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베이징 6자 회담 성공의 조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베이징 6자 회담 성공의 조건

'김민웅의 반전평화주장' <9> 미 일극체제 맞서는 다극화의 돌파구 모색해야

2003년 8월 2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에 대한 부시 정권의 일차적 목표는 분명하다. 다자회담의 “다층적 압박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북한을 고립/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에 저항하면 그 다음 수순의 강공책을 택하겠다는, 즉 이른바 질적 강도가 높은 “추가적 조처”를 수행하기 위한 전단계적 과정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로서 6자회담의 성패는 “남북간의 민족적 결속 역량과 주변 열강들의 다극화 전략이 공동의 이해관계로 맞물려 미국의 일극적 패권전략을 좌절시킬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인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것이 당장의 현실로 실현되지 못한다 해도 그러한 길이 열리는 단초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이번 회담을 통해 주목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바로 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지배전략, 즉 일극체제 완결의지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협의 대상은 당장에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이지만, 결국 주변 열강 역시 (일단 현재로서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일극적 지배체제의 완결전략을 위한 군사적 거점이 확대재생산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과 입장을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미국의 일극체제 완결 의지에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어**

그렇다면, 이 회담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1) 남과 북의 민족적 단결의 공조체제를 극대화하려는 의지, (2) 미국에 대한 종속적 대외관계로부터의 점진적 이탈, (3) 주변 열강들의 미국에 대한 견제요구를 외교적 자원으로 삼을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의 총체적 결합으로 압축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주적 민족결속, 반제(反帝) 투쟁적 이탈, 다극화 질서를 향한 국제적 연대와 보장>이라는 방식의 관철이다. 그리고 이는 한반도가 결국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 쟁탈전의 노략대상이 아닌, 중립적 위상을 가지고 그 갈등과 대립의 완충지대로 격상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는 강력한 민족사적 의지와 고도의 외교사적 지략, 그리고 향후 적어도 1백년의 동북아시아가 가야할 길에 대한 세계사적 전망을 가지고 감당해야 하는 거대한 작업의 시작인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해결>이라는 방식은 이제 우리 민족 내부의 단위와 수준을 넘어서서 이미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6자 회담은 기존의 한반도 문제 관련 회담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우리 민족사에 종주국으로 자신을 내세웠거나 종주국인 나라, 또는 그러한 위상에 근접하려는 의도를 가진 나라 모두를 망라하고 있으며, 그로써 우리에게는 지난 시기의 민족적 역량 모두를 총집결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만 해결하면, 우리 민족의 장래에 중대한 이정표가 만들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떠받들어야 할 상전이 다수가 되는 비운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감당하는 작업에 실패하게 될 경우 우리의 처지는, 남북간의 연대가 약화되어 열강정치의 한반도 분열지배전략에 계속적으로 휘둘리게 될 것이며, 미국 패권전략 수행의 하수인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는 동시에 주변 열강들에 의한 한반도 간섭의 영역만 확대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 주도권 관철이 여의치 않아질 때 우리 민족이 자칫 열강들의 공동관리 대상으로 그 위상이 굴러 떨어지는 것을 뜻하게 된다.

한마디로 민족전체의 생존환경이 보다 열악해지고, 독자적 자생력의 범위가 줄어들고 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라는, 지난 1백년에 걸쳐 연속되고 있는 제국주의 지배의 굴레를 극복하는 역사적 투쟁의 완성을 향한 길이 막히는 것이며, 더욱이 평화체제의 국제적 보장을 위한 주도권 발휘의 길은 차단된다.

***주변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완충되는, 다극화 질서 속에서의 중립지대 지향해야**

전쟁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이요,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의 손에 우리의 민족적, 국가적 운명을 맡겨버리는 지난 시대의 비극적 패착(敗着)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열강에 의한 분열전략을 저지할 수 있는 민족내부의 단결이다.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통일 코리아>가 주변 열강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거나 어느 일방의 패권국가에 기울어 그 나라의 독점적 거점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모두와 우호적 대등관계를 형성하면서 중립적 완충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역설”하는 노력에 치열하게 주력해야 한다.

그와 같은 관점과 접근은 우리의 평화를 훼손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일극체제를 허물고 각 열강이 다극화된 질서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국제적 논의를 통해 조정해낼 수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일방에 종속적으로 편입되는 방식이 아닌, “중재적 결정력”을 지닐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의 이해관계도 패권적으로나 독점적으로 관철될 수 없는 지역으로 한반도가 그 위상을 달리해갈 수 있다면, 미국의 일방적 대북 적대정책의 지속은 불가능해지고 북한의 핵 무장 프로그램과 같은 자기 방어적 대응도 자연히 원인소멸하게 된다.

그러한 차원에서, 6자회담의 다층적 대북 압박구조를 도리어 역전시켜 미국을 상대로 하는 집단적 전쟁 통제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향후 동북아 평화체제의 기본 토대를 형성하는 관건이 된다. 전쟁을 막는 것이 모두에게 절실한 관심사이며, 그로써 어느 일방의 제국주의적 지배질서를 용인하지 않는 공동의 인식과 이해관계를 형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세기 전 한반도 주변의 열강정치가 우리의 민족적 행동반경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결국 식민지로 전락하게 했던 상황의 재연을 막고, 열강 내부의 담합구조가 형성되는 조건들을 소멸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려는 전쟁계획을 무산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6자 회담 내면의 원초적 모순**

그런데, 6자회담의 내면에는 원초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이 모순에 대한 인식과 척결의 자세와 의지, 그리고 전략이 없는 한, 우리는 거시적 안목의 실천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다음은 북경회담 하루 전인 2003년 8월 26일 한겨레신문 6자회담 기획특집에 실린 필자의 글 일부이다.

“6자회담의 구상은 기본적으로 그 출발이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낳은 소산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고립을 겨냥한 다층적 포위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질서의 진영 재편을 내심으로 담은 미국의 지배전략이, 현 단계로서는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가급적 피하고하자 하는 중국의 중재전략과 맞물려 일정하게 여과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총괄하여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이 주도한 강대국 간의 담합구조가 만들어 낸 기형물인 셈이다. 이를 기형이라고 하는 까닭은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이다.

즉 첫째, 정작 문제의 직접 당사자가 되고 있는 한반도 전체와 미국간에 지난 50년간 이 땅의 삶을 왜곡시켜온 종속적 분단체제 해체를 대상으로 하는 논의가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한반도 평화에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는 미국의 전쟁전략 대신, 그로 인해 발생한 자위 조처적 성격을 지닌 북한의 핵 무장 프로그램이 일차적 추궁대상으로 선정되고 있다. 셋째, 6자 회담을 통해서 어떠한 장기적 평화체제를 수립해낼 것인지에 대한 구상과 의견교환이 명확하게 없는 채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열강의 간섭여지만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6자 회담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핵 무장 프로그램이 현상적으로는 가장 직접적으로 맞서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정작 한반도의 위기를 낳고 있는 역사적 요인이 외면되고, 우리 민족의 주체적 역할이 경시되고 있으며, 나아가 근본적 원인인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주의 지배전략이 정면에서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침략전쟁과 점령정책의 모순ㆍ기만ㆍ비극ㆍ실패 거론돼야**

그러므로 우리는 바로 이 대목과 관련하여 논의의 내용들을 다양하고 폭넓게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특히 이미 이라크 점령정책에서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미국의 군사정책과 그 결과인 점령정책의 모순ㆍ기만ㆍ비극ㆍ실패의 문제 등을 결정적으로 중요한 논거로 삼아 미국 부시 정권 내 강경세력의 입지를 최대한 위축시켜나가도록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놓고 선택해야 할 동북아 지역의 집단적 방도가 뚜렷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테러국가의 소멸과 선제 공격론을 축으로 대북 적대정책의 공세를 진행해온 미국 부시정권으로서는 이라크 문제와 북한 문제의 연계가 과거에는 유리한 전술이었으나 이제는 부담스러워지고 있으며, 따라서 도리어 이 문제가 6자회담에서 어떻게든 거론되는 것은 논의의 중심을 바꾸어나가는 일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쟁의 관심사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아무런 침략행위도 하지 않은 나라를 향해 침략전쟁을 수행하고 야만적 점령정책으로 무수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현재진행형으로 낳고 있다. 또한, 도처에서 위기를 고의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는 책임자이다. 그런 당사자가 거꾸로 책임추궁의 주도권을 쥐고, 거대한 패권국가의 무장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국가의 정당 방위적 권리가 정죄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의 도착(倒着)은 교정되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의 틀이 바로 세워지지 않는 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며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현실 속에서 부당한 책임 전가와 그로 인한 희생은 중단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자 회담은 전쟁정책을 정면으로 밀고나가고 있는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가져온 결과를 예로 들어, 한반도 문제 해결의 관점과 자세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기는 하나, 이른바 북핵 위기 거론과 관련한 미국 부시정권의 접근이란 바로 이라크 침략전쟁의 연장선 위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 사안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즉, 바로 이 중동지역의 혼란과 폭력, 위기가 유사한 형태로 동북아 지역, 그리고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미국의 침략정책이 통제되도록 하는 일, 말하자면 <대북 불가침 정책>이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방식으로 보장되지 않고서는 사태의 근원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강조하고 확인하는 일이 있도록 해야 마땅한 것이다.

***부시 정권 내부의 강경론자들의 논리와 입지 약화시키는 노력 절실**

이와 같은 문제의 제기는 6자회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국무부의 대화론자들을 정치적으로 제거하고 있는 부시 정권 내 강경파들의 논리와 정책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 될 수 있으며, 이라크 점령정책의 현실이 부메랑처럼 가격하고 있는 부시정권의 입지를 놓고 볼 때에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부시정권에게 전쟁에 대한 내부적 추진력을 잃게 하고, 그로써 불가침 정책의 원칙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현실을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이 지역 내부의 다양한 차원의 저항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이번 북경 6자회담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회담의 결과에 대한 단기적 평가에 머물지 말고, 지속적이고도 심층적으로 우리의 대응전략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 그로써 우리 사회 내부에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전망과 계획, 그리고 국제적 역량의 육성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의 외교방책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도록 해가야 하는 것이다.

재론컨대 오늘의 시점에서, 진정 미국의 일방적 대북 압박정책의 기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회담도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에 이바지할 수 없다. 아니 도리어 그 평화를 파산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되지 않을 수가 없다.

종속적 분단체제의 지속에 대한 미국의 결정적 책임이 거론되어야 하며, 미국의 침략적인 선제공경정책 철회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 민족의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저지하는 노력이 국제적으로 논란 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상 필요한 순서이자 과제이다. 소위 북한의 핵 문제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과 함께 가는 것이지 그것만 따로 떼 내어 풀어야 할 별개의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이번 회담이 이러한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거론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이 있겠지만, 이런 논란이 우리 안에서라도 반드시 불거져 나와야 하고 그것이 뜨거운 국제적 조명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의 한반도 간섭의 정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남과 북, 민족내부의 결속과 그에 기초한 의지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북경에서 진행되는 6자 회담이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성찰과 외교적 노력을 재검토하는 기회가 되고, 그로써 <평화와 민족 문제의 지구적/인류적 해법>이라는 전략적 고리를 힘 있게 움켜쥐는 나름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우리는 지금, 전쟁과 평화의 현실 앞에서 인류적 성숙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