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16일 어이없는 오보를 냈다.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김갑수 대표(36)가 15일 사임의사를 밝힌 것을 동명이인인 영화배우 김갑수씨(47)로 착각해 사진까지 실어 보도하는 오보를 낸 것이다.
조선일보 16일자 A9면(본지 사회면)은 '인터넷 '라디오21' 김갑수 대표 "사임"'이라는 기사를 싣고 ''노무현 라디오'가 전신-파행방송 불가피할 듯'이란 부제를 달았다.
<사진 문제의 조선일보 16일자 기사.>
조선일보는 관련기사에서 "영화배우 김갑수(金甲洙·47·사진)씨가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프로그램 진행도 중단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라디오21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만들어진 '노무현라디오'가 그 전신으로,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준비기획단장을 맡아 지난 2월 21일 정식 개국했다. 그동안 '명계남의 조선 바로잡기' '김갑수의 뉴스플러스' 등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김갑수 대표의 사임선언과 함께 라디오21의 대부분의 프로그램도 파행을 겪을 전망이다. 라디오21측은 이날 "오늘 이후 시간의 전 프로그램의 정규편성은 음악방송으로 대체됨을 알려드린다"며, 공식적 입장 표명을 16일중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은연중에 김갑수 대표의 사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라디오21의 불가피한 파행방송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갑수 대표,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요청하고 명예훼손 소송 내겠다"**
하지만 사임의사를 밝힌 김갑수 라디오 21 대표는 공중파 라디오 PD생활을 하다 부산MBC와 부산KBS 등에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해온 인물로 영화배우 김갑수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김 대표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조선일보다운 오보"라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라디오21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6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개국 이후 한번도 라디오21 관련기사를 쓰지 않다가 처음 실어준 기사가 사임기사이며 그것도 오보냐"면서 "본인에게 확인도 안 하고 쓰는 걸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내 나이가 덕분에 열살이나 많아졌다. 정말 조선일보다운 오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사임의사를 밝힌 배경에 대해 "지난 몇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해 너무 지쳤다. 한 몇달간 쉬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다시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15일 사표를 냈으나 이사회가 수리하지 않아 오늘(16일) 다시 간곡하게 사표수리를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오늘중으로 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더라도 주주로서의 지분은 그대로 갖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의결권은 다른 주주에게 넘겨 정말 몇달 동안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김 대표를 영화배우 김갑수씨로 착각했었다"**
문제의 오보기사를 작성한 진성호 조선일보 기자는 "오늘(16일) 새벽 1시 45분쯤 라디오21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김갑수 대표가 사임한다는 글을 보고 급하게 기사를 썼다"면서 "그동안 라디오21을 이끄는 김갑수 대표를 영화배우 김갑수씨로 알고 있었다. 착각이었다. 현재 영화배우 김갑수씨에게 연락중이며 사과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문제의 기사는 새벽에 출고되는 바람에 마지막 판에만 실렸다. 아마 7만부에서 10만부 정도만 발행됐을 것"이라며 오보로 판명된 기사가 그나마 적게 발행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오보 해프닝을 본 한 언론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 적대의식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가 노무현 라디오 전신인 '라디오21'의 대표가 사임했다는 것을 보고 좋은 소재라 판단해 확인절차없이 서둘러 보도했을 것"이라며 "노사모 등에 대한 조선일보의 적대의식이 결국 오보까지 만들어낸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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