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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저지로 금감원 청문회 끝내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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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저지로 금감원 청문회 끝내 '불발'

[불법대선자금 청문회] 야당 "뭐가 겁나서 이러냐"

국회 법사위는 10일 오전 금융감독원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3일간의 `불법 대선자금 등에 관한 청문회'에 돌입했으나 열린우리당 의원 25명이 첫번째 청문회 장소인 여의도 금감원 회의실을 점거, 실력저지에 나서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한 가운데 김기춘 법사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기관보고를 개회했지만 의원들 간 신경전만 벌이다 제대로된 질의 한 번 못한 채 2시간여만에 정회를 선포해야 했다. 사실상 물리력으로 금감원 청문회가 저지된 셈이다.

*** 열린우리당, "우리당 증인은 한 명도 신청되지 않아" **

금감원 회의장에는 청문회를 좌시할 수 없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청문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나라, 민주당 의원들의 팽팽한 대치상태가 2시간여간 계속됐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용규 의원은 "한,민 찰떡공조가 이뤄져 열린우리당 측이 제안한 증인은 한 명도 신청되지 않았다"며 회의장을 점거의 '불가피성'을 강변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자리에 앉아 있던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원은 "1백억, 1백 50억 차떼기 먼저 조사하자"며 한나라당 불법자금과 관련된 증인 신청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한나라당 소속인 김기춘 위원장은 "6백50억 먼저 하고 차떼기 조사하자"고 맞받아 쳤고 한나라당 간사인 김용균 의원은 "한나라당의 과오가 크다고 해서 한나라당 혼자만 죄가 있고 자신들은 깨끗하다며 잘못을 은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개혁의 깃발을 들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의석 점거로 청문회를 막고 있는 것은 자해행위 중에서도 최고의 자해행위"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치 상태가 계속돼 기관보고의 정상적 진행이 어렵자 김 위원장은 간사들을 불러 "장내 정리후 증인을 추가,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지금까지 잘 안됐으니 회의장 점거까지 하질 않았나"며 "의원 명단을 보완한 후, 의석 점거를 풀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석 점거로 금감원 기관보고가 사실상 파행에 이르렀다는 다른 의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김근태 원내대표가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회의장을 떠남으로써 열린우리당의 회의장 점거 사태는 일단 종결됐다.

*** 다음 주중 금감원 기관보고 재시도 가능성 관측 **

회의장 의석은 정리됐으나 이미 시간은 12시를 넘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국세청 기관보고가 오후 2시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회의장을 떠나며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을 하지 못하니 금감원 기관보고를 다시 들어야 한다"며 금감원 기관보고를 다시 신청할 의향을 밝혔다. 함 의원은 "민경찬씨가 출석하지 않아 마침 경찰청 기관보고도 필요한 실정이니 다음주 월요일 쯤 금감원과 경찰청을 묶어 청문회를 해야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1천3백억 CD(양도성예금증서) 관련 폭로와 관련 "언론이 모조CD라는 데만 초점을 맞춰 허위 폭로로 몰고 가는데 관련계좌는 엄존한다. 금관원장한테 물으면 금방 나오는 것을 기관보고가 안되서 밝히지를 못했다"며 금감원 기관보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민주당 소속 의원 대다수가 "금감원에 질의할 내용이 많은데 기관보고가 파행으로 끝나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간사회의를 통해 다음주중 금감원 기관보고가 다시 시도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 신경전으로 보낸 두시간 **

열린우리당과 다른당 법사위원들이 대치한 2시간은 준비된 기관질의가 이뤄지지 않은 대신 여야 의원들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감정싸움에 가까운 설전이 오고갔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거듭된 정회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시민 의원이 "정치인 중 누가 검사 불러 떳떳할 수 있나. 나부터도 안 떳떳하다"며 청문회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그러면 자수하라"고 비꼬자 유 의원은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말하면 듣겠지만 무책임한 폭로나 하는 의원이 누굴 보고 뭐라하냐"며 쏘아 붙였다. 이에 김 의원이 "유시민, 말조심하라"고 발끈하며 '자네', '당신' 등의 낮춤말을 사용하자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내가 김 의원한테 당신, 당신하면 기분 좋겠냐"고 유 의원에게 가세하는 등 한동안 의원들 사이에는 고성이 오갔다.

이어 서울 법대 동기생인 함승희 의원과 신기남 의원 간에도 설전이 오갔다.

위원장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비켜줄 것을 거듭 요구하자 신 의원은 "막으러 온 사람보고 피해달라고 하면 피해줄 수 있나"며 반발했다. 이에 함 의원은 "부당하면 물리적으로 막아도 된다는 말이냐. 어떻게 법률가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나"고 항의했고 신 의원은 "법률가이기 이전에 정치인이지"라며 맞받아 쳤다. 함 의원도 이에 지지 않고 "정치인이 되기 전에 전에 인간이 돼야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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