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김종인 박사가 박근혜 캠프의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표된 것을 보고는 아주 사적(私的)이라 할 만큼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한마디로 말하면 그는 독일 영향을 담뿍 받은 사회적 시장경제론자이다. 우리의 보수적 풍토에서는 대단히 개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서강대 교수로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에 크게 기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청와대 경제 수석으로 여러 가지 큰일을 했는데 그중에서 특히 재벌의 토지 과다 점유를 해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을 말해야겠다. 1987년 6월 항쟁 후 헌법 개정을 할 때는 그가 제119조 2항을 입안하여 삽입한 것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그 조항은 그 유명한 '경제 민주화 조항'으로 지금 진보 진영 세력까지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가까이 지내며 경제이론을 경청하면서도 아마추어로서 불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금융 실명제나 토지 소유제도 개혁(세제 포함)에 소극적인 것 같은 것 말이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의 이름 있는 학자나 이론적인 정치인들을 많이 만났다. 진보 진영의 심상정 씨까지 그 스펙트럼은 진보 개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 김 박사가 박근혜 캠프에 가깝게 되었다는 것은 전부터 떨떠름 하니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 공식으로 비상대책위원이 되었으니 한마디 말이 없을 수가 없다.
나는 내년 대선을 계기로 시대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정말 우리의 사회적 제반 조건은 새로운 시대로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론,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으로서의 박근혜 씨가 '과연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수 있겠는가' 회의적인 입장이다. 큰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씨가 통 크게 마음 먹고 한번 크게 바뀐다면 우리 사회의 대단히 보수적인 지형에서, 그가 맡아보는 것도 저항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정치공학적으로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 보수세력이 창조력은 약하나 파괴력은 강하다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의 정치공학의 이야기다. 특히 남북관계를 푸는 데는 그렇다.
나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 11월 6일 자 <프레시안>인터뷰 "박근혜 대세론 무너지면 개헌으로 간다")
"만약에 박근혜가 변하기로 하면, 야권에 비해서 더 개혁적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북 관계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것도 안철수가 변하는 것보다는 박근혜가 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만약 안철수가 변하려고 하면 엄청난 색깔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 변화는, 하려고 한다면 박근혜가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안정 속의 변화로 (박근혜의 변화가)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 변화가 더 중요하다. 박근혜는 그렇게 변해야만 지금 분위기에서 통합 야당 후보와 경쟁할 수 있다."
요는 박근혜 씨가 크게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변신에 김종인 박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그의 인물론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미국의 닉슨 정부를 보면 키신저 박사가 참 큰 역할을 했다. 우리의 경제 발전에서도 남덕우, 김재익 씨 등의 이름이 거명된다.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임동원 씨를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튼, 한 정권의 방향 전환에는 적은 수의 인물이 중요했다. 서독의 아데나워 정권에서는 에르하르트 경제장관(나중에 총리)이 중요했다는 것을 말해야 이번 경우에 알맞을 것이다.
우리는 간단히 말하여 OECD 국가의 중간 수준까지라도 복지를 끌어 올려야만 한다. 복지국가의 이상만이 모두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제1차적 배분의 문제도 있고, 사회 여러 분야에 있어서의 사회정의의 실현 문제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남북문제, 평화의 문제이며, 군사비의 문제이다. 그 군사비의 문제는 복지 등 여타 예산 문제와 관련된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미국과 중국 간 증대하는 긴장 관계 속에서의 우리의 현명한 외교적 대응이라는 문제가 있다.
경제·사회 문제 말고는 남북 관계에 말을 아끼던 김종인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주권을 가지고 정책을 하려면 먼저 남북문제가 풀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행동반경이 제약을 받는다." (12월 12일 자 <한겨레> '한겨레가 만난 사람'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안철수, 뭔가 하려면 비전 내놓고 국민검증 받아야")
개인의 역량이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또한 한계도 있다. 한나라당이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치·사회 세력은 엄청난 대집단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기득권 집단이 쌓이고 쌓여온 거대한 덩어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다. 하기에 따라서는 개인이 크게 기여를 할 수도 있는 체제이다.
한 개인의 출세주의에 북을 쳐주는 식의 사사로운 차원이 아니다. 그동안 경험해 본 바로는 매우 합리적 개혁 사상을 가진 이론가이자 실무자인 한 인물의 표면화에 기대를 걸고 싶어서이다. 앞으로 애정을 갖고 지켜보겠지만, 이제는 캠프의 인물이 되었으니 비판적 안목을 잊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헌법 제 119조 2항은 아래와 같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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