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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 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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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곽노현 교육감 사건의 재구성

[기고] 1심 재판 변론의 종결에 부쳐…

곽노현 교육감 제1심 재판의 변론이 종결되었다. 선고만 남은 것이다. 처음에 구속 결정, 보석 기각 결정을 보면서 사법부가 검찰의 스토리를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몇 달의 변론을 거쳐 제1심 재판부가 어떤 심증을 형성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사건의 골자는 의심을 사기에 안성마춤으로 되어 있다.

"선거 전에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L씨), 박명기 교수 측 대리인(Y씨, L씨와 동서지간),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서울대 C교수가 선거비용보전에 대한 합의를 한 바가 있고, 실제로 선거 후 약 6개월여 지나서 2억 원이라는 거금이, 현금으로 비밀리에, 차용증이라는 이상한 문서를 만들면서, 건너갔다."

이러한 외관은 선거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상적인 '후보매수'의 금전거래 바로 그것이었다. 검찰이 범죄의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감의 해명, 후보 단일화와 무관한 단순한 경제적 지원, 선의의 부조였다는 곽 교육감의 발표는 오히려 사람들의 냉소와 야유를 샀다.

그러나 공판이 진행되면서, 여러 증인들 그리고 당사자들의 증언과 진술이 이어지고, 검찰이 획득한 '녹취록'이란 것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통상적인 스토리와는 전연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선 선거 전의 세 사람의 합의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곽 교육감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당사자들은 곽 교육감에 절대 알리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또 그 합의 내용도 박명기 교수 측의 대리인이자 동지였던 Y씨가 주도적으로 정한 것이고, 본인이 먼저 1억 5000만 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를 L씨와 C교수가 어떻게든 해 주기로 한 것뿐이었다.

결국 이 합의란 박명기 후보에게 사퇴의 명분을 주기 위한 연출에 가까운 것이었다. 당시 박명기 후보는 본 선거에 나갈 형편이 못되었던 것이다. 이미 빚을 많이 지고 있었고, 실제 선거에서 선거비용반환의 요건에 해당할 득표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야권의 단일후보로는 곽노현 후보가 기정사실로 되어 있었고, 이는 박명기 후보도 인정하는 바였다. 박명기 후보가 독자 출마를 계속 고집할 경우 경제적 파산은 물론이고, 향후 교육계 지도자로서의 미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곽노현 후보 측 대리인(K씨)과 박명기 후보 측 대리인(Y씨)의 공식 단일화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다. 박명기 후보 측은 선거비용보전을 요구하였으나, 이는 곽노현 후보 측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고, 대신 곽노현 후보는 자기는 단임으로 그치고 차기 선거에서 박명기 교수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그것은 박명기 후보가 거부하였다.

하지만 박명기 교수의 사퇴는 본인은 물론이고 모두에게 좋은 것이었다. 단지, 사퇴의 명분이 필요하였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선거운동 개시 직전, 박명기 후보의 대리인 Y씨는 그와 동서지간이었던 곽노현 후보 측의 회계책임자 L씨와 서울대 C교수를 엮어 서둘러 합의의 외양을 갖추고, 박명기 후보에게는 곽 교육감이 승인한 것처럼 보고를 한 것이다. 그에 따라 박명기 후보는 사퇴를 선언하였고, 최종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었으므로 이들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이후 누구도 합의의 이행을 언급하지 않았고, Y씨가 1억 5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결국 그 합의는 유야무야된 것이다.

따라서 박명기 교수가 합의금 이행을 요구할 때, 곽 교육감은 단호히 물리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에는 그렇게 하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2억 원이라는 거금을 전해 주었다. 어떻게 그리되었을까?

곽 교육감은 한 참 후에 비로소 자신의 40년 지기이자 회계 책임자가, 그 실체야 어떻든, 합의한 바 있고, 또 박명기 교수는 그것을 믿고 배신감에 휩싸여 있었다는 데에 큰 충격을 받았다.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부채의식으로 난감해진 곽 교육감은 그의 또 다른 친구이자 멘토라고 할 수 있는 '신앙의 법 철학자' 강경선 교수에게 해법을 부탁하였다.

선거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곽 교육감이 잘되기를 누구보다도 소망하였던 강경선 교수는 박명기 교수를 만나 사정을 들어보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박명기 교수가 사회적 상실감과 경제적 곤궁으로 거의 패닉상태에 있었으며, 그 절망감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곽 교육감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그만일 뿐이었다. 하지만, 강경선 교수는 곽 교육감의 리더십이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울 교육을 온전히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본인이 '희생'하더라도 화해 혹은 중재자가 되고자 하였다.

여기서 강 교수는 두 가지 일을 수행한다. 첫째, 박명기 교수에게 선거 전의 합의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것. 둘째, 박명기 교수의 급박한 경제적 사정을 해결해 주기 위해 금전 지원을 할 것. 그 목표는 곽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가 교육계 동지로서의 상호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살리고, 서울 교육을 살리는 일로 생각한 것이다. 여전히 강경선 교수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지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금전 지원은 비록 '선행'일지라도 드러내놓고 할 일은 아니었다. 더욱이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의 상대에게 돈을 건네는 것은 자칫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곽 교육감의 계좌는 사정기관에 의하여 샅샅이 감시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곽 교육감이나 강 교수는 현금 전달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비밀로 하였지만, 비밀로 하였기 때문에 더 큰 오해를 사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차용증도 곽 교육감이나 강 교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강 교수는 곽 교육감의 돈을 전달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떤 '확인서'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뿐이다. 차용증을 제안한 것은 돈을 받는 박명기 교수의 동생 쪽이었다. 박 교수의 동생이 어째서 차용증을 말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법정에서 박명기 교수는, 금융 계통의 일을 많이 경험해 본 동생이 그런 경우에 의례 차용증을 쓰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수 있다는 추측을 개진한 바 있다. 강경선 교수는 지원을 하는 입장에서 세밀히 따지기보다 박 교수 측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박 교수의 동생이 불러주는 대로 타자하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타산적인 법리보다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는 법철학자의 순진함이 다시 '교활함'으로 둔갑해 버렸으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이상이 필자가 듣고 보고, 또 그동안 공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리해 본 스토리다. 검찰의 공소사실과는 전혀 다른 얘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곽노현 교육감, 강경선 교수의 내심의 의사는 이와 유사하리라고 믿는다. 곽 교육감 그리고 강경선 교수는 '계획적으로', '교활하게'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걱정', '순진한 사명감으로' 건넨 것이다. 과연 여기에 어떤 '불법적 대가성', '검은 거래'가 있는가? 이것이 '후보 매수'인가? 동 범죄가 목적범인 이상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와 의도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이번 사건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진실은 복잡 미묘하다. 누구도 사건의 전모를 온전하게 파악한다고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곽 교육감 자신도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세간에서는 몇 가지 사실 그것도 제한적이거나 왜곡된 단편들만을 가지고 '후보매수'의 범죄로 단정하고, 심지어 곽 교육감을 부도덕한 인간으로 몰아세우는 일들이 벌어졌다. 무슨 강박관념에서인지 판사에 앞서 판사보다 더 정확하게 유죄선고를 내리려는 이들도 있었다.

필자도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의 일원이며, 곽노현 교육감 및 강경선 교수와 개인적 인연이 깊다면 깊은 입장에서 이런 글을 쓸 처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나름 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 또한 '어리석은 책임감의 발로'인지 모른다. 하지만, 서울 교육, 한국의 미래를 위해 투신한 분들이 사실과 다르게 매도당하며, 사법처리의 위험에 처한 것은 참담하고 가혹한 일이다. 부디 최종 재판에서 곽 교육감과 강 교수 그리고 박명기 교수의 명예도 구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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