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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허용이냐 실업자 구제냐"

독일의 미디어전쟁 '악셀슈프링거와 홀츠브링크의 건곤일척'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신문전쟁이 한창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신문재벌 악셀 슈프링거와 홀츠브링크가 베를린 신문시장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독일의 경제 침체에 따른 신문업계의 경영난과 올드미디어인 신문의 미래를 보여주는 한편, 국내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둘러싼 논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최대 신문재벌인 악셀 슈프링거 출판그룹은 현재 정부 당국에 경쟁 신문기업인 홀츠브링크 그룹이 요구하는 신문통합을 허용할 경우 자사가 발행하는 유력 전국지 '디 벨트(Die Welt)'를 폐간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고 있다. 반면 '베를리너차이퉁(BZ)'과 '데어 타게스슈피겔(TS)'의 통합을 허가해달라고 독일 정부에 요청한 홀츠브링크는 BZ의 지분인수를 통한 두 신문의 통합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자사가 발행중인 TS의 생존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양대 신문재벌의 부당한 정치적 압력"**

양대 신문재벌들로부터 압력이 가중되자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경제장관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우리는 현재 매우 미묘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클레멘트는 오는 5월 중순까지는 문제의 발단이 된 홀츠브링크의 베를리너차이퉁 지분 인수를 허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독일 경제부는 양대 신문재벌이 정책결정권자에게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독일 공정거래 당국은 베를린 일간지 시장의 독과점 가능성을 들어 베를리너차이퉁의 소유주인 '그루너운트야르(Gruner und Jahr)'와 홀츠브링크가 요청한 BZ 지분 매매를 불허했으나 양사는 다시 상급기관인 클레멘트 경제장관에게 BZ와 TS의 통합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TS를 발행하고 있는 홀츠브링크는 지난해 6월 미디어재벌인 베르텔스만 산하의 그루너운트야르 출판사로부터 BZ 지분을 사들여 양사를 통합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 공정거래 당국이 홀츠브링크의 BZ 지분인수를 불허한 배경은 BZ가 이미 대중지 '베를리너 쿠리어'와 '팁'이라는 시티라이프지를 발행하고 있어 홀츠브링크에 의해 TS와 BZ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베를린 신문시장의 다양성이 저해되고 독과점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며 베를린내 다른 신문기업들도 이들의 합병을 반대했다.

BZ는 현재 19만2천부의 발행부수로 베를린내에서는 최대 정기구독지이며 다음으로는 15만2천부의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BMP, 악셀 슈프링거 소유), 13만9천부의 TS가 있다. 악셀 슈프링거가 발행하고 있는 타블로이드 'B.Z.'와 '빌트'는 각각 베를린내에서만 24만3천부와 14만1천부의 가판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베를리너쿠리어는 14만부를 발행중이다.

***독일 정부의 고민 "독과점 허용이냐, 실업자 구제냐"**

홀츠브링크측은 자사가 발행중인 '데어 타게스슈피겔'이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구매력도 떨어져 더 이상 자체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레멘트 장관의 고민은 홀츠브링크가 TS를 폐간할 경우 3백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반면 타블로이드 대중지 '빌트(Das Bild)'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 최대 신문재벌 악셀 슈프링거측은 TS와 BZ의 합병은 자사가 발행하는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와 '디 벨트'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악셀 슈프링거는 독일 전국에서 5백여만부가 팔리는 대중지 빌트를 통해서는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으나 전국지인 디 벨트(발행부수 20만부 내외) 운영에서는 벌써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되프너 악셀 슈프링거 회장은 클레멘트 경제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BZ와 TS가 합병되면 베를린 지역 일간지 시장을 독과점함으로써 BMP와 디 벨트의 경영난이 악화돼 우선 BMP가 쓰러지고 결국 디 벨트도 폐간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악셀 슈프링거는 지난해 경영난을 이유로 디 벨트와 BMP를 사실상 통폐합했다. 현재 두 신문은 각기 다른 제호로 발행은 되고 있지만 동일한 편집진에 기사의 상당수도 공유하고 있다.

22일자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에 따르면 클레멘트 경제장관은 독일 각 주의 신문기업들을 초청해 당면한 신문시장의 위기를 해쳐나갈 방안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 요컨대 신문전쟁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한 신문업계의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독과점 허용은 사회전체의 이익과 절대적 공중의 이익 기여가 전제"**

독일의 독과점 규제법안에 따르면 경제장관이 독과점 상황을 용인하는 특별허가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독과점에 따른 경제적 고려보다 허용에 따른 사회 전체의 이익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되거나 혹은 절대적인 공중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한다. 홀츠브링크측은 베를리너차이퉁(BZ)의 인수가 허용돼야만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언론의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으며 공중의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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