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과 미국, 중국간의 3자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언론들은 지난해 10월 켈리 미 특사의 방북으로 불거진 북핵 문제가 이번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는 낙관적 기대보다는 중국의 중재에 의해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테이블에 앉았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달 초 북한을 방문해 북한 관리들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 주민들의 현황에 대해 르포기사를 보도한 바 있는 독일의 쥐드도이체차이퉁은 23일 '오만한 켈리 차관보'란 기사에서 하필이면 북한 관리들로부터 오만내지는 거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켈리 차관보가 미국측 대표로 협상에 나섰다며 이번 회담이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켈리 차관보가 그나마 파월로 대표되는 부시 행정부내의 온건파 일원이긴 하지만 북한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신문은 또 북한측 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에 특히 경험이 있다는 것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며 그는 이미 여러해 전부터 대미협상에 나서고 있고 제네바합의 당시의 협상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고 전했다. SZ는 그러나 "베이징의 외교관들은 리근이 실질적인 양보를 하고 이번 3일간 일정의 회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직책이 너무 낮은 인물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SZ는 24일자 '하늘의 선물'이란 기사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로 인해 곤경에 처한 중국 정부에 "이번 3자회담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 정부가 사스와 관련해 외국의 비판적 시각과 불신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주도로 3자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은 중국의 외교적 입지와 영향력을 한층 확대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SZ는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3자회담 성사에 중국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자랑스럽게 게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한반도 전문가인 스코트 스나이더 미국 아시아재단 연구원은 이번 회담과 관련 "북미대화가 좌절된다해도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외교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SZ가 23일 켈리 미측 대표에 대해 북한 관리들의 반응을 보도한 '오만한 켈리 차관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오만한 켈리 차관보/SZ**
하필이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측과의 회담에 나섰다. 23일부터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3자회담에 미국측 대표로 참석하는 인물은 북한에서 별로 인기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이번 달 초 SZ는 북한의 3개 부처를 방문해 인터뷰를 가졌는데, 북한측 고위 관리중 켈리 특사를 "오만" 내지 "거만"했다고 표현하지 않은 인물은 한명도 없었다.
북한측이 켈리 차관보에 대해 이러한 부정적 인상을 가진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켈리 차관보는 당시 북한측 인사들에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있기 전에 북한은 비밀리에 가동해온 우라늄 농축 핵 계획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북한측 인사들은 켈리 차관보와의 대화를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한 북한 관리는 켈리는 "우리에게는 발언할 틈도 주지 않고 미국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 외교부 유럽담당 책임자인 리서돌은 "그가 얼마나 오만하게 행동했는가 하는 것은 그가 북미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우리와 주변국들과의 관계까지 악화될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현 직책에 임명되기 전에 과거 보수 성향의 미국 정부에서 관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는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이어 국방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종국적으로 북한 주민들과의 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회담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측 대표 리근은 미국과의 협상에 특히 경험이 있다는 것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현재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 리근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어려운 대미협상에 나서고 있는데, 과거 북한 핵위기 해소를 가져다 주었던 제네바 핵 합의 협상에도 참여한 바 있다. 리근은 오랫동안 유엔에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관들은 리근이 실질적인 양보를 하고 이번 3일간 일정의 회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직책이 너무 낮은 인물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한편 중국은 무엇보다 "중재역"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이번 3자 회담에 거는 기대는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최근까지 평양주재 영국대사를 지냈던 제임스 호어는 "회담이 북핵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핵 위기는 지난 해 제임스 켈리의 방북을 계기로 시작됐다. 북핵 위기가 불거지고 나서 몇 주 후에 제네바 핵 합의에서 핵 계획 포기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해왔던 대북 중유지원이 미국의 압력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단원들을 추방하고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시키는 조치에 나섰다. 미국측 인사들은 북한이 이미 2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몇달 내에" 5-6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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