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제국의 지배에 대한 도전과 평화운동의 전략**
***(1) 제국에 대한 도전**
부시정권이 이끄는 아메리카 제국의 지배에 대한 도전은 내부적으로는 (1) 부시 정권의 전쟁 논리가 거짓에 기초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전쟁정책의 정통성이 안으로부터 붕괴되어가고 있으며 (2) 이라크 점령정책의 과정에서 이라크 민중들의 반격과 저항이 거세어지고, 이에 따라 미군들의 희생이 늘어가자 전쟁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에서 우선 기인 한다.(45)
이는 모두 이라크 침략 전쟁의 실상에 대한 거짓 정보의 확산과 오도에 따른 결과로서, 새로운 전쟁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대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증거 부재 또는 증거 조작이라는 방식에 의존한 전쟁수행은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부시 대통령 진영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부시정권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허물고 점령정책의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라크 침략 전쟁이 군사적 개입에 대한 여론의 제동장치로 기능했던 이른바 <베트남 증후군(Vietnam syndrome)>(46)을 극복한 경우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유럽 동맹 내부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보다 깊어졌고,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지배점령정책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고 있으며(47) 세계적인 반전평화 운동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탈출구로 미국은 위험부담이 높은 단독적 행위를 보강할 새로운 방식의 연대를 추구하고 유엔과 같은 국제조직의 기능을 보다 인정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나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대한 반체제 운동의 흐름을 저지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의 행태를 겨냥한 국제적 규제가 강화되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황을 조성해가고 있다. 세계를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통제하고자 했던 전략이 거꾸로 세계적 규제대상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국에 대한 이러한 규제 장치의 힘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으나 그 가능성의 문은 보다 크게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하겠다.
역사적으로 성찰해보면, 지구촌을 분할했던 제국주의 초기 단계는 러시아 혁명에 의해 도전받았으며 이후는 사회주의 국제 연대라는 틀에서 그 흐름이 반격 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격은 전쟁을 막는데 실패하고 만다. 파시즘의 등장을 자본주의 위기의 수세적 국면으로만 파악한 인식의 착오(48)와 공격적 애국주의의 확산에 따른 결과였다. 2차대전 이후 아메리카 제국주의 질서는 민족해방전선의 저항에 놓이게 되었고,(49) 오늘날은 반세계화 운동의 전면적 확대와 이에 기초한 반전평화 운동의 세계적 연대를 통해서 전환의 고비를 맞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 우리의 반전평화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명확한 인식, 이에 대한 대중 교육의 확산, 반전평화세력의 정치적/사회적 결집,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적 연대의 강화발전, 그리고 새로운 대안적 세계의 구상을 펼쳐나가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이어 또 다른 반세기가 제국의 지배 아래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서 폭력을 수반하는 강제적 통합 방식인 제국의 세계지배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이로부터 이탈하여 세계적 연대의 기초 위에 새로운 평화 프로젝트를 관철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2) 한반도, 그 새로운 세계사적 역할, 그리고 우리의 해법
한반도는 지난 50년간의 정전협정체제를 통해서 전쟁체제의 일상화를 경험해왔고, 미국의 제국지배전략의 하위 단위라는 자주권 상실의 국가적 지위를 강요당해왔다. 지난 냉전 시기의 군사주의 체제가 한반도의 현대사를 장악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미국의 제국경영방식의 소산이었다. 그 결과로 우리의 기본 인권과 민족적 생존권, 외교적 주체성, 민족 내부의 평화적 결합, 사회경제적 정의 등의 사안은 정면으로 제기하여 이를 우리 민족 전체의 당연한 권리로 내세우기 어려웠다. 모든 것은 제국의 질서 내부에서 진행해야하는 것이지 그로부터 이탈하는 것은 스스로의 안정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온 것이다. “반미(反美)운동”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 질서 안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진정한 안정과 생존을 위기에 몰아가는 사태가 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은 여타 지역의 민족들의 생존권을 주변화하고 있으며,(50)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어떤 명분을 동원해서라도 이들을 물리적 폭력의 대상으로 희생시킬 수 있고 자신의 강제적 통합전략의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을 “공동의 적”으로 몰아 전쟁정책을 정당화하는 반 평화적 본성을 가졌다. 따라서 이러한 질서의 산물인 정전협정체제의 지속은 폭력과 희생을 양산하는 제국의 질서 안에 우리를 종속적으로 묶어두는 장치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로부터의 이탈(de-linking)(51)을 계획, 세계적 평화역량과 연대하여 평화체제의 새로운 성립을 구상하여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은 이러한 제국의 질서로부터 완만한 이탈을 기획했던 것이었으며,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그러한 기반 위에서 보다 진보적 이탈을 진행시키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성하는 것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가 되고 있음에 우리의 고뇌가 있다.
오늘날, 한반도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배전략의 중대 고리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강요한 자본의 지배를 극복하는 문제, 신보수주의 세력이 강제하고 있는 전쟁의 가능성을 포함한 군사주의 정책을 철거하는 문제, 그리고 민족적 단합을 저해하는 분열정책과 이를 보조하는 이데올로기적 유산을 소멸시키는 문제 등이 다층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는 달리 말해서, 독점 대자본의 지배체제와 이를 유지하는 군사력의 존재, 그리고 주권국가의 선택을 견제하는 아메리카 제국의 질서와 맞서는 작업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이미 세계적 연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는 인류 보편의 생명과 자유, 인권과 생존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실현해내야 하는 과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평화운동은 (1) 아메리카 제국의 독점 대자본의 지배를 극복하는 반세계화 운동 (2) 전쟁정책을 앞세운 군사주의 노선에 대한 반전운동(52) (3) 민족내부의 결속을 저해하고 대결을 조장하는 내외의 적대정책을 청산할 민족단결과 공조체제의 확대를 세 축으로 하여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화운동의 면모는 제국의 지배로 인한 세계적 모순이 집약된 결과로서, 이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기만 한다면 우리의 평화운동은 세계적 시민권을 획득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제국의 지배 축을 흔드는 반전평화 운동의 중대한 보루로서, 그리고 새로운 세계적 대안체제의 발상을 할 수 있는 근거지로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정립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폭력을 수반하는 강제적 통합과정을 속성으로 하는 <자본의 제국>(53)에서 이탈하여, 인류 공동의 생존이 확보되는 새로운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기획하는 국제적 연대를 통해 거대 제국의 행동방식을 규제해나가는 일에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은 무엇인가?
1. 우선 무엇보다도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관심과 조직적 특징을 가진 <평화운동세력의 결속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은 “이론과 정책의 정리”와 “대중운동의 전개” 두 가지 차원이며, 이 역량이 수시로 과시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 한반도에서 어떤 위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집결, 정치사회적 힘을 집중적으로/대중적으로 행사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한반도 내부에 전쟁 통제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의 전쟁 통제력과 결합, 세계적 연대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현실적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다.(54) 이번 정전 50주년 기념 한반도 평화대회 조직 결성은 바로 그러한 의미를 가진 매우 중대한 역사적 성과라고 하겠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조직적 성과를 어떻게 대중화해나가고, 이론적, 정책적, 외교적 차원의 영향력으로 진전시켜나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2.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위한 민간 차원의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하여, 한반도 내부에 민족적 화합과 결속의 기운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국제적으로 증명해나가는 노력이 지속,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특히 문화와 경제 부문에서의 비약적 발전이 중요해지는데, 미국 부시정권에 의한 북한에 대한 <악마화 (demonization)> 프로파갠다를 극복할 수 있는 단서이자, 남북 상호 이해에 의한 공동 전략의 수립을 위한 환경 조성에 중대한 발판이 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이러한 흐름이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단계에 이르면 전쟁체제의 정당성과 실질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현재 내외적으로 정치적/사법적/외교적 평가절하의 틀 속에 갇혀 있는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그리고 그 결정적 산물인 6.15 공동선언의 실체적 추진력을 복권시켜나가는 정치사회적 노력과 결합된다면, 보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3.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상 갖는 주한 미군의 역할과 향후 위상, 그리고 한-미-일 삼각 편제의 기본 기능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심화>시켜나가고 이 삼각 편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치루는 희생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입증, 확인해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 미국의 세계전략상 가장 중요한 기초가 군사전략이며 주한미군은 바로 이 군사전략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관철해나가는 실질적 물리력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집중적이고 포괄적인 논의, 그리고 대중적 인식의 제고(提高) 없이는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중추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으며 전쟁체제로부터의 이탈은 어렵다. 당장의 이탈은 현실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단기적 구상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할 축소와 궁극적 철수, 그리고 동북아시아 집단안보체제의 구성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논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4. 국제적인 반세계화 운동과의 연대를 통해서, 한반도 지역에 미국의 자본이 독점적 지배를 하는 양상을 최대한 저지하고 <새로운 대안체제 논의>를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체제 변화의 논의를 시도하는 것으로서, 진보적인 정치경제 논쟁을 발전시켜나가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화를 벗어나 세계적 연관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자주적이며 정의로운 민족경제체제를 창출해나가는 기반이 된다. 이 기반이 견고해져 가면 갈수록 미국의 군사주의 노선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상실해가게 될 것이다.
5. 핵 문제가 고리가 되어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증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단계가 높은 핵 동작으로 가지 않도록 북한의 최대한의 자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미국에 의한 북한의 체제보장과 핵 프로그램 폐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일괄타결안의 현실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꾸준히 알려나가 지지를 받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 노무현 정권이 이러한 구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며,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보다 확대/심화/고차적이 되어가도록 하는 조처들을 내놓도록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남북 정상간에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회담의 재개는 한반도 평화에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사회에 대중적 지지 기반을 넓혀나가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될 때, 한반도는 전쟁발발의 비극적 현장이 아니라 세계평화의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내는 역동적인 현장으로 변화될 것이며, 고난이 곧 축복이 되는 역사의 비밀을 이로써 우리는 마침내 완성해나가게 될 것이다.
***각주**
(45) 시사주간지 TIME은 2003년 7월, 2주 연속해서 이라크 상황과 관련한 부시정권의 딜레마를 다루었다. 7월 14일 판은 “Peace is Hell” 이라는 제목으로 이라크 점령정책에 대한 이라크 민중들의 거센 저항과 미군의 희생을, 7월 21일자에는 “Untruth & Consequences”라는 제목 아래 이라크 침공 명분에 대한 공개적 거짓과 정보, 증거 조작시비에 휘말린 부시정권의 곤경을 집중 조명했다. 전쟁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떨어지고, 합법적 정당성의 근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46) 부시정권 1기와 2기의 군사주의 노선의 틀을 만든 레이건 시기의 대외정책은 바로 이 베트남 증후군 극복을 위한 개입주의 전략의 재개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신속배치군(Rapid Deployment Force)의 구상이 현실화되어가고 이후 미국의 군사력 재편에 필요한 기본발상이 형성되어가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Michael T. Klare Beyond the "Vietnam Syndrome": U.S. Interventionism in the 1980s, (Washington D.C.: The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1982)
(47) 중동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미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 해결의 주도권을 제대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처지이다. 아랍진영에서 미국의 역할을 “정직하지 못한 중재자(dishonest broker)”로 인식하는 한, 미국의 딜레마는 해결되기 쉽지 않다. Naseer H. Aruri, Dishonest Broker: The US Role in Israel and Palestine (Cambridge: South End Press, 2003) 우리의 상황에서는 미국은 중재자가 아니라, 위기를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상 중동지역에서도 미국의 역할은 바로 그런 위기의 주역으로 되어 있다고 하겠다.
(48) R. Palme Dutt, World Politics, 1918-1936 (London: Victor Gollancz Ltd., 1936) 1936년에 나온 이 저작은 스탈린의 대외정책을 옹호하는 한계를 갖고 있기는 하나, 독일 파시즘에 의한 전쟁 발발을 정확히 예견했고, 당시 세계정세의 흐름 속에서 사회주의 세력이 전쟁을 막아내지 못할 수 있는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 저작은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주의 체제의 선택이 전쟁의 조건을 추가해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저지해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49) Richard Barnet은 제3세계 민족해방전선에 대하여, 민주주의를 내세운 케네디 정권이 어떻게 군사적 개입주의를 중심으로 이들을 진압시켜나가면서 미국의 제국주의 질서를 형성해나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Intervention and Revolution: America's Confrontation with Insurgent Movements Around the World, (New York: A Meridan Book, 1968) 미국의 군사주의적 개입정책은 이렇게 부시정권 이전에 이미 세계지배전략의 틀로서 강력한 근거를 가지고 미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해왔던 것이다.
(50) Edward Said의 표현에 따르면, 이로써 제국의 지배 하에 있는 민중들은 중심국가의 이해에 봉사하며 자신의 삶은 주변화(marginalized)되고 생존의 기본권리는 박탈(dispossession)되어가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스스로의 책임과 권리(self-determination)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갈파했다. 이는 지난 50년의 세월 속에서 미국의 전쟁체제에 갇혀 있는 우리 민족의 형편을 그대로 말해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The Politics of Dispossession: The Struggle for Palestinian Self-Determination, 1969-1994 (New York: Vintage Books, 1994)
(51)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일극적 제국주의의 착취와 폭력에서 벗어나 다극적 세계(Polycentric World)를 지향하는 일탈의 결단을 촉구한 사미르 아민의 경우, 일탈 이후의 연대라는 보장을 마련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국의 질서에서 이탈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세력과의 연대와 협력을 동시에 마련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Samir Amin Delinking: Towards a Polycentric World (London: Zed Books, 1990)
(52) 군사주의/반군사주의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놓고 사고한 고전적 저작으로는 Karl Liebknecht의 Militarism and Anti-Militarism (Cambridge: River Press, 1973)을 들 수가 있는데, 자본주의 경제 안에서 군사부문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한 Rosa Luxemburg의 The Accumulation of Capital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Ltd., 1963)과 더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Karl Liebknect의 저작은 젊은 세대들에게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반전평화 교육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현실적 논의의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10년대 독일 사민당 내부에서 벌어진 제국주의 논쟁과 이후 파시즘 체제의 성립으로 이어지는 역사, 그리고 군사주의 문제를 정리하는 작업에 있어서 이들의 논의는 오늘날 군사주의 체제를 통한 제국의 문제를 해부하는데 참고의 가치가 있다.
(53) Ellen Meiksins Wood, Empire of Capital (London: Verso, 2003) 거대한 초국적 독점 자본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이미 그 자본주의 시장 내부에 시장의 참여자가 따를 수밖에 없는 강제적 원칙과, 그 외부에는 물리적 강요를 통한 통합을 하는 제국의 힘에 맞설 수 있는 국제적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54) 지난 6월 평화운동권과 일부 반전평화 주도 정치권의 방미단 결성과 그 활동은 이러한 세계적 연대의 한 틀을 시험적으로 가동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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