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특히 제공 안보전력에 대한 무책임한 훼손이 심각하다.
MB 정권 들어 마구잡이식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로, 수도권 방공(防空), VIP 전용기 이착륙 및 대북정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군 제15혼성비행단(K-16)의 무력화가 자행된 것은 이미 구문(舊聞).
이번엔 서부전선 및 서해5도에 대한 적의 공중 공격 및 침투 대응 전력(戰力)으로 한수(漢水) 이북에 대한 제공권 보루인 수원비행장(K-13: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유린되기 시작했다.
남경필(한나라당ㆍ수원 팔달), 정미경(한나라당ㆍ수원 권선), 김진표(민주통합당ㆍ수원 영통), 박종희(한나라당ㆍ수원 장안) 등 수원 출신 국회의원 4명이 그 장본인.
이들 4인방(四人幇)은 권선구 소재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의 이전을 압박하는 선봉장들.
그들의 행보를 중심으로 수도권 공중통제전력, 나아가 대한민국 국가 안보가 여지없이 망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남경필. 2009년 1월 15일자 조선일보 1면 톱 "모든 군사공항 주변 일괄 규제완화 검토" 제하의 기사. 한나라당이 전국 군사공항 주변의 고도제한 같은 규제 등을 일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가닥을 잡았다는 요지의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남경필의 코멘트를 싣고 있다.
"경제 살리기 위해 비행장 이전해야"
"성남, 수원, 대구, 광주, 청주 등 전국적으로 10개가 넘는 도심 군사공항 때문에 피해 받는 주민들이 1000만 명이나 되고 과도한 규제 때문에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소음피해 등도 심각하다."
남경필은 특히 K-13을 의식, "국방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내놓으면서 도심공항은 이전하고, 이전한 공항 자리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성장동력 산업단지를 유치해 육성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한나라당 정미경의 기도는 더욱 고약하다. 정은 공군의 완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수원(권선구 대황교동)~화성(진안동) 1번 국도 상에 있는 비상활주로(폭 33.5m, 길이 2.7km)의 이전을 강력 추진해 왔다. 이유는 비상활주로 일원의 주민들이 수십년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어 지역경제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정미경+주민, "비상활주로 이전!" 강행
지역 주민과 정미경은 비상활주로로 인해 수원지역 3.97㎢와 화성지역 3.91㎢가 비행안전구역으로 설정돼, 건축물 높이가 6~35m로 고도가 제한되는 등 재산권행사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이전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해당지역에는 현재 수원 1만6000여가구(4만6000여명), 화성 1만가구(2만5000명)가 거주하고 있다. 규제가 풀릴 경우 최대 45m 높이까지 건축행위를 할 수 있다.
급기야 작년 9월 2일 수원비행장 비상활주로 이전이 확정됐다. 이날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활주로 이전비용 분담 관련 제4차 회의에서 경기도 40%, 수원시 40%, 화성시 20% 분담안이 전격 수용된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비상활주로 해제로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넓이가 고도제한구역에서 해제돼 1조원대의 경제 효과를 볼 것"이라고 호언했다.
한 달 뒤인 작년 10월 5일, 경기도청에선 김문수 경기 지사, 박종헌 공군참모총장,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비상활주로 이전에 관한 합의서가 체결됐다. 이날 합의에 따라 공군은 2013년까지 대체 비상활주로를 수원비행장 내에 건설하고, 준공과 동시에 현 수원 비상활주로를 해제하기로 했다.
정미경은 그것도 모자라 지난주 김관진 국방장관을 따로 만나 "비상활주로 해제를 1년 정도 당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무리 민생이 중요하고, 지방자치시대라 해도 이건 너무하다. 안보의 기본도 모르는 소치다. 비상활주로의 개념을 무시한 망동(妄動)이다.
비행장 안 비상활주로는 무의미
비상활주로란 무언가!
비상활주로는 유사시 전투기가 이ㆍ착륙할 수 있도록 국도나 고속도로 상에 건설 운용하는 활주로다. 특히 공군기지가 적의 공격으로 파괴됐을 때는 주 활주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원비상활주로 이전 계획에 따르면, 국도상 비상활주로 해제 시, 공군은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 10전비(10戰飛) 안 택시웨이(유도로) 하나를 비상활주로로 전환토록 돼 있다. 그것은 비상활주로의 개념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유사시 10전비는 적의 공격 대상 1순위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만약 10전비가 적의 공격에 피해를 입는다면, 10전비는 비상활주로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10전비로의 이전을 전제로 국도 상 비상활주로를 해제하기로 하다니.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박종헌 공참총장이 합의서 체결식장에 나타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튼 현재대로라면, 2013년에 수원~화성 간 국도상 활주로는 사라지고, 10전비 안에 더부살이같은 비상활주로(?)가 생기게 된다.
김진표, "대도시 비행장 이전 2월 처리"
고약함의 극치는 민주당 김진표의 행보다.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10전비의 이전을 주도하고 있다.
김진표는 지난 2일 수원 출신 국회의원 4명, 김동철 의원 등 광주 출신 8명, 유승민 의원 등 대구 출신 8명 등 25명의 여야 의원들이 서명을 받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이 특별법안은 자치단체장이 국방 장관에게 군 비행장 이전을 건의할 수 있고, 국방부 장관은 군사작전 및 군 비행장 입지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 군 비행장 후보지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전투비행단이 들어서려면 부지가 300만평(1000만㎡)은 돼야 한다. 그래야 7 비행안전 구역을 소화해 전투기 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 그렇다면 대도시 주변에 과연 ICAO 규정에 걸맞은 비행장 대체부지가 있기나 한 걸까?
"국방장관과 합의" 거짓말도
김진표는 총선 표 얻기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지난 10일)에서 한술 더 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얘기가 끝났다. 수원 기지 이전에 구두 합의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에 문의해보니 사실무근이었다.
여기서 10전비의 존재 의미를 살펴보자. 공군 창설 2년 뒤인 1951년 경남 사천에서 창단된 10전비는 강릉을 거쳐 1954년 수원으로 이전한 후, 수도권 및 서부 지역 방위의 보루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공중에서의 대북 경계 최선봉인 10전비는 최근 신설된 서해방위사령부에 대한 공중 지원도 겸하고 있다.
전투비행단 중 강릉기지(18전비)와 함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기지다(15비는 혼성비행단). 1983년 북한 공군 이웅평 대위의 귀순 시 안전착륙 유도를 했을 정도로, 돌발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960년대 인기 영화였던 <빨간마후라>와 <창공에 산다>도 이 기지에서 찍었다.
그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10전비에 대고 "방 빼!"라니. 그런다고 선선히 방 뺄 준비를 하고 있는 공군은 진정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인가!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hanmail.ne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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