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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로비 공개ㆍ촌지받은 기자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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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사로비 공개ㆍ촌지받은 기자 퇴출"

정연주 사장 취임 관련 KBS 반응 '경악과 기대, 그리고 우려'

'경악'과 '기대'와 '우려'. 28일 취임식을 가진 정연주 KBS 사장의 취임사에 대한 KBS 직원들의 반응이다.

이날 오전 10시 KBS 공개홀에서 열린 정 사장의 취임식은 과거 관현악단과 합창단이 참석해 연주하던 화려한 취임식과는 달리 국민의례와 취임사만으로 20여분만에 끝났다. 사장과 본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차지하던 단상의 의자는 모두 치웠으며 정 사장은 관객석에 앉아 있다가 단상으로 올라와 취임사를 낭독했다. 취임식 자리에는 본부장급 간부들과 나란히 정 사장이 초대한 노조 집행부 자리가 마련돼 행사가 끝난 후 함께 악수를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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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젊은 KBS, 사랑과 신뢰받는 KBS를 위하여'란 제목의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는 지금 말 그대로 대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라며 "이런 대 전환기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정신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것은 ‘독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 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의 취임사는 특히 관료주의적인 KBS의 조직문화 개선과 인사배치를 위한 다면평가제 도입, 인사청탁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천명, 골프와 촌지 등 언론인의 윤리의식 제고, 국민을 위한 공익적 프로그램 공급, 노조 및 일반 사원들과의 대화와 협력 등에 초점을 맞췄다.

정 사장은 끝으로 "저는 여러분들이 좋은 프로그램, 생명력 있는 프로그램, 사랑과 신뢰를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이를 위해 여러분들의 창의력과 독창력이 최대한 발휘 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터를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서 마당쇠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이라며 "결코 사장실에 앉아서 제왕적 사장 권력을 향유하는 그런 인물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내식당서 "사장님 환영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취임식과 취임사에 대한 KBS내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사장은 일반 사원들과 같이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점심 식사를 했는데 일부 사원들은 "사장님 환영합니다"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 부장급 간부는 "정 사장이 취임사에서 큰 틀에서 KBS개혁을 위해 필요한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한 부분도 그렇고 K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올바른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며 본인이 마당쇠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것도 기대할만한 부분"이라고 호평했다.

노조 또한 "정 사장이 밝힌 개혁의지를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오늘 취임사에서 좋은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사장이 올바른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밝힌 3대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조는 현재 10대과제를 준비중이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석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현재 정리중인 10대 과제에는 인적청산,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관료주의 타파를 위한 인사개혁, 공영방송으로서의 KBS2TV 정체성 확립, 보도국내 평기자들이 참석하는 편집위원회 구성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

하지만 일부 고위급 간부들은 정 사장이 밝힌 다소 충격적이고 직설적인 취임사 내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정 사장의 취임사에 대한 반응은 놀라움과 기대, 그리고 그에 따른 우려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정 사장이 KBS로서는 11번째 맞이하는 사장인데 지금까지의 사장들과는 전혀 다르다. 간부들은 물론 제작진도 새로운 인사와 편성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우려하는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사장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KBS 사원 여러분' 혹은 '임직원 여러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KBS 동지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동지라는 말에 두가지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 즉 좋은 의미의 한 식구라는 뜻과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만을 선별해 쓰는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혁이나 올바른 시대정신이라는 것도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일부의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간부 또한 "정 사장이 지금까지와는 '유(類)'가 다른 사장이기 때문에 KBS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연공서열 파괴 등 인사원칙에 대해서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봄개편은 일단 백지화**

한편 KBS는 오는 5월 12일로 예정됐던 봄 정기개편을 정 사장의 취임으로 일단 백지화해 새로운 편성방향이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PD는 "정 사장이 밝힌 새로운 편성원칙에 따라 그동안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이 일단 올스톱됐다"며 "당분간은 현행 프로그램 편성대로 방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봄 개편과 관련해 "정해진 시간에 쫓기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며 "몇 가지 조정할 것을 조정하되, 종합적인 분석과 개편은 새로운 팀이 구성된 뒤 한번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선 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연주 KBS 사장의 취임사 전문.

***젊은 KBS, 사랑과 신뢰받는 KBS를 위하여**

KBS 동지 여러분.

KBS가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우리 언론계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면, 이 거대한 KBS 호의 선장이 된 저의 어깨는 매우 무겁습니다. 특히 역사적 대 전환점에 서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KBS가 해야할 일은 실로 막중하고, 엄중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고, 함께 땀을 흘린다면 이런 역사적 책무는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말 그대로 대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성숙을 붙잡는 과거의 틀 속에서 그냥 머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선진화된 사회로 가도록 변화와 개혁으로 나갈 것인지 하는, 매우 엄중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런 대 전환기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정신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것은 ‘독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 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이뤄져야 하는 변화와 개혁의 개념이자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전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일어난 변화의 물결은 바로 이런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제왕적 권력을 당 총재가 ‘독점’ 하고 있었고, 당 총재에 그런 힘이 ‘집중’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은 측근정치 등의 ‘폐쇄회로’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근대적인 과거의 틀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총재가 ‘독점’하고 총재에 ‘집중’ 되어 있는 권력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체제로 바꾸고, 권력을 일반 당원과 국민들에게 ‘분산’시키고, 당 총재 주변 측근 인사들의 폐쇄회로 에 갇혀 있는 의사 결정 과정을 ‘개방’ 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한 단계 성숙하고 진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있었던 국민 경선은 바로 그런 과정의 하나라고 봅니다.

‘독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라는 이 시대정신은 비단 정치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에서는 본다면 경제력의 집중과 독점, 지배구조의 폐쇄성 등에서 보이는 재벌의 폐해도 바로 이 시대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 경제 뿐 아니라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 이 시대정신은 적용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기사를 쓰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이 시대정신을 가슴에 품고 문제를 보면 해답은 의외로 쉽게 찾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KBS의 조직 문화를 바꾸고 인사 정책과 각종 시스템을 재정비할 때에 이 시대 정신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흔히들 지적되어온 KBS 사장의 제왕적 권력, 회사 지도부에 집중되어 있는 독점적 의사 결정 구조, 경직화된 관료주의 조직의 폐쇄성 등은 바로 일선 기자들과 프로듀서들의 독창력과 창의력을 억압하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전 근대적인 구조를 깨지 않는 한 개개인의 독창력과 창의력이 활짝 꽃 필 수 가 없습니다. 저는 이런 KBS의 권력 구조를 과감하게 혁파하여, 여러분들 개개인의 독창력과 창의력이 거대한 분수처럼 치솟아 오를 수 있는 그런 조직의 문화, 그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 없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지는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젊은 KBS, 사랑과 신뢰받는 KBS 의 출발은 바로 여기서 시작 될 것입니다.

우리 KBS의 조직문화와 체제가 아닌 독점이 아닌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이 아닌 분산으로, 폐쇄가 아닌 개방으로 갈 때 그리하여 여러분들의 창의력과 독창력이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을 때, KBS는 진정 신명나는 일터가 될 것이며, 여러분들이 보람과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사장은 사장대로, 간부는 간부대로, 일반 사원들을 사원대로 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무엇보다 능력에 따라 적재 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연이나, 학연, 정치권 등의 로비, 개인적인 인간관계 등에 의존하는 인사 배치가 아닌, 진정으로 능력에 따라 사람이 적재 적소에 배치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잘 정치된 평가기준에 의한 다면평가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 노동조합과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열이나 기수에 얽매이지 않은 과감한 인사가 있어야 합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기수나 서열에 얽매어 꼭 가야할 자리에 가지 못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 대해 비판할 것도 많습니다만 배울 것도 많습니다. 몇 해 전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이 생활부장을 지낸 약관 39살의 젊은이가 되었습니다. 그런 파격과 능력위주의 인사는 조직에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서 몇 가지 실제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인사와 관련된 로비 문제입니다. 이런 저런 로비를 통해 인사상 이익을 보려는 사람은 오히려 바로 그 로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 쪽에 줄을 대어 인사상의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앞으로 저는 그 이름을 공개할 것이고, 반드시 인사상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충 대충 넘어온 부도덕하고 부정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 비윤리적이고 부정한 사례들에 관련된 분들은 불명예스럽게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기 전에 스스로 KBS를 떠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감사실의 기능을 크게 강화시킬 것입니다.

골프 치는 것 막지 않습니다. 취재와 업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킹을 위해 무리한 폐해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골프와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들릴 경우 불이익을 각오하셔야 될 것입니다.

사장이 별 자질구레한 얘기를 다 한다고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의 윤리, 자질과 관련하여 볼 때 이런 문제들은 결코 자질구레한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촌지를 받았다거나 돈과 관련된 불미한 이야기가 들리면 가차없이 퇴출시킬 것입니다. 촌지와 돈 문제에서 떳떳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윤리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돈과 관련된 그 어떤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 발견되면 그것은 바로 KBS에서 퇴출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언론인의 윤리 면에서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추스르고, 긴장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하는 데에서도 긴장의 고삐를 바짝 잡아, 무사 안일주의,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시기를 바랍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반드시 상을 받을 것이고,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인 처신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KBS 동지 여러분.

KBS가 한국 사회와 한국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만큼 우리 KBS의 기사와 프로그램이 어떤 품질과 내용을 갖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본질적으로 공중파는 국민의 것이며, 특히 국민의 수신료에 의존하는 공영방송 KBS의 기사와 프로그램은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입니다 상업주의에 매몰된 기사나 프로그램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국민과 시청자에게 봉사하는 프로그램, 공익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바로 KBS의 존재 이유인 것입니다. 만약 KBS가 상업주의에 매몰되고, 시청률 경쟁에 노예가 된다면 더 이상 공영방송으로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2텔레비전의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과 배경을 우리는 깊이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락성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웃음, 품격 있는 오락물을 제공하자는 것이지요.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지 아느냐고 그렇게 생각하시겠지요. 저도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창의력과 독창력으로 얼마든지 건강한 웃음, 건강하고 품격 있는 오락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저는 여러분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KBS는 당연히 한국 언론과 방송을 선도해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언론시장과 상업주의에 의해 왜곡된 프로그램들을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림으로써 언론이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능을 해야 합니다.

KBS는 한국 언론과 방송을 선도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고용 패턴과 기회의 제공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역적인 균형과 중앙과 지방의 균형이 필요하며, 구조적 차별을 당해 온 여성과 장애자 등 우리사회의 약자적 위치에 있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KBS의 보도와 프로그램은 우리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는 집단과 계층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멈추지 않아야 하며, 그들의 아픔과 외로움, 소외감을 따뜻하게 감싸안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사회의 인식의 폭을 넓히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봄 개편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프로그램 개편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어떤 시기를 정해 모든 프로그램을 제로 베이스에서 한번 생각해 보고, 없앨 것은 없애고, 지킬 것은 지키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키는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런 시기가 아니면 프로그램 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직된 생각도 문제라고 봅니다.

봄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쫓기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몇 가지 조정할 것을 조정하되, 종합적인 분석과 개편은 새로운 팀이 구성된 뒤 한번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선 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시기 이전에도 기존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더욱 생명력 있고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KBS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따지면서 들여다보았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지금 있는 프로그램만 제대로 만들어도, 지금 있는 각종 시사 프로그램만 제대로 만들어도 KBS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동의하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이 좋은 프로그램, 생명력 있는 프로그램, 사랑과 신뢰를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이를 위해 여러분들의 창의력과 독창력이 최대한 발휘 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터를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서 마당쇠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입니다. 결코 사장실에 앉아서 제왕적 사장 권력을 향유하는 그런 인물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일할 것입니다.

노동조합과는 자주 만나 대화할 것입니다. 서로 마을을 터놓고 대화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노동조합과 건강한 긴장관계와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직능단체들과도, 그리고 일반 사원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가질 것입니다. 사장이라는 자리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일을 위한 자리일 뿐입니다.

일을 위해서는 여러분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KBS 동지 여러분.

함께 힘차게 걸어갑시다. 공룡, 경직된 관료주의 등으로 불리는 이 KBS를 젊고 생기 넘치는 활기 있는 조직체로 바꿉시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여러분들이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끼면서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어 갑시다. 다 같이 힘을 모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데 KBS가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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