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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화와 예술의 역사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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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화와 예술의 역사적 공간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6>

사주카페, 인터넷카페, 다음카페, 영어카페 등등. ‘카페’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외국어도 드물 것이다. 카페는 커피나 음료 또는 간단한 케익 정도를 파는 가게다. 커피숍이나 다방, 찻집이라고 하는 것보다 그래도 카페라고 하는 것이 더 분위기있게 들린다. 원래 카페(café)는 커피를 뜻하는 프랑스어인데, 나중에는 커피를 파는 집도 ‘카페’라고 불리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처음 카페가 나타난 것은 17세기의 일이다. 프로코피아(procopio)라는 별명을 가진 시칠리아인 프란체스코 카펠리가 1674년 투르농 거리에서 최초의 가게를 여는데 이것이 빠리 최초의 카페인 ‘프로코프’이다. 10년 후 이 카페는 생제르망 거리로 이사를 와 생제르망가의 명소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명물로 남아있다.

카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새 공간이었는데, 그 이유는 집에서만 갇혀있던 여성들도 카페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페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뜨거운 코코아나 차, 새로운 음료를 팔았고, 점차 가벼운 케익이나 온갖 종류의 잼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팔면서 대중적인 사교의 장소가 된다. 1721년에는 파리에만 3백개의 카페가 생겼고, 18세기말에는 2천개로 늘어나는 등 카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카페 프로코프는 프랑스혁명기에는 정객들이 즐겨 찾았고 그 후에도 문인이나 지식인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되었는데, 볼테르, 뷔퐁, 달랑베르, 몽테스키외 등 역사적인 인물들은 모두 카페 프로코프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17-18세기에 런던을 중심으로 커피숍들이 속속 생겨났는데 문인이나 정객들이 클럽으로 이용하면서 일종의 사교장 구실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생긴 커피숍들은 영국에서는 펍(pub:public house), 즉 술집(bar)으로 변모된다. 한편 오늘날 영국에서 말하는 카페란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는 소규모 레스토랑을 말한다.

각설하고, 카페는 살아있는 프랑스 문화의 역사이며, 프랑스 지성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거리에 의자를 내놓은 프랑스풍 카페는 아마 파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인상적인 거리풍경일 것이다. 비만 오지 않으면 빠리지엥들은 밖에 내놓은 카페의자에 앉아 카페오레(café au lait : 우유를 탄 커피)를 마시며 혼자 신문이나 책을 보기도 하고, 몇몇이 모여 수다를 떨거나 프랑스인 특유의 제스쳐를 하며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카페를 흔히 ‘비스트로(Bistrot)’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비스트로의 어원도 참 재미있다. 비스트로란 러시아말로 <빨리빨리>라는 뜻이다. 1815년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파리에 입성한 연합군 중 성격이 급한 러시아 군인들이 카페에 몰려와서 목이 말라 빨리빨리 마실 것을 달라고 <비스트로, 비스트로!>라고 외친 것이 오늘날 카페를 뜻하는 <비스트로>의 어원이라고 한다.

카페는 프랑스인의 일상적인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다. 아침에는 크롸상에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간단한 식사도 할수 있는 만남과 사교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문학, 예술, 철학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한국식으로는 커피숍이나 다방 정도 될 텐데 무슨 철학이니 예술이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랑스의 카페는 분명 특별한 곳이다. 오죽했으면 언젠가 프랑스 문화부에서 지정한 프랑스 문화의 3대 상징 중에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요리와 함께 비스트로가 포함되었겠는가 말이다.

1907년 경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쥬 브라크가 만나 큐비즘이라는 미술의 장르를 창시한 것은 바로 빠리 시내 <생 제르망 데 프레>라는 지역의 카페 <레 두 마고>에서이다. 카페 프로코프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다. 1939년에는 바로 이웃의 카페 <르 카페 드 플로르>가 예술가나 문학가, 지식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다.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와르는 매일 저녁 이 카페에 와서 글도 쓰고 토론도 했다고 한다.

전후 저항문학이 탄생한 곳도 생 제르망 데 프레 지역의 이런 카페들에서이다. 지식인과 문화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프랑스의 카페에서 최근에는 <철학카페>라는 곳이 생겨나 철학, 문학, 예술을 꽃피운 프랑스 카페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카페 필로(café philo) 또는 비스트로 필로라고 불리는 이 철학카페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철학에 관심을 가진 대중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철학자나 대학 강사의 주관 하에 어떤 철학적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대중 철학세미나 같은 것이다.

철학 카페라는 1992년, 철학자 마르크 소테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철학 교수인 마르크 소테는 언제부터인가 매주 일요일, 친구들과 바스티유 광장 한쪽의 카페 <카페 데 파르>에 모여 인생이며,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관심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이 모임은 철학 토론회로 발전했고, 일요일 아침이면 이 카페는 소테씨의 철학모임으로 성황을 이루게 되었다. 이 모임이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철학 카페가 되었던 것이다.

<카페 데 파르>의 일요 철학 토론회는 이제 바스티유의 명물이 되어 있었다. 입구 간판 아래 <최초의 비스트로 필로(철학 카페)>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 <카페 데 파르>는 일요일 아침이 되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의 철학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한 카페에서 더이상 사람들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대학가를 중심으로 철학 카페가 속속 생겨났고 지방으로까지 퍼져나갔다. 현재 빠리에서만도 철학 카페가 20개 이상이나 되고 니스, 스트라스부르, 마르세이유, 투르, 리용 등 전국에 족히 50-60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대중적인 성공에 힘입어 정기화된 모임을 좀더 생산적으로 확산시키고자 만들어진 단체가 <필로 협회>인데, 매월 잡지도 발간하고 전국의 철학 카페 모임들을 주관하고 있다.

철학 카페가 프랑스인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은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부담없이 참석할 수 있다. 고교생과 은퇴한 노인이 세대차를 뛰어넘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대학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인에게 카페는 카페 이상의 문화적 의미가 있다. 카페는 지성사의 현장이며 문화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카페 프로코프에서 카페 한 잔을 마시며 볼테르나 몽테스키외의 흔적을 느껴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지성사를 체험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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