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통일ㆍ외교ㆍ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을 실시했다. 고건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세현 통일부장관,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조영길 국방부장관, 허성관 행자부장관 등 5명의 국무위원과 질문자로 나선 의원들은 국정원 통화내역 조회, 정부의 파병 대책과 ‘친북ㆍ좌파 논란’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 기자 통화내역 조회 추가 의혹 제기, NSC 전면 반박 **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홍문종 의원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논란이 된 국민일보 기자에 앞서 한국일보 기자에 대해서도 통화내역 조회를 요청했다"고 주장했으나 NSC는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이 차장이) 1월 6일 국정원에 국민일보 기자의 통화내역 조회를 구두로 요청한 데 이어 2003년 5월에는 한국일보 김모기자의 통화내역 조회도 구두로 국정원에 지시한 사실이 있다"며 국정원 통화내역조회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또 "2003년 10월 대정부질문을 했던 한 야당의원의 통화 상대자가 관련 기관에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 총리는 "처음 들은 얘기"라며 "확인해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그러나 NSC는 이지현 공보관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일보 김모 기자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아는 바가 없으며 국정원에 통화내역 조회를 의뢰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홍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NSC는 또 "NSC 사무처는 신성한 국회에서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내용이 제기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종석 차장이 올 1월 국민일보 보도와 관련해 통화기록 조회를 요청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한번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 한나라, “친북, 좌파 세력 발호 막아야” **
‘친북, 좌파’에 대한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과 비판칼럼에 대한 논란도 대정부 질문의 도마에도 올랐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친북, 좌파 세력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며 심각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존경받는 국가원로인 김수환 추기경의 나라를 걱정하는 발언이 ‘민족의 내일에 심각한 걸림돌’로 치부되는 등 우리 사회의 갈등이 광복직후의 극심한 이념대립을 보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현 정부 들어 남남갈등, 이념대립이 더욱 빈번히 일어나는 원인”을 고 총리에게 물었다.
맹 의원은 또한 “북한의 대남공작기관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의 지령문에 의하며, 이번 총선을 반미,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 한나라당을 소수당으로 전락시키자고 돼 있다”며“이는 북한이 우리나라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당 조웅규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 받아 여전히 김정일 정권의 젖줄 노릇을 계속하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의 친북적 행태에 힘입어 ‘개혁’의 미명아래 친북좌익반미 세력들이 발호하고 있다”며 소위 ‘친북 세력 발호’의 원인을 현 정부의 정체성에서 찾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 총리는 “추기경이 걱정한 취지는 일부 젊은이들의 편향된 사고를 걱정한 것이지만 이들을 고착된 좌파, 친북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한반도가 갖고 있는 특수상황 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특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 총리는 이어 “그러나 이러한 언행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허용할 수 있고 법을 벗어나면 엄중히 단속할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를 피해나갔다.
*** 민주ㆍ우리, “남북경협 진척이 지지부진” **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는 모처럼 ‘남북 경협의 진척상황이 지지부진하다’며 현 정권의 통일철학에 한 목소리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얼마 전 세계식량계획은 6백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향후 두달 간 식량지원을 못 받은 채 살아남아야 한다고 밝히며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그러나 그동안 참여정부의 대북지원은 북한의 식량난 타개에 큰 도움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금년 초 개성공단 부지 조성공사가 착공된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본격적인 부지 조성 사업은 시작되지도 않고 있다”며 “대북 경협을 대담하게 활성화 시켜줄 것”을 정세현 통일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도 정 장관에게 “남북간의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 졌음에도 개성공단이 착공식 이후 진척이 없는 이유”를 묻고 남북경협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임 의원은 남-북 정기 항로 개척, 경제ㆍ문화 엑스포 추진 등 남북 협력과 관련, 구체적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사업자차원에서 현대 아산이 그런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기적으로 여객기를 운항할 만큼 수요가 있을지에 회의적이다”(정기항로 관련), “장소를 북측 지역으로 하는 것은 의미 있으나 북측이 남북간의 격차가 현격하게 드러나는 행사를 수용할 지는 의문이다”(엑스포) 등의 대답을 통해 정부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 난색을 표했다.
*** 한나라 “파병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한 여권은 기회주의자”**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13일 국회를 통과한 이라크 추가 파병안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파병 반대 입장을 펴다가 결국 찬성으로 선회한 여권을 향해 ‘기회주의자’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일부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1년이나 뿌리쳤고 (파병 군인의) 숫자도 40% 수준에서 막았으니 '그런대로 선방했다'는 말을 한다”며 이는 “대결적 미국관에 물든 일부 '자주파'의 정신 나간 소리”라며 국가안정보장회의(NSC) 등 여권을 힐난했다. 박 의원은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파병안 처리 과정에서 가장 비겁한 모습을 보였고 이른바 ‘자주파 탈레반’이 장악한 NSC의 와교안보 라인은 가장 이율배반적인 작태를 드러냈다”며 연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박 의원은 “냉정하게 보면 파병은 파병대로 하고 한-미 관계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졸작을 낳았다. 이렇게 안 해 줄 것처럼 하다가 해주면서 무엇을 얻었냐”며 고 총리를 공격했다. 이에 고 총리는 “미국 측도 우리의 추가 파병안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감사의 뜻 여러 차례 전해 왔다”며 “추가파병이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는 일반적인 평가를 내렸을 뿐이다.
박 의원이 공격 대상 중 하나였던 열린우리당 장영달 국방위원장은 “파병동의안이 가결됐지만 파병후가 더 큰 문제”라며 정부의 파병 사후 대책을 물었다.
장 위원장은 “만일 우리 군이 현지 게릴라들로부터 불의의 공격을 받아 희생이 발생한다거나 이라크 주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큰 홍역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파병 ‘부작용’을 우려했다. 장 위원장은 고 총리에게 “우리 파병부대가 테러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더 나아가 서희, 제마부대처럼 이라크 주민으로부터 신뢰와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대 활동에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배려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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