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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블레어가 물러나야 할 때"

英 국제개발장관, 장관직 사임하며 '블레어 퇴진' 요구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전후복구과정에서 유엔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렸다"며 지난 12일 장관직을 사임한 클레어 쇼트 영국 국제개발장관(57)이 13일(현지시간) "블레어는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블레어는 이제 물러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쇼트 전 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및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나는 블레어가 지난 97년 취임한 이후 대단한 업적을 성취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는 집착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유산을 파괴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 "쇼트가 지목한 블레어 후임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그의 비판은 "블레어는 이제 바람직한 권력승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블레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한 발언에서 정점을 이뤘다. 가디언은 13일 '블레어가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인터뷰기사에서 쇼트 전 장관이 직접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브라운은 그동안 쇼트 전 장관의 세계 가난퇴치를 위한 정책을 적극 지원해온 동맹자(ally)라면서 사실상 블레어 총리에게 브라운에게 권력을 넘기고 사퇴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쇼트 전 장관은 "우리는 계속 노동당 정부를 필요로 하며 노동당은 차기 정부를 구성할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당이 잘 이끌어지도록 지켜야 하며 그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금 실수를 하고 있다. 실수를 하지 않고 끔찍한 분열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우리가 현 정부의 질을 유지하고, 나아가 훌륭한 권력이양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트 전 장관은 장관직을 사퇴하며 블레어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당신이 이라크에 적법한 정부를 구성하는 데 유엔에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당신이 잭 스트로 외무장관과 비밀리에 협상한 유엔결의안은 내가 의회에서 유엔이 이라크의 합법적인 정부설립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한 약속에 모순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상황은 (장관으로서의) 내 지위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나는 (블레어와의 관계가) 이처럼 끝나버린 것이 슬프며 유감스럽다"고 탄식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합법적인 정부를 세우는 데 특히 유엔의 위임통치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ㆍ영국 주도의 유엔결의안은) 이라크의 미래 전망을 위협하고 유엔의 권위를 계속 손상시키며 (국제개발장관으로서의) 내 업무와 책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유엔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며 사퇴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라크 전쟁 발발 전까지 "이라크전쟁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반대하고 장관직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지난 3월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지금은 블레어 정부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며 장관직을 물러나지 않았던 쇼트 전 장관은 당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영국내 정통 노동당 지지자들로부터 성경에서 예수를 배신한 '유다'와 같은 인물이라고 비판을 받아왔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생한 전쟁은 어쩔 수 없으며 앞으로 이라크에 유엔 주도의 합법적인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해온 쇼트 전 장관으로서는 블레어 정부가 미국 스페인과 함께 이라크 전후복구과정에서 유엔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점령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쇼트 "블레어로의 권력집중과 측근 정치가 가장 큰 문제"**

쇼트 전 장관은 또 인터뷰에서 노동당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블레어 총리에게 모이고 있는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일부 측근에 의해 적절한 논의과정 없이 사적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점을 지적했다. 쇼트의 발언은 블레어 정부의 결정과정이 내각의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인데 그는 이전에도 블레어의 측근들에 대해 "어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쇼트 전 장관은 블레어에게 사퇴의사를 밝히며 보낸 편지에서도 블레어 총리와 잭 스트로 외무장관이 비밀리에 유엔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개적인 여론수렴과 논의과정이 부족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쇼트 전 장관에게 보낸 답장을 통해 "나는 당신이 우리 정부가 이라크에서 가질 위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이라크 복구과정이 유엔 주도, 혹은 동맹국 주도로만 이뤄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두 가지가 모두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엔결의안이 명시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블레어 총리는 6년 동안 재임한 쇼트 전 장관의 후임으로 바로네스 아모스 외무부 아프리카담당 정무차관(49)을 임명했다. 쇼트 전 장관은 영국 하원의 노동당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쇼트 전 장관의 사퇴로 토니 블레어 총리의 대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며 사임한 영국 정부의 각료들은 지난 3월 사퇴한 로빈 쿡 전 외무장관과 존 데넘 내무부 차관, 보건담당 정부차관이었던 헌트 경 등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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