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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WMD, '온실가스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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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WMD, '온실가스 방출'

윤재석의 지구촌 Q&A <34>

Q)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정권 축출을 위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 온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의 정의가 새롭게 바뀔 것같습니다. 영국의 기상학자가 “인류가 야기하는 세계 기후변화야말로 최소한 화생방 무기에 버금가는 WMD”라고 경고했다죠?

A) 영국의 기상학자인 존 휴튼(John Houghton)경(卿)은 2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지구온난화는 대량살상무기'(Global warming is now a weapon of mass destruction)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인간활동의 산물인 기후 변화가 최소한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만큼 위험한 WMD"라고 주장했습니다. AFP통신도 이날 영국이 사담 후세인의 WMD와 국제 테러리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라크전에 참전했지만 국민은 여전히 기후변화라는 장기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휴튼경의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휴튼경은 이 칼럼에서 “지구온난화라는 무기는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국경이 따로 없다.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나 대규모 인명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 한편에선 열파(heatwave)현상이, 다른 한편에선 가뭄ㆍ홍수ㆍ폭풍 등이 급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현상은 이미 우리 곁에 도래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1990년대는 지난 1천년 동안 가장 무더운 10년이었고 1998년은 그 중에서도 가장 더운 해였으며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달 들어 극한 기후가 더욱 빈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미국을 예로 들면서 미국에서는 1880년 이후 사상 최고의 육지온도를 기록한 올 5월 한달 동안 무려 562회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4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휴튼경은 기상재해에 속수무책인 저위도국가나 제3세계 빈국에서의 피해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면서 올해 들어 인도는 몬순기후의 영향으로 정상보다 섭씨 5도나 높은 49도의 무더위를 겪었는데 이러한 살인 열파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9.11테러 당시 희생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1천5백여명이 숨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제는 상식이 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저자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f Climite Change:IPCC) 학술평가부문 공동의장과 영국 기상청장을 역임한 기상학의 권위입니다.

Q) 휴튼경의 이같은 경고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 아닙니까?

A) 그렇습니다. 휴튼경은 이 칼럼에서 “미국은 인구가 전세계의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greenhouse gas) 방출량은 4분의 1이나 차지하는 최대 오염국”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의 온실가스 방출량은 지난 90년 대비 14%나 늘었고 향후 10년간 12%나 더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2100년까지 지구온도가 섭씨 1.4~5.8도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IPCC가 경고한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휴튼경은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도력을 포기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Q) 휴튼경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미국의 무책임한 행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A) 지난 2001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의 서명을 거부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부시 행정부의 지구환경 무시 정책은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 태도는 환경백서의 왜곡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3일 미 환경보호청(EPA)은 환경보고서(Report on the Environment)를 발간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백악관의 수정 요구로 끝내 주요부분이 빠진 채 발간된 `반쪽'짜리 보고서였습니다.

미국의 공기와 물의 질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환경과 관련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평가한 이 보고서에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빠졌기 때문인데요. 바로 지구촌의 기후변화 관련 평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보고서는 `지구촌 현안(global issues)'으로 명명한 부분에서 오존층 고갈에 대한 대처에서 진전이 있었다고만 평가하고, 공해 때문에 앞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많은 기상학자들의 우려를 묵살해버렸습니다.

앞서 백악관은 보고서 초안에 당초 언급돼 있던 지구온난화에 관한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대목을 고칠 것과 온난화가 건강 및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기술을 삭제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애써 무시하는 정권으로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는 심증을 갖게 합니다.

이와 관련해 최초의 여성 뉴저지 주지사 출신으로 부시 행정부 출범시 환경보호청장에 발탁돼 일해 왔던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Christine Todd Whitman․56)은 부시 대통령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 및 무대책에 저항하다가 환멸을 느껴 5월20일 사직서를 냈으며, 6월27일 끝내 청장직을 떠났습니다.

Q) 그런 미국이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 10개년 연구계획안을 발표했죠?

A) 부시 행정부는 7월 24일 지구 온난화에 대한 10개년 연구계획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발표 주체가 돈 에번스 상무장관과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장관이었다는 점입니다. 364쪽의 이 계획안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제적인 조치 대신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의 관계에 대한 연구활동에 초점을 맞춘 5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안은 첫번째 목표로 기후 변화에서 자연적인 가변성을 규명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으며, 두번째 목표로 화석연료의 연소, 온실가스의 산업적 생산, 토지 사용의 변화 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최적의 방법 모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밖에 ▶기후예보의 불확실성 감소 ▶기후변화가 인간과 야생동물,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나은 이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측정하는 정확한 방법모색 등을 연구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은 이같은 연구목표 선정이 인간에 의한 공해문제에 모아지는 초점을 피해 나가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눈가림식 제스처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했던 부시 행정부가 연구를 구실로 실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조치를 취하는 것을 연기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입니다.

결국 미국이 그토록 혐오하고 분쇄해야 한다는 대량살상무기를 바로 미국이 대량 소지(사실은 방출)하고 있고 그 때문에 지구촌 전역이 생존의 위협을 받게되어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휴튼경이 새삼 깨닫게 한 것으로 할 수 있겠습니다.

Q) 휴튼경이 진정 하고픈 얘기는 블레어의 각성을 촉구한 것 아닌가요?

A) 물론 그렇죠. 그는 블레어 총리가 부시 대통령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기후문제를 수사적(修辭的) 차원에서만 대처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사실 ‘부시의 애완견 푸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부시의 말을 잘 듣는 블레어는 그 때문인지 환경을 중시하는 노동당 정권의 특성과 달리 날이 갈수록 환경 시책에 소홀하는 바람에 영국의 환경부문이 퇴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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