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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덕수궁터 미대사관 신축 압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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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덕수궁터 미대사관 신축 압박 논란

시민모임 "서울시와 외통부가 문화재위원회 압박"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반대 시민모임은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와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문화재위원회 분과별 모임에 예고없이 참석해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이 불가피하니 협조해 달라'고 문화재위원회를 압박했다"며 "서울시가 미대사관 신축에 노골적으로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덕수궁 터 미대사관 및 아파트 신축' 비판여론 대해 "서울시는 중립적 입장에서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시민모임 "서울시와 외교부가 덕수궁터 미대사관 신축 압박"**

<사진 1>

문화재위원회(전체위원장 정양모)는 8개 분과위원회(건조물분과, 동산분과, 사적분과, 무형분과, 천연기념물분과, 매장분과, 제도분과, 박물관분과 등 총 1백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회는 사안별로 해당 분과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하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 합동 혹은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며 이번 덕수궁터 건도 전체회의로 회부된 상태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국장과 도시계획과장, 외교통상부 사무관이 지난 1월 네 차례에 걸쳐 매장분과(9일), 제도분과(13일), 건조물분과(15일), 사적분과(16일)등 문화재 위원회 분과 회의에 참석해 미대사관 신축 허용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시민모임은 "서울시와 정부 관계자가 문화재위에 참석해 문화재 위원들을 압박한 것은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반대와 문화유산 보호'라는 국민적 열망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이어 "이해당사자 등 외부로부터 일절 간섭받지 말아야 할 문화재 위원들의 독립성과 권위를 짓밟은 것은 그동안 정해진 법 절차에 따르겠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언과 다르다"면서 "한편에서는 청계천 복원 사업등을 통해 '역사도시, 환경도시'를 그럴듯하게 표방하면서 도심속 문화유산조치를 파괴하려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행정팀장은 "분과위원회 참석은 문화재청과 서울시 사이에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던 일"이라며 "참석해서 미대사관 신축 경위와 정부입장을 설명했을 뿐, 부당한 압력이나 로비활동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미리 약속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공식적인 회의에 따르는 사전의 안건보고에 서울시와 정부관계자 참석 여부는 없었으므로 대다수의 문화재 위원들은 사전에 참석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분과회의에 있었던 한국행정연구원 황윤원씨와 목원대 김정동 교수는 "문화재위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약속 어기는 것은 국익과 배치" 주장**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영욱 교수(서울대 미학과) 등 문화재위 제도문화분과 위원들은 지난 12일 분과 신년 하례회에 외교부와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해 위원들을 상대로 '미국과 관계 악화' 등을 거론하며 옛 덕수궁터에 미 대사관 신축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재위 제도문화분과는 전체 문화재위 위원장과 7개 분과 위원장이 모인 문화재위의 '핵심'분과로, 이 자리에서 이모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애초 미국은 송현동 땅에 대사관을 지으려 했는데, 서울시의 부탁으로 덕수궁 터로 옮기게 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약속을 어기는 것은 국가간 신뢰를 어기는 것일 뿐 아니라 국익과도 배치된다"며 위원들을 설득했다.

제도문화분과 위원인 현고 스님(조계종 기획실장·문화재위 위원)은 "외교부가 국민들의 감정은 아랑곳 않고 계속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면 안된다고 강조해 무척 불쾌했다"며 "외교부 공무원들의 지나친 사대의식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황평우 소장은 "미 대사관 신축을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과 '문화재를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 위원들의 태도를 봤을 때 문화재위의 결정이 덕수궁 터를 지키는 방향으로 갈 것을 믿는다"며 "다른 분과를 상대로 또다시 서울시와 정부가 압력행사를 한다면 강력한 저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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