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생중계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내건 인터넷라디오방송국 '라디오21'(www.radio21.co.kr)이 21일 개국한다. '라디오21'이 생중계하려는 역사는 그동안 금기로 존재해왔던 사회적 타부에 대한 도전이다.
21일부터 24시간 방송을 목표로 개국을 준비중인 김갑수 라디오21 대표(36)는 1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처럼 텍스트에 의존하는 대안언론이 아니라 방송으로서의 대안언론을 모색하고자 인터넷방송국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선보이려는 방송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인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것이고 지역과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것".
<사진 김갑수 라디오21 대표.>
라디오21의 모체는 지난 16대 대선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노무현 라디오'. 주요멤버도 '노무현 라디오'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방송국 대표와 방송 진행을 맡게 될 김갑수씨를 비롯해 배우 문성근 명계남, 시사평론가 유시민, 연예인 이정렬 손병휘 노정렬씨 등이 라디오21 개국의 산파역을 맡고 있다.
***배우 문성근 명계남, 시사평론가 유시민 등 참여**
'노무현 라디오'로 출범한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시사 대안언론을 지향하는 방송사로서의 정치적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노무현 당선자는 개혁과 진보적 사회를 지향해 가는데 필요한 징검다리였다. 이제 징검다리는 놓았으니까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라디오21은 사회발전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디오21이 사회 각 분야 가운데 가장 신경을 쓰는 대상은 바로 언론. 김 대표는 "라디오21의 개국은 언론개혁운동의 일환이다. 안티는 더 이상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이미 당선까지 시켰는데 승리자가 안티를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이제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의 언론개혁 운동을 펼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진 라디오21 사무실.>
인터넷방송국이 공중파 라디오방송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방송소재와 표현방법에 있다는 게 2개월간 공중파 라디오 PD생활을 하다 방송진행자로 업을 바꾼 김 대표의 설명이다. 부산MBC, 부산KBS, 부산방송 등에서 방송진행을 해온 김 대표는 "공중파는 청취자를 철저히 소외시키며 방송에 청취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연예인들을 등장시켜 신변잡기만을 떠들게 하며 청취자가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방송이다. 반면 인터넷라디오방송은 철저한 청취자와의 쌍방향성을 지향하며 청취자참여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청취자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으로 역사의 현장 생중계하겠다"**
청취자와의 쌍방향성 확보를 위해 김 대표가 밝힌 구체적인 계획은 오마이뉴스의 뉴스게릴라와 같은 개념으로 전국과 세계 각지의 통신원들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현장을 생중계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노무현 라디오에서 실험한 결과 성공적으로 방송이 이뤄졌으며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달한 한국 사회의 특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디오21의 통신원 자격은 휴대폰소지자다.
라디오21이 자랑할만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김 대표는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에 방송예정인 '김구라 황봉알의 날방개그'를 꼽았다. "욕은 사회의 하수구 역할을 한다.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도 사회의 하수구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날방개그'는 공중파 라디오방송에선 들을 수 없는 욕을 통해 사회적 불만을 토로하는 하수구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아직 실험단계인 인터넷라디오방송국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노무현 라디오방송국의 자발적 팬클럽 회원이 2천3백명 정도였다. 자발적 유료화를 통해 4-5천명 정도의 회원만 확보하면 어느 정도 운영은 가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유료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그밖에도 홈페이지 배너광고와 20초 룰을 규정한 방송법에 저촉받지 않는 방송광고, 그리고 캐릭터쇼핑몰 등을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디오21은 궁극적으로 공중파를 지향할 것"이라며 "6개월내에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서비스도 실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디오21의 손익분기점도 6개월이면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포부다.
라디오21의 성격을 살펴보기 위해 21일 개국방송 프로그램(오전 9시부터 12시)을 엿보자.
***노무현 당선자 개국 축하인터뷰**
1부는 '반전 반핵 평화 통일을 위해 함께 가자'를 주제로 백두산과 금강산 독도 한라산을 연결하고 이라크 바그다드의 현장 목소리를 전한다. 노무현 당선자도 개국 생방송축하 인터뷰에 10분 정도 참여할 예정이다.
2부 '언론의 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함께 가자'에는 안도현 시인의 개국축시와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개국제언 '대안언론의 미래와 방향'등이 예정돼 있다.
3부 '시민 참여로 정치 변혁을'에선 보수정당(한나라당과 민주당)과 개혁정당(민주노동당 개혁국민정당 사회당) 대표의 축하인터뷰,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 사물놀이패 김덕수의 한마당 등이 소개된다.
평일 라디오21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노정렬 이유니의 시사개그' '뉴스21' '홍석천 이민정의 커밍아웃' '유시민 문성근 서영석 칼럼' '김갑수의 뉴스플러스' '이정열 손병휘의 심야방송대곡' '한창완의 Worm Hole'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라디오21 임직원들이 개국을 맞아 다짐하는 개국정신의 한 구절을 들어보자.
"우리는 늘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통찰하는 호랑이의 모습과, 게으름 피우지 않되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소의 실천력, 즉 우보호시(牛步虎視)의 자세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입니다. 역사는 늘 전진합니다. 우리 <라디오21>은 역사를 생중계하며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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