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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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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와 혁명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13>

5.16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 5.16이나 12.12는 유사한데도 왜 5.16은 군사혁명이라 부르고, 12.12는 쿠데타라고 부르는가. 사실 쿠데타와 혁명은 다르지만 권력을 탈취하기 위한 비합법적인 투쟁이란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언젠가 모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모씨는 청문회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이라고 말해 이 말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래서 5.16이나 12.12나 둘 다 군부세력에 의한 쿠데타이지만 권력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장악하면서 5.16은 혁명으로 둔갑했던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프로그램 ‘브레인 서바이벌’의 시작 멘트에는 ‘일등과 꼴찌의 차이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나온다. 외형적으로 보면 쿠데타와 혁명의 차이도 백지 한 장 차이이다.

인류역사상 권력을 둘러싼 암투나 쿠데타 비슷한 정변들은 무수히 있었겠지만, 역사적으로 최초의 근대적인(?) 쿠데타를 일으켰던 사람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우리 역사에서는 120년 전 1884년에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들이 일본을 등에 업고 수구파를 상대로 쿠데타를 감행했다가 ‘3일 천하’로 끝난 사건이 있다. 이른바 갑신정변이다.

쿠데타는 프랑스에서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지금은 ‘쿠데타’라는 프랑스어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용어가 돼버렸다. 1799년 나폴레옹은 ‘디렉투와르(Directoire : 統領政治)’를 폐지하기 위해 의회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후 나폴레옹 1세의 조카였던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즉 나폴레옹 3세도 1851년 12월 2일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의 임기를 10년으로 연장한 후 이듬해에 황제에 등극했다. 이 두 나폴레옹은 모두 국민투표를 거쳐 형식적으로는 합법성을 얻었다. 하지만 두 번 다 불법적인 쿠데타였다.

권력투쟁을 거치면서 일부 지배계급이 무력을 사용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은 모두가 쿠데타이다. 쿠데타(Coup d'Etat)라는 말은 ‘쿠(coup 한 방, 타격)’라는 말과 ‘에타(Etat,국가, 영어의 State)’라는 말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어의 ‘쿠’는 ‘한방 가하는 것, 충격, 충동, 돌발적 행동, 음모’ 등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그대로 번역하면 ‘국가에 한방 먹이는 것, 국가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된다. 쿠데타를 굳이 영어로 옮기면 ‘blow(stroke) of state'쯤 될 것이다.

5.16때는 박정희가 이끌던 군부세력이 국가에 일격을 가하고 권력을 불법적으로 장악한 바 있고, 1979년 12월 12일에는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가 중심이 된 신군부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었다. 이 두 사건은 공히 국가질서를 교란시키고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한 쿠데타이다.

보통 쿠데타는 군부 내에서의 하극상, 반대파에 대한 유혈숙청, 체포, 탄압, 불법납치, 감금 때로는 암살 등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진다. 80년대 언론통폐합 때도 보았지만 언론에 대한 검열과 탄압도 빠지지 않는다. 같은 쿠데타라도 실패하면 역도나 반란이 될 수 있고 성공하면 ‘난세를 치세로 바꾼 혁명’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성패를 막론하고 쿠데타는 역시 쿠데타일 뿐이다. 혁명은‘비합법적인 권력 장악’이라는 면에서는 쿠데타와 공통점이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요구와 사회적 모순을 동반하고 피지배계층이 체제를 전복함으로써 체제변동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쿠데타와는 명백히 다르다.

쿠데타는 역사의 산물이지만, 쿠데타라는 용어는 세계 공통어가 되었다.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권력투쟁은 존재했고 왜곡되고 굴절된 권력의 변동을 겪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한편 정작 쿠데타의 본산지인 프랑스에서는 쿠데타라는 말은 역사책에나 나오는 용어이고 일상적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 프랑스에서는 군부세력에 의한 불법적인 권력장악을 말할 때,‘푸치(putsch)’라는 독일어를 더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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