15%만을 얻었다. 그런데 2004년을 보면, 한나라당은 (득표율) 41%를 얻었지만, 33%의 의석만 얻었다. 열린우리당 43% 득표했는데, 27%의 의석을 얻었다. 어떤 당의 문제가 아니고 시민들의 선호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프레시안 : 여러 가지 제도 개혁 의제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하필 '비례대표제'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또 '비례대표제'는 어떤 세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데, 20대가 '비례대표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경미 : 시대적인 요청이 있는 것 같다. 손정욱 보좌관이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비례대표제'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면서는 '정치적 민주화'가 키워드가 됐던 것처럼 이제는 '경제적 민주화'라고 얘기하면서 '복지'를 말한다. 민주주의란 틀을 만들었으면, '민주주의 비례 문제를 고민할 때, 어떤 민주주의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한국 사회가 갈수록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단순히 민주화, 반(反)민주화 논의가 아니라, 환경, 여성, 그 외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을 제기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거대 정당에 있는 사람들이 셋팅한 아젠다만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그래서 삶의 질 문제 같은 것들을 장기 의제화 하기 위해 노동계층이나 다양한 그룹들이 정치세력화 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과정이 현재로서는 너무 어렵다.
또 하나 측면은 20대, 30대가 지금 굉장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대에 왔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중, 고등학생들이 처음 문제화 했었고, 그 친구들이 벌써 대학생이 됐다. 그들이 5년, 10년 지나면 30대, 40대가 되는데, 그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정치적, 정책적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냈다고 본다. 그러면 지금 30대보다도 훨씬 더 정책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나, 의제들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본다.
▲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선임연구원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청년유니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 고용의 문제 같은 것들 아닌가. 이런 문제를 사회적 여론으로 만들어 내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즉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은 상당히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례대표제'를 그 안에 꼭 의제화 시켜야 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 와 닿지 않는다.
조성주 : 포괄적으로 얘기를 하겠다. 20대, 30대들은 단일 이슈에 움직이기보다 반응하는 이슈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데 현재처럼 '비례대표제'가 약한 정치적 조건에서는 다양한 이슈들이 정치에 올바로 반영되기 힘든 상황이다.
그중 하나가 청년문제인 것 같다. 청년은 한 번도 한국의 정치제도에서 하나의 정당한 부문이 된 적이 없다. 예를 들면 장애인 같은 경우 정당들은 어느 순간부터 '비례대표제'에 반드시 (장애인을) 포함시켜 정당하게 그 요구가 정치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인식했다. 그런데 청년은 정치의 주요한 갈등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면서 청년도 여러 부문과 동일하게 정치에서 주요한 갈등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여기에 '비례대표제' (의제화)의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다양한 이해요구를 분출할 방식이 있는데 왜 하필 정치고, 비례대표제냐'라고 묻는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SNS나 청년유니온이 해왔던 활동처럼 사회 여론을 환기시켜'뭔가를 바꾼다'라고 할 때 청년유니온 조합원들도 2년 동안 활동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청년유니온 조합이라면 당에 상관없이 다 당적을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실제로 정치의 중요성을 활동을 하면서 더더욱 깨달은 것 같다. 기존의 대기업 노동자들과의 차이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자기 사업장에서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정치적 문제들은 그 다음에 조금 더 크게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지금 대부분이 자신이 노동하고 있는, 고용되어 있는 사업장이라든가, 고용형태, 주거 형태 등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해결하는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법과 제도적인 문제들과 자신들의 삶이 훨씬 더 많이 연결되어 있다. 비공식 노동 현장에 있는 사람들일 수록, 그렇다보니 정치적 요구가 더 강하고, '법, 제도를 바꿔야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러면 법,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방식이 뭐냐. 기존 국회의원들이 있지만, 민주주의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갈등 해결 방식은 갈등의 당사자가 직접 정치 현장에서 그 갈등을 조직하고 대변할 때 그 목소리가 가장 올바르고 정확하게 전달되고 투영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요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장애인, 여성 등과 같은 동일선상의 문제인 청년이 오히려 (갈등 당사자로) 못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제'가 확대될 경우 청년들이 하나의 주요한 갈등 이슈로, 아젠다로 셋팅될 수 있는 기본 제도가 열리는 것이다. 이후 청년이 안정적으로 정치권에 자리 잡으면, 그 다음에는 다른 영역의 정치, 지역 또는 지방의회로 갈 수 있는 ('비례대표제'가)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슈퍼스타K' 방식, 또 다른 인물 정치?
프레시안 : 총·대선이 있는 해인만큼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민주통합당) 일명 '슈퍼스타K'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성주 : 민주당의 '슈퍼스타K'라는 방식 자체를 비판적으로 본다. '슈퍼스타K'가 상징하는 게 있다. 경쟁해서 탈락시키고 그런 쪽(경쟁)에 집중되는 방식이다.
▲ 조성주 팀장 ⓒ프레시안(최형락) |
그런데 콕 집어 민주당의 '슈퍼스타K' 방식은 비판적으로 본다. 민주당 대표 경선 때처럼 모바일 투표로 시민 참여를 유도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슈퍼스타K'라는 것은 심사위원단이 있고, 본인들이 경쟁을 통해서 누군가는 탈락시키고, 계속 단계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경쟁',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과도한 경쟁의식을 갖은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럼 검증 방식이 뭐냐'에 대해서 당연히 정당도 고민을 하고, '청년유니온'도 고민을 해야겠지만, 현재의 '슈퍼스타K' 방식은 이런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향후에는 정당 자체의 검증 시스템을 가지고 일부는 개방하면서도 과도한 경쟁이 아닌, 공정한 소통을 통해 청년 비례대표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프레시안 : 청년 정치인을 발탁하는 게 쇼,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 정당이 스스로 청년위원회 등을 통한 일상적 정치학습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손정욱 :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되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고, 이걸 실제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뚜렷한 답이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들과 소통을 해야 하니까 '의원들이 SNS를 활발하게 하자'라고 하면서 전문가를 모셔서 (공부)하자, SNS 담당 비서관을 전담으로 만들자, 공천 기준 중 하나로 SNS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를 넣자 등이 나오는데, 청년 입장에서는 여전히 답답하다. 문제의 핵심은 SNS는 소통의 통로이고, 그 속에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느냐'이다.
여전히 청년들은 반값 등록금 문제, 비정규직 문제, 88만 원 세대에 대한 문제, 워킹 푸어 문제에 신음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정확한 답과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고 당장 있는 총·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급조된 수준의 논의만 되고 있다. 여전히 기존 정당들이 체감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경미 : '슈스케'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인데, 왜냐면 재롱 잔치라는 입장이 있고 청년의 문제가 주체인데 여전히 객체화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정당구조에서는 청년 정치를 담보할 수 있는 기제가 없으니까, 들어가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띄워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사실 '슈퍼스타K' 같은 경우는 어떤 면에서는 한국 정치에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인물 정치에 청년들을 고스란히 노출시킨다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친구들이 유투브로 자기를 소개한 영상을 올리는데, 내가 그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않고, 그냥 영상으로 자신을 알릴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개인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저 친구 뒤에 어떤 정치 그룹이 있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를 지지하는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반값등록금이나 청년 실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청년인지 알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반값등록금 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정말 등록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은 집회에 나갈 수 없는 구조가 있는데, 비례대표 '슈퍼스타K'에 나가서 뛸 수 있는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면 과도한 평가일 수 있지만, 생활의 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응모한 사람들이) 이런 그룹들과 소통했는지 검증할 수 없고, 자신을 잘 홍보한 친구가 뽑힐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또 그 친구에게 호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미지 정치가 되는 것이다. 젊었을 때부터 정책 이슈를 고민하게 해야 하는 그룹들을 역시 인물 정치에 노출시키는 게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청년 이슈를, 청년 정치인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깔대기를 들이대자면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웃음)
'비례대표제'를 넘어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프레시안 : 400명 정도가 응모했다는 것은 상당한 것이다. 형식에서는 비판의 소지가 있을지 몰라도, 젊은층들의 정치 참여 열기가 그만큼 높다는 것 아닌가.
김경미 : 그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것 같다.
프레시안 : 이 많은 정치참여 열기를 (PR포럼의 의지대로) '비례대표제'로 이어가야 할 텐데.
김경미 : '왜 청년들이 '비례대표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라고 물었는데, 사실 청년 이슈가 반값등록금이나 실업 문제다. 그런데 지금의 소선구제, 다수대표제하에서는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내 건 공약은 지역 이슈나 지역에 대한 공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역 복지에는 관심이 많은데, 반값등록금이나 실업 문제는 전국구 이슈고, 복지 문제다.
이것은 오히려 단일 이슈를 가지고 천착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져야 하는 문제고, 청년들이 당장 반값등록금 문제를 풀고 싶은데,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뽑혀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이 이슈에 천착할 수 없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청년 문제 같은 거대 담론, 거대 이슈를 풀기 위해서는 정책 중심, 전국구 중심의 이슈를 얘기할 수 있는 정치 구조가 만들어져야 청년들도 그 이슈를 가지고 계속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청년 문제가 곧 복지 문제이기 때문에, 복지 세력을 만들 수 있는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성주 : 2008년 총선 이후, 54명이 '비례대표제'로 국회에 들어왔는데, 그 중 18%가 국정감사 우수의원이 됐다고 한다.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보다 국감에서 훨씬 더 많은 활약을 한 것이다. '비례대표제'로 들어온 의원들은 본인이 대표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프레시안 : 지역구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조성주 : 그렇다. 주요 갈등 이슈가 있다면, 청년도 마찬가지다. 향후에 저출산 고령화로 가게 되면 세대 갈등 혼란이 일어날 텐데, 청년에 대한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면, 당연히 비례대표가 확대됐을 때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선거구제가 어떻게 개편이 되더라도 지역구 체제에 기반을 한 이상은 지역 대표성이라는 것도 무시못할 의제 아닌가. 그러면 그 지역을 대표하기 위해 지역구 관리를 하는 것을 꼭 이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희룡 의원 같은 경우에는? (웃음)
손정욱 : 요즘에 가장 좋다고 얘기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비례대표제'의 장점과 지역의 대표성을 충분히 살린 제도이다. 우리가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의 문제이지, '비례대표제'를 확대한다고 해서 지역 대표제가 줄어든다는 것은 아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전체 의석이 100석이면, 그중 50%는 '소선거구제'로 뽑고 50% '비례대표제'로 뽑는 것이다. A정당의 전체의석은 1인2표제이기 때문에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서 정해진다. A정당은 전체 의석이 100석이면, 지역구는 50개다. 50개의 지역에 A정당은 후보를 50명을 낸다. 그리고 1인2표로 투표를 했는데, A정당이 총 50%의 투표율을 얻었으면, A정당은 50석을 가져갈 수 있다. 전체의 1인2표 중 두 번째의 정당표로 전체 정당의 투표수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린 상태에서 초반 50개의 지역구 의원 중 20명이 당선이 되고, 나머지 남은 30명이 남는다. 그러면 30명은 정당명부에 나와 있는 1번부터 30번까지가 의원이 되는 것이다. 지역구의 대표성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비례대표제의 장점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래서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가야 하는가'라는 말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도'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다.
프레시안 : 현재 있는 제도 중에서는 유권자의 표가 가장 잘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김경미 : 지역 유권자의 선호도 충분히 반영하고, 더불어서 정당의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그래서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가장 잘 조화된 제도라고들 한다.
'비례대표제', 문제는 없나
프레시안 : 비례대표 의원들이 자질이 우수하다고 했는데,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항상 국회가 개원되고 초기에 나오는 문제들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분들의 공천장사로 인한 폐해다. 아주 자질이 없는 분들이 들어온다던가. 그럼, 결국은 비례대표가 무작정 좋다는 것이 아니라, 검증 과정, 그리고 실제로 비례대표가 증원이 됐을 때 이런 문제가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다. 이런 부분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지역구 활동을 하는 분들은 내 지역에 와서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여주고, 스킨쉽도 하면 바로 정치와 맞닥들이는 소통을 하는 것 같은데, 비례대표 의원들은 어떻게 뒤로 들어온 것인가라는 의구심, 또 그런 의원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런 점에서 보면 무작정 비례대표를 증원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김경미 : 비례대표 문제점을 검색하면, 양 모 의원 사례가 많이 나온다 (웃음)
프레시안 : 저도 그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웃음)
김경미 : 정말 많이 나온다.(웃음)
사실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란 문제에서 정당 명부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참 설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정당 내 민주주의와 같이 가야 해결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에서 정당의 민주주의, 정당 자체의 신뢰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이것을('비례대표제' 확대 운동를)한다면 오히려 요원할 것 같다. '궤도가 정당의 개선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아직 '전면 비례대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해보지 않아서 다른 나라를 보면서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비례대표제'를 하게 되면, 전국구 이슈나 정책 이슈, '정책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는가'가 국민들이 선택을 할 때 중요하게 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정책을 얼마나 잘 만드는 국회의원이 많이 확보되어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색깔이 분명한 국회의원이 많은 정당이 표를 얻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 정당 내 명부에 대해서 분명히 매점매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제도(비례대표제)가 정책 능력이 탁월한 국회의원이 많은 정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니까 '정당이 (비례대표) 명부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투명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손정욱 보좌관 ⓒ프레시안(최형락) |
예를 들면 지금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경제 민주화 하겠다, 재벌개혁 하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명단을 봤을 때 '자신들의 정당 정책과 맞는 인물로 구성되어 있는가'가 연일 신문 1면에 뜨게 되어 있다.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비례대표 명단에 있기 때문에 정당이 지금처럼 명단을 안이하게 만들 수가 없다. 우리의 바람처럼 '비례대표제'가 대폭 확대된다고 하면.
'명단에 어떤 사람이 들어갔느냐'가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당에서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명단을 만들게 되고, 거기에서 '뒷돈을 줬네, 친인척 때문에 들어왔네'라는 것을 감히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주체가 없어"
프레시안 : 지역구를 얼마큼 줄여야 한다든지, 혹은 비례를 얼마큼 늘려야 한다든지 하는, 이런 것에 대한 계획이 있나.
조성주 :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인 반발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우회로나 이런 것을 고민해야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몇 명 정도까지?
손정욱 : 지금 가장 이상적인 안은 50%까지 확대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몇 명인가.
조성주 : 300석 전체 총원을 그대로 둔다고 하면, 150석이 되는 거다.
손정욱 : 지역구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국회의원 정수를 몇 명으로 하는 게 적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다. 대개 인구수의 3제곱 루트를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학계에서 말한다. 우리나라는 5000만 명이라고 했을 때 364명 정도다.
그런데 보통 선진국들을 보면 대개 그(이상적이라고 하는) 수보다 많다. 왜냐면, 의사가 많을수록 좋은 의료 서비스가 되고 변호사가 많을수록 좋은 법률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선진국 국회의원들도 보통 조금씩 많다. 그렇게 따져서 한국 적정 국회의원 수를 400명 정도라고 생각하면, 지금 299명이니까 한 100명 정도를 늘린다고 가정하자. 그게 또 세계 표준에도 맞는다. 그렇게 늘어날 국회의원 수를 '비례대표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250대 150명이 돼서 3대2 정도의 비율이 된다.
이 정도만 (비례대표 의원을 국회에) 넣어도 굉장히 큰 의미 있는 발전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거의 그대로 둔 상태에서 1인2표제만 도입했던 2004년도에 진보정당들이 국회 내로 들어오게 되고, 10석밖에 안 됐지만. 그때부터 복지국가 담론이나 이런 이슈 파이팅을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해줬기 때문에 사실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복지국가 담론이 일반화되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본다. 진보정당이 원내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런데 만약 이 비율을 3대2 정도까지 넓히면 진보정당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고, 사실 이것들이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자극해서 좀 더 시민들이 아파하는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이 정도는 늘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이것을 국회의원은 절대로 먼저 얘기할 수 없다. 이미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도덕성이나 신뢰성을 확보한 시민 단체에서 '사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회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필요하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언론에서도 마찬가지이고, 개혁적인 정치그룹이나 학자들이 이런 의견을 받아서 힘을 실어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 실제 이런 얘기들이 최근에 나온 것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진보정당이 요구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김경미 : 너무 중장기적 과제다 보니까 이 문제를 끌고 갈 그룹이 없었던 것이 핵심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정치인 같은 경우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얘기를 국회의원들도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것은 곧, 지역구를 줄이자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비례대표제를 늘리자는 얘기를 입 밖에 잘 안 내는 것이다. 혹시 자기 지역구의 문제가 줄어들까봐. 우리나라 같은 경우 법안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주체인데, 선거제도를 바꿀 주체가 함구하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주체가 없고, 또 스스로도 방울을 달고 싶지 않고.
'비례대표제' 확대, 지금이 호기
프레시안 : '승자독식 구조에 너무 익숙해져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들어오면서 다당제 구도, 보수·중도·진보로 세분화된 다당제를 경험한 것이 처음 아닐까 싶다. 결국 '비례대표제' 확대는 지금의 거대 양당 구조를 파열하는 데 정치적인 효과, 내지는 목적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성주 : 있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재미있는 게 지금 '비례대표제'를 애기하기에 가장 호기인 것은 주체의 측면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게 나오고 있는데,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과거에는 시민단체나 학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0대, 30대 청년들이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같은 것도 비슷한 것인데, 지금 양당 구조를 강력하게 깨고자 하는 특수 집단이 바로 20대, 30대 청년들이라고 본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양당제에 강력히 저항하는 코드가 되고 있다.
물론 당분간은 민주당 모바일 선거, 또는 안철수 신드롬을 만든 것처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당제, 선택이 좀 더 다양하고 기존의 양당제도처럼 꽉 짜여진 것이 아닌, 다른 형태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실현될 경우, ('비례대표제'가) 향후 정치발전에도 좋고, 사회, 경제적인 개혁에도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사실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야 하는 중장기적인 과제가 있는데,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정치개혁이 됐을 때 훨씬 더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비례대표제' 확대가 소수정당에 유리한 제도니까 당장에 있어서는 진보성 확대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닌가.
김경미 :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PR청년 포럼과 PR포럼을 구성할 때도 '이 이슈가 진보정당만의 이슈가 되어서는 실패한다'라고 늘 얘기했다. 진보정당에 유리한 것은 맞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진보정당이 소수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비례대표제'는 소수가 아니지만, 과소 대표된 그룹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이 문제를 제기한 그룹이 진보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비례대표제가 진보 정당에 유리한 것이 아닌가'라고 평가된 것 같다. 사실 그것이 맥락상 맞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이슈가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누구나 소수가 될 수 있는 그룹, 그러나 소수이지만 이 아젠다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룹들이 유리할 수 있는, 돕는 기제라는 생각이 든다. 녹색당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런 그룹들이 5년, 10년 또 20년 뒤에도 여전히 자신들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반영되지 못하는 (정치) 구조에 있다고 상상을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 김경미 연구원 ⓒ프레시안(최형락) |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의 통합 과정, 그리고 민주당의 야권 연대냐, 통합이냐 할 때 그 과정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정당이라는 것은 화학적 결합을 통해 스파크가 통해야 정책도 만들고 할 수 있는데, 생존하기 위해서 합치기 되는 그 과정이 너무 불행해 보였다. 그래서 그때 든 생각이 ''비례대표제'가 있다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텐데'라는 것이었다.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을 좋아해서 찍는 것은 아니다. 난 보수이기 때문에 찍는다' ,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찍고 싶은데 반MB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찍는다'가 많았다. 이것은 정치적 타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이 계속 강요되는 상황이 사실 보수나 진보 모두에게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요만 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어서, ('비례대표제'는) 진보가 아니라 소수를 위한 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손정욱 : 소수에게 물론 좋지만, 소수에게만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데에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정치적 그릇이 사실은 '중도보수'의 등장이다.
유럽의 복지국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적어도 20,30년 간 긴 로드맵을 갖고 안정적으로 정책을 꾸준히 진행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정권이 5년마다 바뀌고 그때마다 정책들이 바뀌는 상황에서 아무리 복지국가에 대한 훌륭한 로드맵을 그리더라도 진보, 그리고 중도들만의 장기 집권을 꿈꾸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어떤 특정한 계급들만이 복지국가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고, 계급 교차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노동 그룹뿐만 아니라, 중도 그룹, 그리고 심지어 대기업조차도 그 체제에 대해서 옳다고 생각하고, 또 같이 힘을 실어주면서 가기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변화가 들어오고, 압력이 와도 체제가 유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통해서 지금 뭉뚱그려져 있는 보수와 진보가 같이 합쳐져 있는 보수 진영이 사실은 중도보수의 등장을 견인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복지국가의 담론이 중도보수와 중도진보 이런 그룹들이 같이 논의하면서 갈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꿈꾸고 얘기하고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이런 과정에서 반드시 중도보수를 끌고 같이 가야 한다. 또 중도보수가 끌고 갈 수도 있고. 그래서 이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해서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국민들이겠지만,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한국 정치 지형에서 빠져있는 진보 그룹과 중도보수 그룹을 국민들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는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핵심 의제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것의 현실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비례대표제를 안고 가야하고, 지금 통합진보당에서는 계속 민주통합당과 논의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보수 진영에서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정치 그룹들을 반드시 같이 끌고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중도보수 쪽에서도 그런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지금 말씀에서 보수정당에 소속된 원희룡 의원실이 함께하게 된 이유에 대한 답이 있을 것 같다.
손정욱 : 그렇다.
진보가 아닌, 소수를 위한 '비례대표제'
프레시안 : 장기적으론 그렇더라도 당장은 보수정당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 같은데.
손정욱 : '보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특히 보수 그룹 자체가 기득권 그룹하고 굉장히 맞물려 있다. 원래 보수라고 하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본래 가치를 대의민주주의제에서 찾는다는 것은 시민들의 의사가 표에 그대로 반영되는 제도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갖춘 보수라면 마땅히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맞다.
그런 의미에서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는 보수,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개혁적 보수 세력과 개혁적 진보 세력의 연대, 그리고 이것에 반하는 기존 제도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기득권 그룹 간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있었다. 1993년도에서 우리 같은 선거제도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개혁이 됐다. 그때 운동을 보면, 뉴질랜드의 노동당이 중심이 돼서 그 당의 정치적 개혁 그룹과 시민사회단체 그룹이 연대해서 개혁을 성공했다. 그런데 이게 자칫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가다 보니까 요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면, 국민당에서 다시 이 선거제도를 예전으로 바꾸려고 하는 싸움이 있다.
그런데 사실은 노동당 내부의 기득권 계층도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 있어서 굉장히 반대를 했다. 그래서 국민당이 당의 이름으로 했을 때 노동당 내부의 기존 제도로 혜택을 받았던 사람들은 흔들리기 쉽다. 보수 진보의 대결로 가게 되면, 설령 개혁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이것 자체가 사회적인 논쟁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구도가 아니라, '신인들에게 더 좋은 제도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제도에 대해서는 개혁적 보수나 개혁적 진보가 모두가 찬동하는 바이고, 기존 제도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대결 구도로 가져가야 이 운동이 정당성도 확보하고 지속될 수 있지 않아 생각된다.
프레시안 : 한마디로 '유권자들이 자기가 던진 표가 가장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김경미 : 일본은 선거제도를 바꿀 때 대기업에서 굉장히 (그 운동을) 열심히 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선거 제도는 승자독식형 구도니까, 올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만약에 반MB 정서가 굉장히 강해서 야권연대를 통해서 총선에서 다수당, 대권 이렇게 되면 쉽게 말해 상대방을 올킬(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는 구조다. 노무현 대통령 실정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여당이, 다수당이 되고, 이명박 대통령 정권이 되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적 합의로 바꾸고자 하는 것도 바꿀 수 없다. 정권이 어떤 때에는 굉장히 급진적인 개혁을 이루고자 할 때는 좋긴 하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이 너무 늘 갑자기 변하는 측면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정권이 들어오면, 경제 시스템이 친 기업으로 됐다가, 친 노동자로 됐다가 하는 변화의 폭이 너무 커서 경기 예측이라고 하는 시스템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어서 선거제도 개혁을 대기업에서 돈을 투자해가며 굉장히 애를 썼다.
전형적인 다수대표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도 비례대표제로의 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그 중심에 자민당이 있는데, 오랫동안 노동당과 보수당이 과대대표 되어 있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며 자민당 지지자들 중심으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고, 지난 2010년 선거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보수당이 연정구성을 위해 자민당의 핵심의제인 비례대표제 개혁을 받기로 하며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게 되었다. 비록 이후 치러진 선거제도개혁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높은 지지율을 받는 유력 소수 정당이 연정 구성을 위해 거대 정당인 보수당으로 하여금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아젠다를 받게 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적 입장에서도 복기국가가 대세가 될 것 같은데, 기업 측면에서도 어떻게 사회가 바뀔지 몰라 불안한 것 보다는 비례대표제가 되면, 양당제 보다는 다당제가 될 수밖에 없고 다당제가 되면, 한 당이 50%이상 가져갈 수 없어 결국 연합정치를 하게 되는데 연합정치를 하게 되면, 결국 지금처럼 국회 내에서 싸우고, 대화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는 국정을 꾸려갈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진짜 합의의 문제, 그리고 정말 우리가 기대하는 좋은 보수의 등장도 불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극우와 극좌 양쪽을 지지하는 그룹보다 중도를 지지하는 그룹이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비례대표제' 확대가 선거개혁의 시작
프레시안 : 정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 고질적이 우리 정치의 문제라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비례대표제'보다는 '대통령제'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성주 : 그런 측면이 있다. 그래서 비례대표제를 논의할 때 대통령제 논의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같이 도입을 해야 한다든지, 그런 축면의 논의가 따라오는데, 재미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통합진보당이 된 지금은 입장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대통령제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사실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게 진보였으니까 대통령제를 훨씬 더 선호했던 것이다. 오히려 내각제라든지,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날선 비판을 오히려 진보 쪽에서 했던 과거가 있는데 지금도 그런가.
예를 들면 지금은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대통령제를) 재평가, 재검토해야 하는 시기다. 그때 당시 복지국가란 주제가 담론이 떠오르지 못했던 시기에 '대통령제'는 선호했을지 몰라도, 과연 지금도 진보 쪽에서 대통령제를 더 강력히 선호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례대표제'를 포인트로 잡으면, 그런 문제들이 연이어서 나올 것 같다. 예를 들면, '정당 설립 조건 완화' 같은 문제도 있다. 녹색당이 아직 5000명 안 됐는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당 필요하지', 마치 옛날에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처럼, 그런 공감은 상당히 있는데도 굉장히 힘들다.
민주통합당 모바일 시민 참여 경선 같은 것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의 측면에서부터, 이런 논의들이 '비례대표제' 논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치 개혁 요구들, 토론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최고의 호기는 총대선이 같이 있는 해다.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가장 호기에 있다. 논의의 출발점에서부터 향후에 나올 논의들까지 다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정욱 : 비례대표제를 하게 되면 온건 다당제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연립 정부로 형태로 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두개 이상의 정당이 모여서 총리가 선출되고, 총리의 권한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다수의 입장이 모인 상태에서 또다시 국민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이 선발이 된다.
그러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게 된다. 첫 번째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해서 프랑스나 독일처럼 대통령의 권한은 외교나 안보 쪽에 국한을 하고, 그 외에 민생과 관련된 모든 전반적인 것은 총리가 권한을 갖게 되면서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관계된 것은 총리와 연립 정부에서 모두 다 관장하게 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대통령 없이 총리가 그 국가의 수장이 되는 의원내각제로 형태로 가는 것인데, 반드시 비례대표제의 확대, 연립정부를 꿈꾸는 사람들은 권력 구조를 어떻게 갈 것인가, 확실한 것은 지금의 한국의 대통령제,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권한이 집중되는 대통령제와는 병행될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을 분권형 대통령제로 할 것인지, 의원내각제도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학자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반드시 손을 봐서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결국에는 '비례대표제'의 연쇄적인 효과로는 지금의 대통령제에 대한 개혁까지도 필요하다라는 데에 이견은 없는 것 같다.
김경미 : (대통령제에 대한 개혁으로까지) 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PR'을 PR하라!
프레시안 :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이론적 그림은 여러 사람이 만들어 놨다. 이것을 사실 도입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그 부분이 막혀서 여태까지 이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김경미 : 비례대표제 도입하려면 무엇보다 일단 시민사회 내 목소리가 커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지난 PR포럼 때 복지국가소사이어티나 참여연대나 민간 연구소 등 혁신적인 그룹과 토론했을 때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해서 동의하고, 그런데 그것을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례대표제를 확대한다고 전제하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도 지지한다'고 얘길 했다. 그래서 국민들을 설득하자는 나름대로의 정서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획하고 있는 것은 올 총대선 때 최대한 이슈화를 시켜야 한다. 그래서 PR을 PR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관건인 것 같다. '비례대표제'의 정치적 효과에 대해 최대한 PR을 해서 가능하면 총선 전에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됐을 때 선거제도 개혁을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후보들에게 선거를 받고, 국민들에게도 서명을 받는 캠페인을 벌여서 국회의원을 압박하고, 19대 정기국회 때 올 9월이나 10월에 선거제도 개혁 입법안을 내는지 모니터링하는 모니터링 운동을 직접 벌일 계획이다. 그리고 대선 때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이것을 대선 공약으로 삼는지 운동을 해서, 대선 끝나고 1년 안에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
너무 장기화 되면 국민들 열망이 없어지면 잊혀 질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 동의하는 그룹들을 모아가는 단계에 있다.
PR포럼의 구체적 계획은?
프레시안 : PR포럼이 중심이 돼서 '비례대표제' 논의가 좀 더 확산되고 도입되기를 응원하겠다. 이후 PR포럼이 가지고 있는 계획은?
손정욱 :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이 대선 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계속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조건으로 걸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석패율 논쟁이 나오면서 민주통합당에서는 석패율제를 독일식 비례대표제라고 연계해서 조건부로 말하고 있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가장 핵심 이슈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김경미 : 오는 13일 PR포럼 구성은 특별히 '청년'에 방점을 뒀다. 청년들이 각자 자기가 갖고 있는 이슈와 '비례대표제'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청년이 청년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노회찬 대변인이 발제를 하고, 청년들과 토론을 한다.
PR포럼을 하면서 여러 성향들이 모여 있는데, 우리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 그룹이 지지받은 만큼 가져가는 것. 이것은 사실 누가 말해도 너무나 당연한 것, 진리라고도 볼 수 있다. 내가 서로서로 반칙하지 않는 구도를 미리 청년이 만들어 간다는 게 좋은 훈련의 경험인 것 같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조성주 : 역대 언제보다도 청년들이 정치에 가까이 있고,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열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기라고 보면, 한 번의 열광적 참여로, 마치 언젠가 노사모의 열정적 참여처럼,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 열정을 좀 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정치개혁을 위해서 물꼬를 터주는 것이 맞다. 그 방향이 뭘까, 그 정치 개혁이 뭘까. 그리고 그 정치 개혁의 방향이 결국 20대, 30대 들이 향후에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본인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혁까지 끌고 가는 방향이 맞겠다. 그리고 그 물꼬가 사실은 있지 않는가, 여기에(PR포럼에).
청년유니온이 PR포럼과 같이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청년유니온이. 노동이나 청년 실업을 얘기하는 곳이 왜?'라고 했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지금 정치에 후보로 출마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 열정을 정치개혁의 요구로 물꼬를 트자', 이런 고민이 있었다.
프레시안 : 앞으로 좋은 활동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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