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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체포 우선'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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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체포 우선' 정책 필요"

'가정폭력가해자 상담의 전망과대책' 심포지엄서

"피해자가 피신해 있는 쉼터에 가해자가 찾아와 '내 마누라 내놓으라' 윽박질러도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한국여성상담센터가 '가정폭력가해자 상담의 전망과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개소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13일 성신여대 수정관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 영상물 시사회'와 함께 그동안의 상담결과 분석과 김기환 여성부 인권복지과장, 표창원 경찰대 교수, 김현수 신경정신과 전문의, 채규만 성신여대 교수의 발제가 이뤄졌다.

한국여성상담센터는 1998년 10월부터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상담을 시작했으며 2001년에는 서울가정법원 가정폭력 행위자 상담수탁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가해자 심리상담을 시행해왔다.

***"가정폭력, 우발적이기보다는 반복ㆍ지속되는 경향"**

김기환 여성부 인권복지과장은 "가정폭력은 가해자의 정신질환, 알콜, 마약등 개인적 요소뿐 아니라 가족내 세력관계(뒷받침할 자원없이 강압적으로 지배하려는 경우등),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용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며 "이에 비해 처벌에 대한 전문화와 보호ㆍ지원에 관한 제도화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가정폭력행위자 중 아내 이외에 다른 사람이나 자녀에게 신체적 폭력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46.4%, 과거에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 67.3%였다"며 "가정폭력이 우발적이고 단순한 사건으로 일어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체포 우선' 정책 필요"**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현재 처벌 시스템은 가해자에게 너무 온정주의적이고 많은 선택권을 준다"며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체포우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교수는 "가정폭력은 단순한 가족 내 문제가 아닌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범죄행위임에도 현재 사법당국과 상담소는 가해자에게 '제발 좀 때리지 말아주십쇼' 애원하고 있는 형상"이라며 "가정폭력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문화 차이를 넘어서는 세계적 조류"라고 지적했다.

표교수는 이어 "서양에서도 2-30년전만 해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다"며 "체포우선의 강력한 법ㆍ제도가 도입된 것은 '가정폭력이 계층을 막론하고 일반적이고 광범위하며 정도나 그 결과가 심각하다'는 인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가정폭력방지법, '현장'에서는 유명무실"**

한국의 가정폭력관련법률은 1997년 12월에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이래 두번의 개정이 있었다. 주요 내용은 가정폭력 취급자에 대한 '신고의무' 부과,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 가능, 검사에게 '격리와 접근금지' 청구권 부여, 보호처분에 의한 '접근행위'제한, '친권행사 제한', 사회봉사ㆍ수강명령, 아동의 피해방지를 위한 교육기관종사자의 '비밀누설금지의무' 등이다.

표교수는 "가정폭력 방지법을 제정한 이래 성과도 없지 않았으나 '서울여성의전화'에 접수된 불만사례의 대부분이 촐동을 거부하는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로 집계될 만큼 경찰관들이 여전히 가정폭력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 호주,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경찰에게 체포권 및 강제조치권과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반드시 검사를 거쳐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적극적 대응이 구조적으로 힘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체포ㆍ고발등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검사가 현장의 긴급함에 일일이 대처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가해자에 온정적인 경우가 많아 가해자에 대한 효과적인 구금ㆍ체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표교수는 이외에도 "한국의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의 보호'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두고 있어서 경찰의 체포 등 사법적 개입보다는 '계도'와 '중재'위주의 접근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며 "아울러 형사입건 여부를 전적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의존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해자의 격리ㆍ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ㆍ지원이 같이 이뤄져야"**

김기환 여성부 인권복지과장은 해결방향에 관해 "폭력발생에 양비론이 아닌 가해자 책임의식 강조와 폭력을 멈추는 것에 우선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며 "현재 많이 활용되는 사회봉사명령은 일종의 대가지불형 조치로서 면죄부가 될 뿐 교정과 치료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표창원 교수는 가정폭력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피해여성이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지원'을 꼽았다. 현재 피해여성이 폭력에 치를 떨어하면서도 가족을 유지하려는 주된 이유중 하나는 자립 능력 결핍이기 때문이다.

표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가정폭력의 고리를 끊는 적극적인 역할을 절대 할 수 없다"며 "자립능력이 떨어져 폭력을 참고 사는 여성들에 대한 직업훈련과 창업지원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전국 각지의 민간상담소와 학계, 정부 관계자 등 1백여명이 참가했다. 아울러 18일 국회에서는 그동안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료지원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온 것을 감안, 치료비 지원에 따른 구상권제도 개선이 담긴 가족폭력방지법 개정안이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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