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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중국의 미래다?

[中國探究] 대만 총통선거 그 후 : '대만제 민주주의'에 공명(共鳴)하는 중국사회

대만인과 중국인의 대화 한 토막

대만 친구가 자랑삼아 얘기한다. "우리는 낮에 투표하면 저녁에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어. 어때, 멋지지?" 중국 친구의 답변이 걸작이다. "너네들 너무 후진적인 거 아냐? 우리는 내일 아침에 투표한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미리 그 결과를 알아!" ― 작자 미상

대만 총통선거가 막을 내렸다. 현직 총통이자 국민당 주석인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과 송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선거가 끝난 후 중화권에서는 여러 가지 평가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구의 승리냐"에 관한 평가들이다. 마잉주의 승리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고, 본질적으로 선거의 승리자는 '후진타오(胡錦濤)'라는 것에서부터 중국이 대만에 쏟아 부은 '돈 보따리'의 승리라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이례적일 정도로 한국의 매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특별한 관심은 2012년이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는 해이고, 대만이 그 첫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대만 선거의 결과가 양안관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고, 그 변화가 중국 리더십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나아가 양안관계의 파동이 중미관계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종국에는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보기 위해 전 세계 35개국에서 130개 매체와 14곳의 싱크탱크가 대만을 찾았다고 한다. 총인원이 54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대만 신문국에 취재 협조를 요청한 사람들만 그 정도다. 여느 때와 다른 국제사회의 관심에 '아시아의 고아(亞細亞的孤兒)', 대만은 너무 반갑고 흐뭇했을 것이다. 중국 대륙의 등살에 밀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지 못하는 것에 늘 고심해 온 그들이 자신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재선 승리에 환호하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로이터=뉴시스

대만 선거에 쏠린 중국 대중의 시선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대만 선거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중국이다. 우리가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승계에 관심을 두듯 중국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은 대만의 선거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엄밀히 말하면,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이 아니다. 그 민주적 '과정'이 그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명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중국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중국사회에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대만 선거에 대한 인터넷 검열을 특별히 강화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상황에서 중국사회의 대다수 대중이 관심을 두고 있는 사건에 완벽한 검열과 통제를 실시한다는 것이 더 이상 간단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중국 대중에 가감 없이 전달되었고, 중국 인터넷에는 시시콜콜한 선거 뒷얘기서부터 진지한 비평에 이르기까지 대만선거 관련 글들이 폭주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중국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은 그 블로그 사용자가 2억 5000만 명에 육박하는데, 이곳의 블로그를 통해 중국 대중들이 대만 대선에 대한 상세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봉황TV 역시 여러 날에 걸쳐 헤드라인으로 대만 대선을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대만 선거에 이만큼 중국의 시선이 모인 적도 없었을 것이다. 2008년 이후 중국판 햇볕정책의 결과로 수백만의 중국 관광객들이 대만을 다녀가고 중국 학생들과 중국 기업인들이 대만에 체류하면서 어느 때보다 대만의 정세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만제 민주주의'에 대한 충격과 공명

중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있어서 민주주의의 이미지는 '혼란'의 대명사다. 중국의 통치자들이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선거에는 돈과 폭력이 동원된다는 생각. 민주주의는 중국의 전통과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중국은 너무 크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하면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는 생각. 그런 회의론으로 대중들을 설득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만 선거를 지켜보면서 중국인들은 중국인들의 사회에서도 성숙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에 공감했을 것이다. 선거 과정은 평화적이고 이성적이었으며,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혼란 없이 깨끗한 승복이 뒤따랐다.

특히, 마잉주 총통이 시장 유세를 하는 중에 돼지고기를 파는 상인에게 악수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나는 장면. 여러 차례의 TV 토론에서 목격된 너무도 평등한 후보자들의 설전 모습. 중국 대중들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대만 선거에 대한 충격과 감상은 블로그나 댓글로 인터넷에 고스란히 올려지면서 중국 사회에 큰 공명을 일으켰다.

선거 기간 동안 대만에 머물며 선거를 지켜본 한 중국 기업인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으로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정치에 대한 기존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신을 대표할 사람을 당신 손으로 뽑을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정말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가 언젠가는 중국에서도 실현되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이냐의 문제일 뿐이죠."

중국 매체에 보도된 또 다른 네티즌의 말이다.

"나는 대만 민진당 정치인들의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이잉원이 선거에 진 뒤 한 말에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가 감동한 차이잉원(蔡英文)의 말이란 아래의 발언을 가리킨다.

"저의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주진보당 주석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만은 반대할 수 있는 목소리를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견제와 균형의 힘을 잃어버려서도 안 됩니다!

차이잉원의 발언에 대한 이 네티즌의 게시글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일으켰다.

▲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11일 유세 차량을 타고 거리유세를 벌이고 있다. 마 후보 뒤로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선거 선전물이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양안관계의 숨겨진 본질 : 중국모델이냐 보편주의냐의 세계관 대결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억울함과 일부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당지배체제를 정당화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중국식 발전주의. 그리고 그 세계관을 대변하는 중국모델(中國模式). 민주적 선거와 개인의 자유, 그리고 인권의 보장이라는 서구식 보편가치의 구현을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고 모범적으로 그 길 위에 서 있는 대만과 그들의 보편주의적 세계관. 결국 양안관계의 숨겨진 본질은 세계관의 대결이자, 가치의 싸움이다. 두 세계관의 경쟁과 대결은 어쩌면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대결이라는 연장선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번 선거의 승자가 마잉주(馬英九)가 아니라 후진타오(胡錦濤)라는 관점을 내놓기도 했다. 후진타오의 중국이 대만에 '경제 보따리'를 싸 안기며 대만 민심을 구슬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의식한 것일까? 마잉주 총통은 선거가 끝난 후 이렇게 외쳤다. 대만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중국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마잉주 총통의 발언이 허풍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양안관계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마 총통 발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만이 힘으로 중국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치와 제도의 힘으로 중국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사실 대만인들은 종종 중국사회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낸다. 대만 사회에 꽤 보편화된 정서다. 이런 우월감은 자신들이 비록 중국보다 작고 경제가 침체되어 있지만, 중국보다 민주적이고 법치가 구현되는 선진적 사회라는 '자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마 총통은 이 우월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만이 중국을 변화시킬 것이고, 대만이 중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자후(열변)를 토해낸 것이다.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자,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대만의 명문 성공(成功) 대학 객원교수로 있는 왕단(王丹)도 이번 선거의 결과를 두고 "대만이 자유 민주적 성취로 중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경제우선주의' 역시 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베이징의 집권자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하여, 자신들이 추진하는 중국판 '햇볕정책'이 대만의 민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거의 절차나 대만 민주제도의 성숙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다.

물론, 중국 대중들이 대만 민주제도의 매력을 발견하고 부러움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이 중국의 민주화나 정치개혁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만에 하나, 굳건하게만 보이는 중국공산당 일당지배체제에 균열이 생긴다면, 중국인들이 가장 먼저 들여 올 수입품은 '민주적 선거제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만제 민주주의(Democracy made in Taiwan)'는 그들의 멘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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