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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兄을 보내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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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兄을 보내지 않았어!

[윤재석의 '쾌도난마']<39> '아름다운 바보' 김&#8231;근&#8231;태&#8231; 쯔가리야 선배에게

兄!
그제, 어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兄을 봤어요
兄은 영정(影幀) 속에서 팔짱끼고 환하게 웃고 있더군요
하지만 우린 웃을 수 없었어요
아니 피눈물을 흘렸죠
난마(亂麻)처럼 얽힌 이승을 놔두고, 심신이 피폐해진 우리를 두고
홀연히 가시다니

경기고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기득세력(establishment) 편입 0순위의 조건을 두루 갖춘 兄
난 알고 있지, 兄은 영어 실력도 출중했어

하지만 兄은 모든 기득권을 초개(草芥)같이 버리고
시종 '민주 투사'로, '인권 대부'로, '세계의 양심수'로 살아오셨어

그런데, 하느님이 주신 시련이련가!
兄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악마, 이근안으로부터 받은 물 고문, 전기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죠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김‧근‧태‧
그럼에도 兄은 꿋꿋하셨고, 자애로우셨으며, 유머러스하셨어
게다가 악마까지 사랑으로 품으시는 자비(慈悲)…

하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의 고문'은
치명적 비수(匕首)로 돌변해 兄의 심신을 집요하게 괴롭혔죠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죠
하지만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兄이, 2007 대선에 나섰더라면?
압도적 표차는 아닐 지라도 최소한 이겼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백성은 분탕질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됐을 거고
兄은 소외된 이들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강산(江山)을 가꾸는 지도자가 됐겠죠.

兄은 한국 정치판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 인간이셨어요
고(故) 金壽煥 추기경님이 '인자한 바보'였다면
고(故) 盧武鉉이 '까칠한 바보'였다면
兄은 '아름다운 바보'였지요.

그렇기에 兄은 매일 손해만 봤고
매번 뒤통수만 맞았지요
게다가 고문 후유증은 형을 어눌하게 만들었고
콧물과 침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지도자 후보 0순위인 兄은 현실에선 언제나 꼴찌
하지만 아름다운 꼴찌
무능한 지도자로 보였지만
兄은 진정한 선비셨고, 화해조정자였으며, 개그맨이셨어

어쨌든 兄은 갔습니다.
오늘 천국을 향해 훠이~ 훠이~ 떠났습니다.
아침 명동성당에서 영결미사를 마친 운구(運柩)는
청계천 5가 전태일 흉상 앞에서 노제(路祭)를 지낸 후
문익환 목사, 조영래 변호사, 전태일 열사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양지 녘에 묻히셨습니다
하지만 우린 결코 兄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兄이 먼 길을 떠난 오늘 오후
대한민국엔 눈이 내렸어요.

남은 우리
兄의 온화했던 미소, 고결한 정신,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올곧은 자세
언제까지 소중히 기억하겠습니다.

▲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영정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노제 후 이동하고 있다. 영정 뒤편에서 딸 병민 씨(왼쪽)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는 김 고문의 아내 인재근 씨를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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