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軍 절차 헌신짝 팽개치듯
▲ 이영만 공군참모차장 |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앞서 이영만 건을 장관에게 보고한 바 있다.
국방부 대변인 김민석은 "장관의 방침은 이 차장이 비록 공군에서 징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라며, "군인은 자기 마음대로 전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설령 전역지원서를 내더라도 심사를 거쳐 합당하게 처리하는 절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보임됐던 국방장관 중 김정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꼿꼿 장수' 김장수와 함께 강골(强骨)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김관진의 자애로운 형님 포스, 과연 흐뭇해야 할 미담인가?
우선 절차가 틀렸다.
그날 오후 공군의 징계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었다. 대변인의 말처럼 "공군에서 징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라면 이는 공군 징계위원회에 대한 명백한 사전 관여다. 징계의 공정성을 흔드는 망동(妄動)인 것이다.
將星은 징계 유예, 領官은 중징계
예정대로 공군은 당일 오후 이영만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위원회는 그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이 사건에 연루된 대령, 중령 등 이 차장 휘하 영관장교 5명에겐 중·경징계가 내려졌다. 사건 당시 공군 작전사령부 비서실장 중령 신 아무개와 비밀관리 담당자인 소령 장 아무개 등 2명은 중징계를, 정책보좌관이었던 대령 정 아무개와 정보처장 대령 김 아무개, 비밀관리 담당자 소령 김 아무개 등 3명은 경징계 처분됐다.
황당한 일은 최종 발표에서 발생했다. 이영만이 징계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다. 사실상 처벌 면제. 공군은 징계위원회 종료 후 이례적으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보안사고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전 작전사령관 이영만 중장은 징계유예 처분을 받았다"면서 "징계위원회에서는 견책으로 의결했으나 박종헌 공군총장이 감경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공군참모총장 박종헌의 해명이 걸작. 이영만이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2회 수상했고,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은 경력 등을 참작해 징계유예 조치를 했다는 것.
국무총리 표창이란 게 때 되면 나눠 먹는 브라보 콘 같은 거고, 보국훈장 천수장(Order of National Security Merit, Cheonsu Medal)은 통일장, 국선장(國仙章)에 이은 3등급으로 장성급 장성이면 누구나 받는 '깡통 훈장'이라는 거 육군 일병도 다 아는 비밀.
쓰레기통에 던져진 공군 保安
지난달 <조선일보>는 21일 자 1면 "사령관식서 쓰레기車에 버린 공군전시계획"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군작전사령부(당시 사령관 이영만) 사령관실 당번병이 '보안점검의 날'이었던 작년 12월 29일 선반에 있던 '작전계획 3600-06'(Ⅱ급 군사비밀)과 '작전명령 2500'(Ⅲ급 군사비밀) 등 2건의 비밀문건을 폐기해 폐지 수거 트럭에 던져버렸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사건이 공군 지휘체계를 통해 참모총장에게 보고된 것은 사건 발생 6개월 후인 지난 6월. 하지만 공군은 비밀 문건 분실·유출 사실 확인 시 즉각 기무사령부에 신고해야 할 군 보안규정을 뭉개고 있다가 3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신고한다.
기무사는 9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2개월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신학용이 이를 포착, 언론에 공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작전계획 3600-06'은 북한과 전면전(全面戰) 발생 시 공중작전 계획을 담은 기밀이고, '작전명령 2500'은 평시 공중작전 지침을 규정한 기밀이다. 북한에 넘어갈 경우,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공군에 치명타가 될 문건.
군사기밀 분류 군사기밀보호법 제3조(군사기밀의 구분) 규정에 따르면,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상정, Ⅰ급비밀(top secret), , Ⅱ급비밀(secret), Ⅲ급비밀(confidential), 대외비 등으로 나뉜다. Ⅰ급비밀은 유출될 경우 그야말로 국가방위 및 외교에 치명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 담긴 문건으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의장, 각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 사령관 등만이 열람, 공유가 가능한 문건이다. Ⅱ급비밀은 Ⅰ급비밀에 미치지 못하나 국가방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우려가 있는 군사 사항이 담긴 문건. 군사전략, 군사작전, 훈령용병 등에 관한 사항, 군사방위 및 군사비밀외교(군사원조도 포함) 등이 이에 해당된다. Ⅲ급비밀(confidential)은 국가외교사항 중 공개됨으로써 적, 또는 가상적국에게 악용될 우려가 있는 군사사항을 비롯, Ⅱ급비밀(secret)에 속하지 않는 기밀 사항이 해당된다. 대외비는 군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군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사항 전반이다. |
강골 김관진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이영만의 사의를 반려(反戾)하고, 마치 평생 반려(伴侶)라도 된 양, 어깨를 두드려준 진의는 무얼까?
군에선 김관진이 군 안팎에서 비난이 빗발칠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영만에게 잔류를 독려한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우선 지난달 장성급 인사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이 차장이 전역할 경우 또다시 장성 인사 요인이 발생한다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설. 그 때문이라면 우리 군은 당장 해체돼야 한다. 조직에서 인사요인이 생기면 언제든 해야 한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악랄한 스탈리니스트 정권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임에랴!
두 번째, 음모론. 현재 공군과 해군은 국방개혁안이 지나치게 육군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공군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국방개혁이 낡은 시대의 군대인 육군 위주로 가고 있는 것, 맞다. 그건 한편의 블랙 코미디다. '국방개혁 2020',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를 위하기보다 육군의 기득권 유지, 불필요한 '똥별 자리보전'을 위한 거라는 속셈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강골 김관진,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다.
마지막, 추론. 현 공군 지휘 체계에서 이영만만큼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김 장관이 사의를 반려했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현 공군 수뇌부 병력 자원을 분석해 봐서 조금 아는데, 이영만보다 출중한 자원, 줄 서 있다. 더욱이 이영만은 공군 이병보다도 군사보안 의식이 둔한 자다. 그런 자를 경험과 능력이 뛰어난 자원이라고 김관진이 평가했다면 정말로 기막힌 혜안이다.
국방장관조차 보안의 중요성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으니 다음과 같은 금언 하나 소개하자.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못 한다."
코에 레이밴 걸치고 입에 옥수수 파이브 문 채, 인천상륙작전 지휘하고 사라진 노병(老兵)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원수의 말씀.
空軍, 언제나 수뇌부가 문제
다시 공군의 보안의식으로 돌아오자.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공군. 정말 스마트한 군대다. 유신 때도 사회보다 훨씬 자유스러웠던 자율군대다.
근데 자율이 지나쳤나? 보안의식이 형편없다.
이번 사건 아니고도 굵직굵직한 보안 유출 사고가 줄을 잇는다. 그것도 수뇌급에서.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군사기밀로 분류된 공군의 전력증강 사업 자료 등을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무기중개상 김상태(金相台·81)를 불구속 기소한다. 김상태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2~84년 공군참모총장(제16대·공사 2기)을 지낸 자다. 그 휘하의 이 아무개(62·예비역 공군대령)와 송 아무개(60·예비역 공군상사)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엉클 샘에 기밀 팔아먹은 스파이 김상태
검찰에 따르면 김상태 등은 2004~2010년 군사 Ⅱ급비밀인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와 군사 Ⅲ급비밀인 '국방중기계획'을 후배인 현역 공군장교들로부터 빼내 문서 및 이메일 형태로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직원들에게 넘기는 등 수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군사기밀을 넘긴 대가로 록히드마틴으로부터 2009년과 2010년 총 25억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여주에 70억 원짜리 사설 비행장까지 갖고 있는 이 자의 행적은 명백한 스파이(또는 간첩) 행위다. 그럼에도 법체계의 불비와 법리해석의 미흡으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가 적용됐다.
당사자는 건네진 자료가 "방위사업청 공개자료"라는 둥 군색한 변명으로 '공군의 신사도'에 또 한 번 먹칠한다. 김상태, 연로해지더니 정신 상태(狀態)가 좀 이상해졌나?
이양호, 기밀을 불륜과 엿 바꿔 먹다
▲ 린다 김 사건을 다룬 SBS 드라마 <로비스트> |
"린다 김 그대와 거닐었던 샌타모니카 해변, 어쩌구"
"지난번 서울 방문은 린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 dramatic한 사건이었고, 그에 따른 심적 갈등 혼란을 느꼈던 것을 편지에서 알았어요.(중략)
쏘바도 앞으로는 모든 것을 린다와 하겠다고 약속했음. 그러면 항상 몸조심하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기를 빌면서 하나님이 함께하는 린다가 되길 빕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L.
I hope to see you soon."
(1996년 4월 3일)
린다 김 사건 린다 김은 1995년 무기 중개업체인 PTT를 설립했다. 이후 IMCL로 회사명을 바꾸고, 미국 E-시스템사와 이스라엘 IAI사의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한편, 국내 고위급 인사들과도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등 화려한 경력과 학력을 가진 미모의 여성 실업가로 알려졌으나, 학력은 확실하지 않은 인물. 사건이 불거진 것은, YS 정권 시절에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 등의 무기 도입 과정에서 린다 김과 공사(公私)를 구분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백두사업은 약 2200억 원(당시 화폐가치)이 소요된 대형 국방사업으로, 1996년 린다 김을 고용한 E-시스템이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2개월 뒤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해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기 3개월 전에 당시 국방장관이던 이양호가 환경장관이던 정종택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이양호가 린다 김에게 업체 선정 경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내용의 편지를 보냄으로써 의혹을 증폭시켰고(위 편지 참조), 이들뿐 아니라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과 변호사,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원 등이 폭넓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불법 로비 의혹은 끝내 밝힐 수 없었다. 다만 DJ 정권 출범 직후인 1998년 예비역 공군 장성과 현역 영관급 장교 등 6명만이 2급 군사기밀을 외부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었을 뿐이다. |
이양호 인생, 참으로 양호(良好)한 인생이다.
대다수의 공군 장병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을 유지하기 위해 불철주야 분골쇄신 하는 동안 공군 수뇌부 출신의 갖가지 망동이 국가 안보를 농단해 온 불행한 군 현대사. 군사기밀 내동댕이친 '얼빵'을 공군 서열 2위에 계속 보임하겠다는 강골 김관진의 자애로운 심성(心性).
오늘, 대한민국 국군은 唐나라 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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