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일보' '비데신문' 등 불법 고가경품으로 대변되는 신문시장의 왜곡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신문고시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2일 전원회의를 열고 공정위(위원장 강철규)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 직접 규제를 목표로 제출한 신문고시 개정안을 최종 심의,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논쟁의 핵심 당사자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언론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들, 그리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은 공정위의 신문고시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며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석현) 등 사업자단체들과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자율규제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가 신문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핵심은 한국사회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모든 언론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 신문시장의 왜곡이 계속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지금과 같이 돈(불법경품)으로 독자를 사는 행위가 방치될 경우 일부 부자신문을 제외한 모든 가난한 신문들은 신문 발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불법행위 규제 반발은 계속 불법 저지르며 언론특권 지키겠다는 선언인가"**
사실 공정위가 개입하든 안 하든 신문사들이 불법경품 제공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지만 않으면 신문고시 개정안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지나친 불법행위를 규제하겠다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닌 것이며 과거에 누렸던 언론으로서의 특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재벌들의 불법적 기업관행에 대해선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언론들이 아닌가.
하지만 공정위의 신문고시 개정안에 반대하는 조중동이나 신문협회조차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강력한 자정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같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신문협회 4월 30일 '우리의 입장')" "신문시장 자율규제가 옳다"(동아일보 4월 30일 사설) "신문사들의 자정의지가 매우 높은 현 시기에 타율규제는 부당하다"(신문협회 4월 28일 성명)며 정부개입은 곧 언론자유 침해라는 이분법적 사고만을 독자들에게 강요한다. 언론의 자유와 기업으로서의 시장질서 준수는 다른 차원인데도 말이다.
신문협회가 30일 발표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반발한 내용은 규제개혁위가 공정위의 신문고시 개정안을 한층 약화시킨 단서조항에 관한 것이다. 규개위 경제1분과는 30일 회의에서 공정위가 제출한 신문고시 11조 개정안에 대해 고시위반으로 신고된 사업자가 초범인 경우와 위반내용이 일부 지역에 국한되거나 위반액수가 소액인 경우, 기타 공정위가 사업자단체에서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인정해 사업자단체와 협의한 경우 등 3가지 경우에 대해 규약적용과 처리를 사업자단체인 신문협회에 맡긴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마련해 2일 열릴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조중동과 신문협회는 이같은 단서조항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공정위가 이날 규제개혁위 경제1분과에 제출한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약칭 신문고시)' 개정안 강화규제 심사안은 '지난 2001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신문고시가 집행에 있어서 신문협회의 자율규약을 적용해 처리해왔으나 자율규제 기간동안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지속되고 있어 신문협회의 자율규제만으로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유지에 한계를 보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따라서 "신문고시 집행을 원칙적으로 정부(공정위)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신문판매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이 개정안 제출 이유라고 설명했다.
***언론인권센터 "규제개혁위원회는 '신문고시' 제11조를 아예 폐지하라"**
신문협회와 조중동 등의 반발을 지켜보던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는 1일 '규제개혁위원회는 '신문고시' 제11조를 아예 폐지하라'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조장안이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온 신문사의 자율규제의 페단을 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무가지배포, 구독 강요, 과도한 경품 제공 등 신문시장의 불공정성을 게속 방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조정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같은 주장들이 나오는지 살펴보자.
공정위가 규개위에 제출한 신문고시 개정안 심사안은 "신문고시 시행직후인 2001년 하반기에 비해 2002년 하반기에 위약금이 부과된 월평균 불공정거래행위가 3.8배(94건 → 361건) 증가했으며, 특히, 위약금이 부과된 경품관련 월평균 불공정거래행위는 2001년 하반기에 비해 2002년 하반기에 5.4배(64건 → 345건)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이처럼 급증한 이유로 일부 신문들(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이 한국ABC협회에 가압하며 신문부수공사를 의식해 자전거를 비롯한 고가의 불법경품을 많이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만대 자전거 경품 비용으로 본사에서 쓴 돈만 60억원"**
이와 관련, 조중동으로 볼리는 메이저신문사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난해 자전거 제공을 위해 본사차원에서 투자한 금액이 60억원에 달한다"면서 "이는 자전거 한대를 6만원으로 잡을 경우 10만대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최소 10만부 이상의 유료부수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문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능해야 할 ABC협회의 부수공사가 오히려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가속화시킨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신문협회가 주장하는 '모처럼의 자정분위기'는 ABC협회의 부수공사가 끝난 이후 신문시장 정상화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있는 것이지 결코 자발적인 자정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일부 신문사 지국들은 순금과 상품권 등을 이용한 불법경품으로 독자들을 현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도 자율타령만은 여전하다.
공정위가 제출한 개정안의 골자는 현재 사업자단체인 신문협회의 공정경쟁규약(자율규약)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신문고시 11조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고시를 집행함에 있어서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 고시의 내용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공정경쟁규약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자단체가 동 규약을 적용하여 사건을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개정한다는 것이다.
즉 신문고시 위반사안에 신문협회가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돼있는 현행 규정에서 '우선적'이란 말을 빼 공정위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언론인권센터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신문협회의 자정선언은 지난 66년 이후 26차레나 계속된 늑대소년의 우화를 27번째 반복한 것"이라며 "26번이나 되풀이한 자정선언을 또다시 되풀이해야 하는 신문협회의 서글픈 이면에는 여전히 판치는 불법 경품제공이 있다"고 꼬집었다.
성명은 또 "규개위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는 신문기업도 자유기업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가장 단순한 사실로부터 출발해 이번 개정안을 즉각 심의해야 한다"며 "규개위는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의 신문시장을 망치는데 정부의 무책임도 큰 몫을 담당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열릴 규개위 전원회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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