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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과 6.15성명, 특검으로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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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과 6.15성명, 특검으로 죽지 않는다

<주장> 특검 이후 정국, 노무현 정권의 늪

결국 "송두환 특검"의 최종 결론은 "남북 정상회담, 돈으로 사다"이다. 이른바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정상회담이기에 그 본질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사법적 평가가 특검의 목표였음이 재차 증명된 것이다.

이로써 특검은 자신에게 본래 부여된 역할을 모두 수행한 셈이다. 기간 연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이미 무의미했던 것이다.

"특검 연장 요구 거부"라는 선택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 거부의 논거로 민족 문제를 최상의 가치로 언급하지 않았다. 150억원 문제와 관련하여 "사안의 성격이 법률적으로 다르다"라는 식으로 도리어 제2차 특검의 길을 열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사법적ㆍ정치적 공격의 여지를 계속 내어준 것이며, 민족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전무(全無)하거나 또는 자신의 실질적인 입장이 적어도 <햇볕정책 방어>는 아닌 것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의 새로운 기준**

특검이 지적하고 있는 "절차적 정당성"은 분단의 현실을 돌파하려는 시대정신과 헌법정신을 분단형 실정법에 가두려는 구금(拘禁) 논리에 불과하다. 대북 관계와 관련한 절차적 정당성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그 행위가 우리의 역사를 진전시켜나갔는가 아닌가의 관점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절차적 정당성은 견고하게 옹호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민족 문제 해결에 수구냉전세력의 발목잡기와 외세의 개입ㆍ간섭을 막아낼 방도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냉전체제 유지에 요구되는 실정법으로 냉전체제 해체에 필요한 노력을 좌초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버려야 할 과거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체포한 것이다. 그리하여 특검은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사안을 부각시킴으로써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폐기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첫째, 햇볕정책 관련자들은 모두 비리 공모행위 범죄자로 만든다, 둘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은 고도의 뇌물에 따른 소산이다, 셋째, 향후 대북 관계 자금 거래는 이른바 "투명성"을 고리로 미국의 대북 봉쇄전략에 종속된다.

한마디로 이는 김대중 정권 시기에 어렵게 추진되었던 햇볕정책의 도덕적, 정치적, 외교적 가치의 파산 선고이다. 노무현 정권으로서는, 햇볕정책의 차단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충실한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 자신을 축으로 하는 정파구축에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특검은 햇볕정책 파산 선고 절차**

하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종파주의적 계산에 따라 민족 문제를 희생 제물로 삼은 점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저항과 위기는 고스란히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 더욱 위태로워지는 쪽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 자신이 자초(自招)하고 있는 궁지이다.

그 까닭은 분명하다. 민족문제에 대한 원칙을 바로 세우지 못한 결과 냉전수구세력과 개혁평화세력 양편의 협공에 시달리고 미국 부시정권의 일방주의에 투항하면서, 정권의 권위와 효율성 모두를 상실해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권위와 효율성을 잃어가게 되면 남는 것은 변명과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일관한 억지와 소위 본때를 보이겠다는 폭력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도리어 그 권력에 대한 멸시와 저항만 길러가게 된다.

하여, 속히 역사의 진정한 요구에 자신을 돌이키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상태가 온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했던 말처럼 "대통령 괜히 했다는 생각"이 보다 절절하게 드는 어려운 시점이 아마도 머지않을 수 있다.

***햇볕정책과 6.15 공동성명의 원칙은 특검으로 죽지 않는다**

스스로 늪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노무현 정권. 오늘날, 통합과 결속으로 가야할 길을 분열과 적대감 증폭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최대의 책임은 실로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정치철학과 자세에 있다.

이것을 노 대통령 자신이 깨닫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가 있는 곳마다 온갖 파열음이 끊이지 않으면 결국 <역사의 인내>는 한계에 이를 것이다. 그 한계의 경계선 너머 있는 것은, 6.15 공동성명의 원칙에서 분명하게 확인한, "민족문제는 이 땅의 주인들이 주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민족 생존권의 영토이다.

우리는 기필코 그 땅으로 가야 한다. 이를 막는 세력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해야 우리 모두가 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적 결단과 햇볕정책의 세계사적 가치, 그리고 6.15 공동성명의 원칙은 특검으로 죽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날, 바로 이러한 현실 앞에서 더더욱 강한 힘으로 부활하여 역사의 미래를 감당해나갈 것이다.

이미 그 대하(大河)의 줄기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뜨거운 함성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역사의 목소리를 진심을 다하여 귀 기울여 듣지 못한다면, 역사의 패자(敗者)가 누구인가는 자명(自明)해질 것이다.

*이 글의 크레딧은 <프레시안>에 있으며, 게재 24시간 후에 본격적인 정치토론 사이트인 <시대소리> (www.sidaesor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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