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이제 그 언론정책을 한 번 짚어볼 때가 되었다.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핵심은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정부와 언론간의 유착관계 대신 건설적인 긴장관계의 추구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언론간의 건설적 긴장관계는 바람직한 관계이고 따라서 그러한 관계를 추구하는 정부의 방침은 칭찬 받을 만하다. 그러한 관계의 정립을 위해 정부는 언론과 밀실거래를 하지 않고 대신 공개적이고 떳떳한 정보공개나 홍보활동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로 하여금 신문의 가판구독을 중단하게 하거나 비서들이 기자들과 회식을 자제하도록 한 것이 그 한 예다.
그러한 새로운 언론관계 모색의 또 다른 한 예로 청와대를 비롯하여 정부 부처마다 기자실을 개방하고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형식의 홍보방식을 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새로운 홍보방식은 3월 21일 발표한 문화관광부의 "홍보업무 운영 방안"으로 공식화하였다. 기자실을 개방하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행하는 방식은 미국 등 구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행해오던 제도였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새로운 제도다.
그것은 언론에게는 정부 취재 방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의 취재 관행에 익숙한 언론과 기자에게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까지 어색함과 불편이 따를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 언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그리고 선진국에 못지 않은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음에도, 일부 언론사나 기자로부터 "언론 길들이기"니 "언론통제"니 하는 등의 불만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의 정부 취재는 이른바 출입기자제에 의했다. 출입기자제는 매우 폐쇄적이고 불공평한 홍보방식이자 취재방식이었다. 이 제도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주요 정부 부처 즉 출입처를 출입하며 취재하는 유력 언론사의 기자들이 출입처 별로 기자단을 구성하여 기자단에 가입한 기자에게만 해당 출입처의 기자실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취재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였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기자단은 정부의 언론통제나 기밀주의 등에 대처하는 하나의 긍정적인 취재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것은 기자들이 담합하거나, 촌지의 창구가 되는 등의 부정의 수단으로도 이용되기도 하였다. 더 고약한 것은 기자단이 불공정한 정보접근과 관언유착의 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자단에 가입된 제한된 수의 기자들에게만 출입처 기자실이 개방되고 출입처의 취재가 허용되는 등 기자단 제도가 대단히 폐쇄적이고 불공평하게 운영된 때문이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폐쇄적이고 불공평한 출입기자제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모든 언론과 기자에게 취재를 개방하는 등록제로 전환했다. 그래서 한국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 언론사 및 언론인 전문단체에 가입한 언론사의 기자는 취재하고자 하는 부처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이렇게 등록한 취재기자들의 취재편의를 위하여 기자실 대신에 정례적으로 또는 수시로 브리핑을 하기 위한 브리핑 룸과 기사 전송 등의 편의 제공을 위한 취재 지원실을 두었다.
정부의 이러한 새로운 홍보방식은 언론통제를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정부의 정보공개를 보다 더 개방적이고 공평하게 하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선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그 선의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것만도 아니고 게다가 그 결과도 취지대로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의 새로운 홍보업무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바로 그런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홍보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지나친 기밀주의가 사라지고, 정보공개제도가 확립되고, 정부 업무에 대한 브리핑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언론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기밀주의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보공개법의 미비 등에서 보듯이 정보공개제도도 확립되지 않았고, 브리핑 제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과거의 방식에 익숙한 언론은 새로운 방식에 협조하기보다는 저항할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새로운 홍보방침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오해나 부작용을 낳고 시행착오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사무실 방문취재의 제한, 취재 실명제의 도입, 정부 직원과 기자와의 회식 자제, 취재응대의 통보 등의 방안은 정부와 언론간의 건설적 긴장관계를 위한 방안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관행에 젖어온 언론과 기자에게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불편한 것이어서 언론통제로 비쳐질 수 있고 따라서 저항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이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과 기자들에 의해 많은 비판과 저항이 따르고 있다.
참여정부의 새로운 홍보방안이 이처럼 일부 언론에 의해 그 취지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에는 정부와 언론간의 불신의 벽이 높은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와 언론이 유착된 경우에도 흔히 정부는 언론을 불신하고, 언론은 정부를 불신한다. 정부는 언론이 취재활동이나 기밀의 폭로로 정부의 업무를 방해하고 정부감시라는 명목으로 정부를 악의적으로 비판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언론은 정부가 지나친 기밀주의와 언론에 대한 간섭과 통제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몇몇 언론의 적대적이고 편파적인 보도에 의해 피해를 당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보통은 언론과 밀실거래 등으로 유착관계를 추구하기 마련인 정부가 도리어 정부 직원의 기자와의 회식 제한, 기자실 개방, 브리핑제 도입 등의 새로운 홍보방침으로 언론과 불가근 불가원의 긴장관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하여 정부와의 긴장관계를 선도해야 할 언론들 특히 참여정부에 적대적인 일부 언론들은 그런 정부의 방침을 지나치게 곡해하고 비난함으로써 오히려 과거의 잘못된 비정상적인 관행을 선호하고 고수하려는 퇴행적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언론 간의 건설적인 긴장관계를 위해서 참여정부와 언론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선의와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하루빨리 비밀주의를 타파하고, 정보공개제를 확립하고, 진솔하고 효율적인 브리핑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자신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태도 심지어는 적대적인 태도조차도 수용하는 아량을 지녀야 한다. 언론의 그런 태도 때문에 정부가 미리 조심하게 되면 큰 후환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언론들 특히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지나치게 적대적이고 편파적인 언론들은, 정부와 건설적인 긴장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 참여정부의 새로운 홍보방침을 왜곡하고 폄하하기보다는 그 선의와 취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ㆍ언론 간의 건설적 긴장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취재관행을 수립하기 위해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언론이라는 점을 이들 언론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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