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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젊은이들에게 무의미한 죽음을 강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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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젊은이들에게 무의미한 죽음을 강요하는가?

'김민웅의 반전평화주장' <13> 어떤 형태의 파병도 안 된다

지난 11월 12일은 미국에서 "퇴역장병의 날(Veterans Day) 50주년"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다른 무엇보다도 특히 미국의 이라크 전쟁 희생 장병들의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전장(戰場)에서 사망한 장병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의 일부를 게재, 전쟁의 완료가 공식 선언된 뒤에도 여전히 죽어가는 미국 젊은이들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정면에서 조명하였다. 승리를 장담했던, "출구전략(Exit Strategy) 없는 전쟁"의 비극이 미국 사회에 가하는 부메랑과 같은 고통이 여기에 아로 새겨져 있다.

***희생 군인들의 마지막 편지, 그 영원한 슬픔**

34세의 제시 기븐즈는 자신이 죽으면 가족들에게 전해달라고 적은, 유서가 된 편지를 남겼다.

"나는 내가 이런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모두 나의 가족들과 지낸 날들이었다. 나의 가족들은 나를 고독에서 구해냈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내게 가르쳐주었다....

내 아들 다코다야, 너는 너무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아빠는 너와 함께 놀던 그 공원에 언제나 있단다. 사랑한다. 언젠가 너는 아빠가 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게 될 꺼야. 그런 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겨다오. 빈, 아직은 태어나지 않은 너를 나는 보지 못하겠지만, 엄마 배 속에서 네가 발을 움직이는 느낌을 늘 기억하고 있단다. 너는 분명히 엄마와 형처럼 강하고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거야.

사랑하는 아내 멜리사, 당신을 처음 만난 날처럼 축복된 날이 없소. 당신은 나의 천사요, 사랑이며 가장 좋은 친구라오. 나는 정말이지 이런 편지를 쓰고 싶지 않았소. 정말 더 많은 할 말이 있고, 더 나누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는 당신과 수백만 번이나 결혼했소. 인생은 귀중하오. 아이들 잘 지켜 주시오. 당신을 홀로 남겨두고 가는 나를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디 용서하여 주시오. 나는 늘 당신과 함께 있겠소. 나는 언제나 당신과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오. 한 가지 부탁이 있다오. 아이들 재울 때, 아이들을 가볍게 껴안고 그 아이들에게 나의 키스도 함께 해주구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그 수를 헤아려보아요. 부디, 미소 짓는 것을 잊지 말아주오.

당신의 영원한 사랑, 남편 제시가"

이러한 개인적 편지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까닭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감대는 매우 즉각적이고 깊으며 그것이 엄청난 반전(反戰) 압박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침략전쟁과 관련해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였던 사람들이 바로 파병 군인 가족들이었는데, 이들이 최근 전쟁지지 철회로 급격하게 돌아서고 있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환경변화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파산 지점에 이르고 있어**

따라서 뉴욕타임스가 이들 가족들에게 보내는 희생미군의 마지막 편지를 게재한 것은,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미국 내 지지 하락이 더 이상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정책이 파산해가고 있는 징조의 하나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 미국 국방부가 획일적으로 편지 내용을 제작하여 마치 파병 군인들이 모두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했던 사실이 폭로되었던 것과 대조되면서 이 편지들은 부시정권의 이라크 침략전쟁 정책 전반에 걸쳐 중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제 겨우 열아홉 살 밖에 되지 않은 여군 레이첼 보스벨드가 자신의 엄마에게 쓴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엄마. 저는 잘 있어요. 그런데 사실 얼마 전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 바람에 목과 어깨를 잘 쓰지 못하게 되었고 왼쪽 청력을 몇주간이나 잃었더랬어요. 회복이 좀 되긴 했으나 이제는 예전같이 잘 듣지는 못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정강이도 부상을 입어 쓰리고 아픕니다. 아무튼, 엄마 잘 지내세요. 사랑해요. 나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내 직감으로 몇 사람의 생명도 살려냈고 내 목숨도 구했으니 말이에요....18일만 있으면 내 생일인데. 엄마, 그리워요."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20세 생일을 채 맞이하기도 전에 이라크 땅에서 불귀(不歸)의 객이 되고 말았다.

29세의 조슈아 바이어스 육군대위는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며칠 전 사령관이 와서 제가 여우 부대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하는군요. 솔직히 두렵습니다. 120명에 달하는 부대원들을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전투가 끝난 후, 무사히 집으로 귀환시킬 수 있게 하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편지를 쓴 바이어스 대위는 그 자신조차 귀환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미군 병사들**

그의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귀환을 바라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지난 이틀 밤 동안 우리 부대는 공격당했습니다. 우리 편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저는 건강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재배치 명령이 내려와 누구나 다 원하고 있듯이 집으로 귀환하고 싶습니다....그런데 며칠 전 별 셋짜리 사령관이 와서 우리는 9개월에서 1년간은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해 우리의 사기는 영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습니까?...엄마, 아버지 두 분을 진정 사랑합니다."

현재 미국 내에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가 당연히 높아지고 있고, 결국 실패로 끝나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결말과 겹쳐지면서 이라크는 미국의 전리품이 아니라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논설위원 앤드류 로젠탈은 자신의 친구이자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 소속 언론인으로서 이라크 전쟁 취재 중 사망한 마이클 켈리에 대해 언급하면서, 죽음의 현실을 은폐하고 있는 미국 부시정권에 대해 베트남 전쟁의 교훈을 거론하며 비판하고 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희생 미군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고 있으며, 희생 군인 장례식에 한번도 참여하지 않는 것은 전쟁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것은 결국 이 전쟁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가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부시 정권이 베트남 전쟁과 이번 이라크 전쟁의 비교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으나, 희생자의 문제를 언제까지 덮어두고 갈 수는 없는 것이며 그렇게 하면 할수록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5년 전 베트남 전쟁이 한참 고조의 단계에 있을 때 미 국방부는 칠흑 같은 한 밤중에 희생 군인들의 시체를 미국으로 수송했다. 그것은 희생자의 문제가 뉴스 취재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는가? 베트남 전쟁은 마침내 패배로 끝났고, 미국은 "승리 후의 영광스러운 철수"가 아니라 "패전에 따른 치욕의 퇴각"을 하고 말았다.

***희생을 은폐하는 권력, 치욕을 겪을 것**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뒤늦게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부시 정권은 현재 "(1) 이라크 인들에게 조속한 주권 이양과 그에 기초한 이라크 정부 수립, (2) 저항세력 강력 토벌"로 그 전략적 우선순위를 바꾸는 사태수습방안을 선택했다. 실질적인 목적은 미군의 희생을 줄이자는 것이고, 겉포장은 미군에 대한 공격의 이유가 되고 있는 점령자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점령군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군 점령정부 행정관 폴 브레머(L. Paul Bremer III)가 급거 귀국하여 구체적인 제안을 했던 것처럼 이라크 임시위원회를 근간으로 하는 정부를 세운들 이것이 "친미정권"이라는 현실이 변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래봐야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되는 것은 분명하고, 희생자가 늘어남으로써 후퇴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미국이 앞세운 정권에 대한 이라크 민중들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이라크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메드 찰라비는 이러한 미국의 정책 교정과 관련하여 "미군은 이곳에 계속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점령군에서부터 이라크 정부가 초청한 주둔군으로서 그 지위가 바뀌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과, 미국의 점령정책에 기생하는 이라크 내 제국주의 협력분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이른바 "초대에 의한 제국(Empire by the invitation)", 즉 내키지는 않지만 상대국이 간절히 원해서 제국의 군사력을 주둔시킨다는 식의 연출을 하고 싶은 모양이나 그 가공의 초대는 이라크 민중들에 의해 여지없이 무효화되고 말 것이다.

미 국방부 펜타곤은 이라크 내 게릴라로 활동하고 있는 저항세력의 수가 5천 정도에 불과함에도 그 반격의 강도는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그 5천은 정규군에 버금가는 조직화된 군사력이다. 이러한 평가에는 나머지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어가는 민중들의 저항은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날이 갈수록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점령군에서 초대받은 주둔군? 눈 가리고 아웅**

애초부터 이 전쟁은 명백한 침략전쟁이고 세계를 기만하고 자신의 일방적 패권의 강화를 위해 무고한 이라크 민중들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지지의 대상이 아니라 전범재판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문제이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미국의 세계사적 범죄행위에 협조하는 것은 그 형식이 전투병은 물론이고 비전투병이 되었든 혼성파병이 되었든 공범이 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미국의 정치적 계산과 군사적 의도에 종속되는 파병은 이라크 민중들의 진정한 이해와 맞서는 것이며 자주적인 이라크 민주주의 발전에 장애를 설치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게다가 무의미한 희생대상이 될 것이 뻔한 현장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범죄행위이다. 또한 무고한 이라크 민중들의 생명을 짓밟는 일에 우리의 젊은 세대를 결코 가담하게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파병의 본질은 논의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파병의 내용과 형식에서 협상이 이루어지면 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범의 역할과 수준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파병을 결정하는 한, 노무현 정권은 제국주의 세력의 보다 적극적인, 굴종적 협력분자가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전투병 파병에 목소리를 높인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파병 문제에 대한 당론 확정에 여전히 불확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자세는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인 인물들의 경우, 전투병 파병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불가피론"을 운운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평화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

그에 더하여, 평소의 파병 반대 소신을 접고 전투병이 당연히 포함된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이라는, 교묘하게 본질을 은폐한 억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동당의 지도부가 보이고 있는 대미 투항적 자세 역시 평화에 대한 정치적 소신이 어디쯤에 있는가를 이들에게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행위, 그 무엇도 전쟁범죄**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행위는 그것이 비전투병이든 전투병이든 아니면 혼성부대이건 모두 제국의 하수인이 되는 길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비극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하루 속히 점령군이 떠나는 것 외에 없다. 그런 연후, 이라크 민중들 자신의 손으로 정부를 세우고 재건의 구상과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바는, 미국은 전쟁의 참화로 피해를 입은 이라크 민중들에게 재건의 비용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라크 인들의 삶을 처참하게 만든 파괴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엔을 중심으로 세계는 이라크 민중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때 이라크 재건과 평화유지를 위해 우리의 군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당연히 지지하고 적극 나서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제국의 정복전쟁이 가져온 비극을 호도하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을 요구하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할 것이다. 세계를 전쟁의 화마 속으로 몰아놓고 있는 악마의 사신과 다를 바 없는 미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의 방한과정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강력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 <위대한 거부>에 우리의 힘이 하나가 될 때, 이 땅의 역사는 전격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세계사의 진로에 중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반면에 제국의 폭력 체제에 하수인이 되어 가담하는 순간, 우리는 인류평화의 적이 되고 말 것이다. 제국을 거부하는 자, 자유와 해방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자유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해방에는 결단이 요구된다.

언제까지 "불가피한 현실"을 내세워 제국의 노예로 살고자 하는가? 우리는 지금 숙명과 자유의 땅, 그 경계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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